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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이나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지만 바다만큼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특히, 맑은 제주의 바다는 여느 바다보다도 더 그렇습니다. 그냥, 바다라면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제주의 바다가 아닌 바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주도 바다만의 빛깔이 있습니다.

 

특히, 제주의 겨울바다는 여느 계절보다 각별하지요. 그 각별한 바다 중에서도 겨울에서 봄으로 여행하는 바다가 그렇고 잠에서 막 깨어나는 바다의 빛이 각별하다 못해 신비스럽습니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빛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시간은 해뜨기 직전과 해가 진 뒤 15분이라고 합니다. 물론, 특별한 장르의 사진을 담으시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겠지만 직접 보이는 것보다도 보이지 않으면서도 존재하는 그 빛이 더 깊은 빛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가 봅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를 드러낼까, 포장하는 것도 모자라 목각인형을 만들듯이 깎아내기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힘들어합니다. 자신에게 보이는 삶보다도 남에게 보이는 삶이 우선이다 보니 삶이 헛헛하고 깊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득세하기 마련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혹하고 빠져들었다가 후회하는 인간사, 무엇이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내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다 보이지도 않고, 다 보인들 다 담을 수도 없습니다. 단지 어느 한 부분만 보여주고, 한 순간만 담아놓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사진은 일정정도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 거짓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파렴치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속내가 다 드러났는데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을 모른다'는 말이 진짜인줄 알고 계속 뻔뻔한 거짓말을 합니다.

 

바다에 빠져버린 하늘, 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반영을 본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파도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나 바람이 한 점도 없는 그런 날을 만나야 비로소 일그러짐 없는 반영을 볼 수 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 그것이 모호해 집니다. 내가 너고 네가 나구나. 그들이 그렇게 서로를 부여안고 있는듯 합니다.

 

 

그렇게 신비한 빛깔들은 온전히 해가 드러나기 전에 나타납니다.

그것도 신비입니다. 자기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세상을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여가는 것은 신비이자 아름다운 삶입니다. 오로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서 안달하는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자연의 삶을 봅니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망설이지 말고 훌쩍 떠날 수 있길 바랍니다. 그것이 만약 겨울바다라면 더 환영이지요. 겨울바다에서 칼바람을 맞아 얼얼한 얼굴과 탈바람이 만들어낸 눈물이 시릴때 그 마음은 차라리 그 삶에 다가온 아픔같은 것들을 무디게 하니까요.

 

별 것도 아닌 것때문에 좌절할 뻔 했구나, 겨울 바다는 이런 마음을 갖게 합니다.

 

제주도는 봄,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저기 서귀포 쯤에는 유채가 화들짝 피었겠지요. 거기가 아니라도 양지바른 곳은 어디나 피어있는 꽃, 지금쯤은 수선화도 피어났을 터이고 중산간에 변산바람꽃과 세복수초가 한창 올라오고 있겠군요. 아, 매화도 피어나 은은한 향기를 더하고 있겠군요.

 

 

제주의 겨울바다는 시작과 끝이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처음과 마지막이 한결같은 바다, 어쩌면 바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처음처럼 사는 일도 중요하고, 하루하후를 마지막처럼 사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오늘, 종말이 온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요?

그러고보니 나도 반성해야 겠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태그:#제주도, #성산일출봉,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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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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