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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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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8일 오전 2시 37분]

검찰측 제보자 남씨 "이 사건은 아주 윗선에서 만들고 있다"
한만호 전 대표, 법정에서 주장... 검찰측 "일방적 주장"

검찰 측에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남아무개씨가 "이 사건은 아주 윗선에서 만들고 있다"며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압박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러한 진술은 7일 오후 8시부터 11시 50분까지 진행된 한 전 대표와 정아무개 전 경리부장의 대질신문에서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명숙 사건'은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일정을 앞두고 정치검찰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한 전 총리쪽 주장에 힘을 보태주게 된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대표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윗선이 어디냐는 질문에 '아주 윗선이다'라고 대답해"

한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초 남씨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던 한 전 대표를 찾아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검찰수사에 협조해 달라"며 "이 사건은 윗선에서 만들고 있어서 협조하지 않으면 무척 힘들어진다"고 압박했다.

이날 법정에서 한 전 대표는 "제가 남씨에게 '윗선이 어디냐?'고 묻자 그가 '아주 윗선이다'라고 대답했다"며 "남씨는 이렇게 제가 검찰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지난해 검찰수사 초기에만 해도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남씨로부터 '겁박'(한 전 대표의 표현)을 받자 진술은 바뀌었다.

특히 남씨는 한신건영의 전직 고위임원에 의해 "법정에 증거로 제시된 회사의 채권회수목록을 짜고 만든"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 전 부장도 이날 남씨 등의 요구로 채권회수목록을 만들었다고 거듭 진술했다.

지난해 12월 한 전 대표를 면회했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남씨가 검찰에 와서 교도관에게 나가라고 하는 등 큰소리를 쳤고, 한 전 대표에게 채권회수 목록을 보여주면서 '이게 검찰에 다 들어갔으니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을 인정하라'고 협박했다고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홍 의원은 "한 전 대표는 그런 남씨가 자기를 더 오래 징역살이를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 이후 최초 진술을 바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7일과 10일 한 전 대표와 정 전 부장이 주고받은 편지를 놓고 검찰과 한 전 대표의 해석이 엇갈렸다.

두 편지에서 한 전 대표와 정 전 부장이 지방선거 결과와 그 이후를 우려한 대목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이 건너갔다는 방증이라고 검찰은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이미 검찰수사에 협조하기로 작심한 이후 쓴 편지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가 편지에서 선거 이후를 우려한 이유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자신의 거짓진술이 불러올 후폭풍 때문이었다는 것. 그는 편지에서 이러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쓸 수 없었던 것은 "검찰 수사관의 편지 검열"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의 스크린(검열)을 의식해 편지를 썼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특히 제가 편지에서 사용한 '숙명적'이라는 단어는 (검찰수사에 의해) 떠밀려가고, 강제되는 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쪽은 "요즘 어느 교도소에서 서신검열을 하느냐?"고 한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9억원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명숙에게 갔다는 것은 거짓"

이날 법정에서 한 전 대표와 정 전 부장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입싸움을 벌였다. 특히 두 사람은 '9억원 조성'에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그 사용처를 두고는 크게 엇갈렸다.

한 전 대표는 9억원이 교회신축사업 로비자금(박씨․김씨)과 한 전 총리의 비서 김아무개씨 대여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반면, 정 전 부장은 한 전 총리에게 건너갔다고 기존진술을 유지했다.

하지만 정 전 부장은 대질신문 중간에 "제가 돈을 누구에게 가져다 줬다든지 어디에 썼다고 진술한 적은 없다"고 말해 진술의 일관성에 혼란을 자초했다. 그는 한 전 대표를 향해 "제가 어디에다 돈을 썼다고 얘기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한 정 전 부장은 검찰수사 초기에 한 전 총리에게 건너간 돈이 5억원이라고 진술했다. 이는 그가 작성한 '채권회수목록'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로부터 9억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관련근거를 찾은 뒤 다시 진술을 바꾸었다. 정 전 부장도 한 전 대표의 '검찰수사 협조 전략'을 따라온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전 대표는 "정 전 부장이 9억원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내가 9억원이라고 얘기하기 전에 먼저 9억원이라고 얘기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 전 부장도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 5억원이라고 진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정 전 부장도) 검찰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제가 9억원이라고 얘기하니까) 나중에 4억원을 더 찾아낸 것"이라며 "9억원을 조성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한 전 총리에게 갔다는 것만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정 전 부장에게 채권회수목록을 (검찰로) 가져 오라고 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검찰수사에 협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검찰수사에 협조하기 위한 자료가 뭐가 있겠어? 달러와 현금으로 조성한 9억원이 있고, 채권회수목록이 있다. 채권회수목록도 제가 먼저 얘기한 게 아니다. 검찰이 먼저 '채권회수목록이 있다고 한다'고 얘기해서 (검찰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제가 (정 전 부장에게) 가져오라고 하겠다'고 했다."

