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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구 도청사를 둘러 본 다음, 삿포로 시내를 버스로 큰 원을 그리며 돌았다. 눈이 무척 많이 오는 곳이라 나무를 지주목과 새끼줄로 둘러쳐서 쉽게 눈을 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시선을 자극했다. 또한 곳곳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제설량을 편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큰 자 모양의 봉도 특이해 보였다.

눈을 털기 쉽도록 다양한 장치가 있다
▲ 눈이 많은 북해도의 나무 눈을 털기 쉽도록 다양한 장치가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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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분 시내를 대충 둘러 본 다음, 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기린(麒麟, KIRIN)맥주' 공장으로 이동했다. 맥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나는 맥주 공장을 견학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기쁘게 공장으로 들어갔다.
        
북해도 공장
▲ 기린맥주공장 북해도 공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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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일제강점기 기린맥주의 조선공장으로 출발한 영등포의 모 맥주 공장에 견학간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둘러 본 다음, 시음맥주를 마신 적이 있는데, 정말 방금 짠 우유를 마시는 것 같은 즐거움과 맛이 무척 좋았던 기억을 되새기며 기린맥주 공장으로 갔다.

상상의 동물 기린, 용을 닮았다
▲ 기린맥주 로고 상상의 동물 기린, 용을 닮았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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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 평은 족히 넘을 것 같은 큰 대지에 맥주 공장과 공원, 홍보관, 식물원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외부는 촬영이 가능했지만, 내부는 사진이 금지된 관계로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기린맥주
▲ 기린맥주 홍보관 기린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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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규모는 대단했고 큰 맥주 탱크도 멋있었지만, 지나치게 자동화되어 사람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큰 공장이 맥주소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소득을 늘리는 데는 별로 일 것 같다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대략의 맥주 제조공정은 먼저 제맥 과정으로 양질의 보리에 물을 뿌려 발아를 시킨 다음, 건조실에 넣어 성장을 억제하고 뿌리 부분을 제거하여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모델이다
▲ 이치로의 기린맥주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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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발아된 맥아를 분쇄하여 뜨거운 물을 당화조에 넣어 부원료를 첨가, 전분질을 당분으로 분해한다. 이렇게 생성된 물을 여과기에 넣어 맥즙을 만든 후, 홉을 넣고 끓여 맥주의 독특한 향기와 맛을 낸다.

이후 식힌 원액에 효모를 넣어 저온발효 과정을 통하여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되고 나면 미숙성맥주가 된다. 이를 0도의 온도에서 1~2개월 저장하면 전통적인 저온발효양조법에 따라 만들어진 맥주가 완성된다. 이 맥주를 여과기에 걸러 효모와 단백질을 제거하면 시판이 가능해진다.

공장 전경
▲ 기린맥주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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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십여 년 전부터 기린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치방시보리(一番絞り)'의 경우에는 2단계의 맥즙을 처음 짜서 파는 것으로 깊은 맛과 풍미는 떨어지지만, 보리를 발효하여 바로 짜낸 맥주의 신선함이 살아있어 최대의 판매고를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기린맥주는 이미 1870년 요코하마 야마테 공장을 시작으로 현재 일본 전국에 10여 개의 맥주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북위 43도에 위치하고 있는 삿포로 공장의 경우 맥주 발효의 최상지로 평가를 받고 있어 맥주 맛도 최고로 알려져 있다.

북해도의 경우 술이 가장 맛있게 발효되는 북위 43도 선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일본의 거의 모든 술 제조사의 공장이 위치하고 있을 정도로 술의 고장이며, 기린과 함께 삿포로 맥주도 아주 유명하다.
         
술을 절대로 안되지요
▲ 기린맥주 공장의 음주운전 반대 깃발 술을 절대로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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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공장을 전체적으로 둘러 본 다음, 입구의 홍보관으로 돌아와 맥주를 한 잔씩 하면서 땅콩과 간단한 마른안주로 맛있는 맥주를 음미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1인당 2잔의 맥주를 마실 수 있어 술을 즐기는 사람의 경우에는 옆 사람의 쿠폰을 얻어서 추가로 몇 잔을 더 마실 수도 있다.

난 맥주를 한잔 마신 다음, 마당으로 나와 뒤편의 잔디 공원과 식물원, 나무 숲 등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바람이 불고 쌀쌀했지만, 술을 한잔하고 나니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 최고의 야구선수 '이치로'가 기린맥주의 모델인지 곳곳에 그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와 POP 등이 눈을 자극했다. 공장을 둘러 보고나서 나는 다시 홍보관 안쪽에 있는 매점으로 가 연필, 볼펜, 과자를 약간 샀다. 생각을 해보니 연우에게 줄 것을 많이 챙기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다.

맥주공장 견학을 마친 다음, 치토세 공항으로 이동했다. 정오가 다 된 시간에 공항에 도착을 하여 우선 발권을 마친 다음, 짐을 보내고 이내 입장을 하여 면세점에서 약간의 선물을 산 다음,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공항
▲ 치토세 공항에서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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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해도는 일본라면(라멘,ラーメン,拉麺)의 본 고장이다. 원래 라면은 중국 음식이지만, 일본에서는 태평양 전쟁 종전 이후 귀국한 군인들을 중심으로 북해도의 돼지 뼈와 UN이 제공한 원조 밀가루를 결합시켜 만든 돈코츠(どんこつ,豚骨)라면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전국적으로 보면 일본 된장(미소)으로 맛을 낸 미소(ミソ,みそ,味噌)라면, 간장으로 맛을 낸 쇼유(しょう-ゆ,醤油)라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 시오((しお, 塩)라멘도 각각이 원조를 자랑하면서 경쟁하고 있다.

북해도를 4일 동안 다니면서 한 번도 라면을 먹지 못한 것이 아쉬워, 공항 식당에서 나는 라면을 먹었다. 사실 북해도의 상징인 돈코츠라면을 먹고 싶었지만, 같이 간 동료가 아무래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일본 된장(미소)을 넣은 미소라면을 먹자고 하여 귀가 얇은 나도 그것으로 먹었다.
              
공항 광고물
▲ 치토세 공항에서 공항 광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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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일본라면을 먹었더니 무척 맛이 좋았다.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김인숙 가이드가 식당으로 들어오기에 급히 일어나 같이 라면을 먹자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어묵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여 어묵을 한 그릇 사서 같이 먹었다. 주로 채소만 먹는 분이라 일행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같이 식사를 해서 기분이 좋았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본에 대해 다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일본 역사에 통달한 가이드 덕분에 북해도의 역사는 물론 일본사에 대해 책을 한두 권 읽고 싶다는 충동과 한.중.러.일 등과의 영토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공부할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숙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찌 보니 많기도 하다
▲ 일본에서 산 선물들 어찌 보니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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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바다와 산, 온천, 농특산물, 화산, 맥주 등이 너무 유명한 북해도의 여름과 겨울을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오타루와 삿포로를 중심으로 북해도 일대를 돌아보고 싶다. 사진도 찍고 온천을 즐기면서 맥주도 한잔 하면서 말이다.


태그:#북해도 , #기린맥주, #일본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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