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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폭 마누라> 포스터

2001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조폭 마누라>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흥행작이었다. 이 영화 내용 중 많은 이들에게 웃음으로 회자된 압권은 한 꼬마 아이와 주인공인 조폭 마누라 '신은경' 사이에서 오고 간 대화였다.

 

숙제를 하던 아이가 주인공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새가 뭐냐?"며 묻자 일순 당황한 조폭 마누라 신은경은 잠시 후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짭새." (참고로 짭새의 유래는 '잡다'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어인 '쇠'의 합성어로 이후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강한 발음인 '짭새'로 변형됐다.)

 

여하간 이 장면에서 웃지 않은 관객이 얼마나 됐을까. 그런데 만약 이 영화가 그로부터 10년 후인 오늘날 상영되어 경찰을 비하하는 대표적 은어인 '짭새'라는 말을 '조폭 마누라'가 했다면 그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짭새'라 부른 죄는 얼마?

 

실제로 이같은 사례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0년 5월. 당시 인터넷에서 아이디 '달빛 요정'을 쓰던 이아무개씨가 올린 트위터 내용이 화제가 됐다. 그 주요 내용은 "술먹고 집에 가다가 경찰차가 지나가길래 '짭새 간다' 라고 했는데 그걸 듣고 차를 세우고 와서 (경찰이) 지금 뭐라고 했냐고 물어봤다. 그때 미안하다고 꼬리를 내렸어야 했는데 괜히 오기가 생겨서 '짭새를 짭새라고 부르지 뭐라 부르냐'고 성을 낸 게 실수였습니다." 결국 그는 이 발언이 문제가 되어 관할 경찰서로 연행됐고 이후 경찰을 모욕한 혐의로 입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는 자신이 올린 트위터 글에서 당시 행동에 대해 '술 한 잔 먹고 실수한 것'이라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그의 행동을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찰이 짭새라고 발언한 이씨의 '단순 행위'에 대해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 모욕죄로 입건, 벌금형(통상 이 사건 최고 형량은 200만 원이다)을 받도록 한 것이 정말 경찰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다.

 

MBC 뉴스 보도(2010년 6월 28일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400여 건이었던 모욕죄 처벌 건수는 2007년 2500여 건, 2008년 4700여건 그리고 다시 2009년 6400여 건으로 늘어나 수치상으로는 불과 4년 동안 약 다섯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경찰관을 상대로 한 모욕죄 처벌 건수가 급속하게 늘어난 이유로는 지난 2007년, '공권력 확립' 차원에서 경찰관에게 욕설 등을 하면 모욕죄 등으로 적극적인 처벌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부터였다고 한다(덧붙이면 '경찰 모욕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한다. 개인들이 모욕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1심 선고 전 합의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모욕죄 처벌의 상당수는 경찰에 의한 처벌로 여겨진다).

 

형법상 '모욕죄'는 친고죄로 모욕을 당했다는 사람이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찰이 모욕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경찰이 이를 처벌하는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기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이처럼 해마다 곱절 가까이, 경찰의 다른 어떤 성과보다도 높은 실적을 자랑하는 모욕죄 처벌 건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왜 국민의 '경찰을 상대로 한 모욕 행위'는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렇게 하면 모욕죄로 처벌받는다는 것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처벌 규정이 너무 미약하거나 또는 더 많이 단속하지 못해서일까?

 

경찰을 신뢰하는 국민, 손들어 보시오!

 

검찰에 소환되는 전직 경찰청장 10일 오후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에 연루돼 출국금지 당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서울동부지검에 소환되었다. 경찰청장 재직 시절과 달리 염색을 하지 않은 백발의 모습으로 나타난 강 전 청장은 "집무실에서 금품 받은 사실 인정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의를 빚어서 죄송합니다"라며 짧게 답변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2008년 10월, 김태원 국회의원은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경찰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한국갤럽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3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우리나라 국민 중 특히 30대의 절반 가까운 이들이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경찰의 업무 수행 평가에 대해서도 "제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30대에서 약 40%로 나타나 여전히 경찰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같은 여론조사상에서의 수치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최근 들어 사회적 이슈가 된 경찰 관련 몇가지 사건만 상기해 봐도 우리나라 국민이 가진 현재의 경찰 신뢰도가 어느 정도일지 쉽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흔한 상식이 되어 버린 일부 경찰관의 관내업소 뇌물 수수 의혹은 이제 큰 일도 아니다. 그 무슨 바다 이야기 같은 성인 오락실이니 룸살롱, 안마시술소 등의 유흥업소 관련 뇌물 수수 의혹 역시 너무나 흔해빠진 이야기인지라 이제는 사실상 그려러니 하는 정도의 일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봐도 문제의 심각성은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부 소속 상임위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소속 경찰관이 뇌물 수수로 징계받은 숫자가 6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이 받은 평균 수뢰액은 2008년 531만 원에서 2009년에는 무려 1352만 원으로 불과 1년 만에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자료가 전부라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빙산은 더 클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

 