또한 한 전 총리의 호칭문제도 입싸움의 대상에 올랐다. 정 전 부장은 한 전 대표가 9억원을 조성하라고 지시할 때 한 전 총리를 '의원님'이라고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저는 한번도 한 전 총리를 '의원님'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서총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서총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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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7일 오후 10시 16분]

전직 경리부장 "왜 비통장-비장부가 안맞는지 모르겠다... 당황스럽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의 핵심증거를 작성했던 한신건영 전 경리부장 정아무개씨가 큰 틀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이 건너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기존 진술을 재확인했다.

7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6차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우진 부장판사)에 출석한 정씨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세 차례에 걸쳐 조성한 9억여 원을 한 전 총리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정씨는 "왜 비(B)통장과 비(B)장부가 안맞는지 못 밝히겠다"며 "저도 당황스럽다"고 토로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자금의 입출금내역'이 기록돼 있는 비통장·비장부는 '채권회수목록'을 작성하는 데 근거가 된 자료다. '의원, 5억원, 접대비'가 적혀 있는 채권회수목록은 검찰이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제시한 핵심증거다.

앞서 지난 1월 17일 열린 5차공판에서는 정 전 부장이 채권회수목록의 원자료를 채무자의 이름별로 임의가공하고, 여기에 가필한 흔적까지 드러나 "증거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 "9억여 원과 3억여 원은 별개의 돈... 9억여 원 한명숙에게 건너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채권회수목록의 증거가치를 적극 방어한 반면, 변호인단은 그 증거가치를 허무는 데 주력했다.

먼저 정 전 부장 신문에 나선 검찰측은 채권회수목록과 그것의 세부자료, 비장부를 일일이 비교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측은 "한 전 대표가 세 차례에 걸쳐 조성한 9억여 원을 한 전 총리에게 건넨 것으로 안다"는 정 전 부장의 진술을 이끌어냈다.

특히 검찰측은 정 전 부장에게 "H교회 장로인 김아무개씨와 한신건영 부사장을 지낸 박아무개씨에게 건넨 3억여 원과 한 전 총리에게 건넨 9억여 원은 별개의 돈이죠?"라고 물었고, 정 전 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측은 김씨·박씨와 한 전 총리에게 지급한 자금내역을 구분해서 장부에 기재한 점과 김씨·박씨에게는 달러를 건넨 적이 없다는 점, 9억여 원(한명숙)과 3억여 원(김씨·박씨)의 자금출처와 조성시기가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한 전 총리에게 9억여 원이 건너갔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변호인단의 신문에서 정 전 부장은 한 전 대표가 9억여 원을 조성하라고 지시했을 때 9억여 원의 목적지가 '한명숙'이라고 특정하지 않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정 전 부장은 "돈을 만들라고 지시했을 때 한두 번인가 '의원님'이라고 얘기했다고 기억하는데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 저와 대질신문할 때 '총리'라고 진술했다"며 "장부에도 '한'이라고 기재하라고 했는데 저는 그것이 '한명숙 의원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통장-비장부의 엇박자에 난감한 정 전 부장 "당황스럽다"

특히 변호인단은 비통장의 입출금 내역이 비장부에 기재되지 않았거나 비장부에 기입된 자금내역이 비통장에 없는 몇가지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채권회수목록'의 증거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통장·비장부는 검찰측이 핵심증거로 제시한 채권회수목록의 바탕이 된 자료다.

변호인단이 한 전 총리에게 건네졌다고 주장한 9억 원 중 2억 원(2007년 8월 17일)이 비장부에 기입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추궁에 나서자, 정 전 부장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정 전 부장은 "비통장의 입출금 내역은 비장부에 기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데 변호인단에서 제시하는 자료를 보면서 비통장과 비장부가 왜 틀어지는지(안맞는지) 못 밝히겠다"며 "저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검찰측이 "그것이 원칙이지만 비통장의 거래내역이 다 비장부에 기재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무마에 나섰지만, 정 전 부장은 "그것은 아닌 것 같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다만, 정 전 부장은 "비통장이나 비장부에 없는 자금내역이 총괄장부(전체 자금내역을 기록한 장부)에는 기록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총괄장부의 존재여부와 관련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정 전 부장은 "채권회수목록은 내 기억에 의존해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권회수목록의 증거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진술로 읽히는 대목이다.

9억원 중 일부 자금의 출금 원표에 적힌 '급여'

게다가 9억여 원을 구성하고 있는 자금의 일부가 급여(인건비)로 지출된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2007년 3월 30일 1차로 3억여 원을 조성할 때 1960여만원의 출금전표에 '급여계정', 한달 뒤인 4월 30일 2차로 3억여 원을 조성할 때 2000만원의 출금전표에 '인건비'라는 글씨가 수기로 적혀 있다는 것.

변호인단은 "큰 돈을 인출할 때 은행측에서 사용처를 물어본 뒤 이를 전표에다 적은 것 아니냐"고 물었고, 정 전 부장은 "전표는 은행에서 보관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내용을 적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태그:#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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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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