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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오바마폰'이라 불리는 블랙베리가 한국 소비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쿼티 자판' 스마트폰만 고집하던 리서치 인 모션(RIM)사가 '풀 터치스크린' 기능을 처음 추가해 화제가 됐던 '블랙베리 토치 9800'이 9일 한국에 출시됐다. 지난해 8월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지 6개월 만이다.

 

'아이폰 맞수' 블랙베리, 한국선 8만 대 판매 '굴욕'

 

기다림이 너무 길었을까? 충성도 높기로 소문난 국내 블랙베리 사용자들('블베 유저') 사이에서조차 '중고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이 식은 탓인지, 이날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해외에선 한 번 써보면 중독된다는 뜻으로, '코카인'과 조합해 '크랙베리'란 불리기도 하는 블랙베리지만 국내에선 '마니아들만 쓰는 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RIM사에서 밝힌 전 세계 블랙베리 누적 판매량은 1억 2900만 대에 이른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팔린 물량만 1420만 대에 이르고 이는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아이폰 판매량인 1410만 대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에선 아이폰이 200만 대 넘게 팔리는 동안 블랙베리 판매량은 고작 8만 대 정도에 불과해 체면을 구겼다. 

 

'터치스크린'과 슬라이딩 키보드로 한국 소비자 공략

 

샌 모이 RIM 아태지역 이사는 "이번에 출시되는 토치 9800은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제품 중 하나"라며 한국 시장 반응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RIM은 지난해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애프터서비스 망을 구축하는 등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블랙베리 토치가 나름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이나 늦장 출시에도 이날 떠들썩한 제품 발표회를 연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출시가 너무 늦어진 데 대해 한 기자가 "한국이 재고 처리 시장이냐는 불만이 있다"고 지적하자 놈 로 RIM 부사장(아태지역 대표)은 "한국은 중요한 전략 시장이라 생각하고 한국에 비즈니스 토대를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절대 재고 처리 시장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놈 로 부사장은 "이전 제품에 대한 한국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반영하느라 출시가 늦었다"며 "SK텔레콤과 협력해 작년 말이냐 올해 초냐 출시 시점을 고민하다 크리스마스와 설 연휴가 지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놈 로 부사장은 제품 설명 도중 양복 속주머니에서 최근 발표한 7인치 태블릿 '플레이북'을 꺼내 보이며, 조만간 한국에도 태블릿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자판 숨기고 SNS-검색-멀티태스킹 기능 보강

 

과연 RIM사의 바람대로 '블랙베리 토치'는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까? 지난 4개월간 블랙베리 볼드 9700 모델을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리뷰에 도전했다.

 

우선 겉으로만 보면 한층 넓어진 액정 화면과 슬라이딩 방식으로 감출 수 있는 '쿼티 자판'의 조합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국내 출시된 블랙베리 볼드 9000, 9700이 2.44인치 액정 화면에 쿼티 자판과 트랙패드(마우스 휠 역할) 일체형이었던 반면 이번 제품은 '풀 터치 스크린' 기능을 갖춘 3.2인치 액정 화면 밑으로 자판을 숨겼다. 국내 주요 스마트폰들과 달리 터치스크린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블랙베리 사용을 망설였던 이들에겐 분명 이점이 될 수 있다.

 

RIM은 이날 터치스크린 방식에 적합하게 만든 운영체제(OS)인 '블랙베리 6'도 소개했다. 특히 기존 운영체제에는 없던 유니버셜 검색 기능과 소셜 피드 기능, 멀티태스킹 기능을 강조했다.

 

'유니버셜 검색'은 기존 제품 검색이 제품 내 데이터만을 대상으로 한 것에 비해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검색엔진까지 그 대상을 넓힌 게 특징이다. '소셜 피드'는 사용자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 한 번에 여러 곳에 동시 다발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능이다.

 

인터넷 브라우저 기능도 향상되어 그동안 문제로 지적받았던 느린 로딩 속도를 어느 정도 해결하려고 했다. 또 여러 창을 동시에 띄울 수 있게 하는 탭 브라우징 기능으로 동시에 여러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돌리는 멀티태스킹에도 신경 썼다. 

 

편의 기능 보강했지만 애플리케이션 부족 극복 못해

 

다만 이미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점에선 그다지 색다른 장점으로 보이진 않았다.

 

또한 기존 블랙베리 사용자들로서도 이런 몇 가지 기능 말고는 특별히 달라진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카메라의 초점 반응 속도가 더 빨라져 사진 촬영이 편리해졌다는 점, 문서 작업이나 웹 검색시 터치스크린을 통해 내용 복사와 붙여넣기가 쉬워졌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이 때문에 기존에 쓰던 블랙베리 제품을 포기하면서까지 토치 9800으로 갈아탈 유인은 부족해 보였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역시 여전히 부실한 애플리케이션 문제다. 많은 블랙베리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문제지만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블랙베리 애플리케이션 숫자는 확연히 부족하다. 특히 한국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소비자들이 블랙베리를 외면하는 대표적 이유이기도 하다. 교통정보, 날씨정보와 같은 생활 어플은 물론 다른 스마트폰에선 가능한 '인터넷 전화(mVoIP)' 애플리케이션도 국내에선 이용할 수 없다.

 

RIM 담당자는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담당자 5명을 선발했고 앞으로 인력을 두 배 정도 늘려 신경 쓸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올인하는 국내 앱 개발자들을 끌어 모으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블랙베리 토치는 이날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가며 2월 말쯤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다. '비즈니스 스마트폰'의 한계를 벗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는 RIM의 시도가 제품 출시처럼 너무 늦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선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블랙베리, #아이폰,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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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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