그러나 최근 불거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개입된 이른바 '함바 비리' 사건이나 대전 현직 경찰 간부의 '모친 사망사건'등을 접하면 앞서의 경찰 비리 사례는 차라리 왜소해지고 무색해진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비도덕적, 반윤리적, 반사회적 범죄가 다름 아닌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들의 소행이라는 사실 앞에 국민이 받은 정서적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점은 이 사건을 대하는 일부 경찰들의 반응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놀랍게도 자성과 반성이 아닌,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논의가 완전 물건너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경찰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지난해 온 나라를 들끓게 한 '검찰 스폰서 사건'등도 만만찮은데 왜 경찰만 이번 사건으로 집중타를 맞고 비난받아야 하느냐는 속내인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함바비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드러난 것 역시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들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검찰이나 경찰이나 속된 말로 '도찐 개찐'인데 이런 문제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논의가 무산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불만 역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창원만 잡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해도 되나?

 

13년 전인 1998년, 당시 기자가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을 때 탈옥범 신창원이 대한민국을 휘젓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2년 6개월여에 걸친 탈옥 기간 동안 무려 13번이나 신창원을 검거할 기회가 있었으나 안이한 대처 등으로 검거에 연속 실패, 이에 따른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경찰이 선택한 방법은 무리수였다. 신창원 검거를 위해 유사시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총기 사용에 대한 수칙을 크게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신창원은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검거되지 않았다. 대신 이같은 수칙 완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는 죄도 없는 한 여고생이었다. 도피하는 절도범을 검거한다며 쏜 총알이 그녀의 허벅지를 관통한 것이다. 또한 술 한 잔 먹고 자기 집에서 행패를 부리던 취객이 총에 맞고 숨졌으며 또다른 절도범 역시 발각되자 도망갔는데 그의 등 뒤에서 쏜 총이 심장을 관통, 현장에서 숨졌다. 그렇게 불과 한달여 기간 동안 신창원 하나를 잡기 위해 완화한 총기 사용 수칙으로 인해 10여 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경찰은 오직 신창원만 검거하면 된다고 여긴 듯하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언론을 비롯한 인권단체가 비판해도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아무런 흉기도 없이 백화점 안으로 도피한 절도범을 체포한다며 인파가 밀집된 곳에서 총기를 난사하기까지 했다. 인권단체로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경찰의 위험한 과잉 행위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논의 끝에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10여 개 인권단체가 나섰다. 그리고 경찰의 날에 맞춰 무분별한 총기 사용으로 인명을 살상한 해당 경찰관과 당시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서울지검에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렇게 고발장을 제출한 그날 밤, 경찰청 최고위층 간부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처음엔 거절했으나 계속된 요구에 결국 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경찰청사 내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경찰의 과도한 총기 사용의 문제점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향후 식별이 어두운 밤이나 백화점 등 인파가 많은 곳에서 총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또한 흉기 등으로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을 경우 총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와 같은 내용으로 전국 경찰관서에 공문을 시행했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지나친 모욕죄 처벌은 또다른 형태의 '공권력 남용행위'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로 지금이 13년 전, 그 상황이다. 신창원만 잡을 수 있다면 그 무엇도 다 된다는 것이나 공권력의 확립을 위해 일부 사소한 발언이나 일회적인 순간적 욕설에도 무조건 모욕죄를 적용, 단호하게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나 매양 다르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찰이 자신에게 욕설이나 모욕을 했다며 고소하면 이에 대해 같은 신분인 경찰관이 조사하여 검찰로 송치한 후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인 약식기소를 통해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차원에서의 '공권력 남용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이냐는 점도 있다. 경찰은 정말로 이렇게하면 처벌이 두려워 더 이상 경찰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을까. 도덕적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가운데 경찰이 내세우는 권위는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너나 나나 다 똑같은 '개찐 도찐'인데 네가 뭐라고 나를 처벌하냐?"는 아주 '저급한 저항감'만 불러올 뿐이다.

 

누구나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경찰이 더 이상 불신감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짭새'라는 단어로 불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경찰의 숙원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적극 지지했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못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문제가 적지않은 권력이지만 그렇다고 경찰을 믿을 특별한 근거 역시 없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경찰이 검찰보다 더 정의롭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을 사는 그날을 위해

 

답은 경찰에 있다. 공권력의 권위든, 국민의 신뢰든, 더 나아가 수사권 독립에 대한 지지 역시 국민을 상대로 지금처럼 마구 양산하는 모욕죄 적용에 따른 벌금 통지서에서 찾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말로만이 아닌 도덕적 각성을 통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권력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정치적 균형감, 민주주의에 대한 적극적 지지자, 사회 정의의 최후 보루, 아름다운 이 땅의 양심 지킴이로 대한민국 경찰이 거듭날 때 대다수 국민 역시 '경찰에 대한 확실한 지지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밤, 경찰을 상대로 "너나 잘해"라는 비아냥을 던지는 국민을 모욕죄로 입건하여 벌금 고지서를 안기기 전,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그에게 대한민국 경찰의 진정성을 알려줄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오늘도 수고하시는 '진짜 민중의 지팡이'이신 경찰관님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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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