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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당에서 대학생들에게 갖는 관심이 더 높아졌어요."

한나라당 내 대학생 모임인 '청년미래포럼 더 流(류)'에서 7기 단장을 맡고 있는 허창환(26)씨의 말이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20대 청년층의 고민을 이해하고 정치적 무관심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 이 포럼을 출범시켰고 올해로 벌써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달 24일부터 2박 3일간 국회와 경기도 영어마을에서 전국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정책캠프를 열고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주당도 이전까지 특별위원회로 존재했던 대학생위원회를 당내 정식기구로 개편하는 등 대학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으로는 대학생인 손한민(26)씨가 선출됐다. 몇 차례 재보궐 선거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대학생들이 활약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한몫 거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학생 조직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내 또 다른 대학생 조직인 대학생정책자문단도 지난 해 12월 27일 9번째 활동을 시작했다. 강희웅(27) 자문단장은 "지난 10·28 수원 장안 재보궐 선거에서 주소지를 옮겨가면서까지 투표한 대학생들의 참여와 6·2 지방선거에서의 젊은 세대가 보여준 힘을 당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대학생 모시기... 적극적인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지난 24일 주최한 대학생 캠프. 전국에서 1000여명이 넘는 대학생이 지원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24일 주최한 대학생 캠프. 전국에서 1000여명이 넘는 대학생이 지원했다.
ⓒ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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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대학생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방학을 맞이해 각종 정책 캠프를 20~30대 젊은 층의 지지가 취약한 한나라당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달 24일 전국대학생정책캠프를 주최한 한나라당은 공격적으로 대학생과의 만남에 나서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 10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지원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허창환 청년미래포럼 단장은 "당 차원에서 대학생 행사를 우선적으로 신경 써준다"며 "당 대표나 원내대표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당내 인사들에게) 강연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해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재 청년미래포럼은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전담하는 직원을 둘 정도로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청년미래포럼을 담당하는 김동희 연구원은 "포럼이 주최하는 행사는 기획단과 함께 여의도연구소에서 진행을 맡는다"며 "운영진은 모두 대학생들로 꾸려지고 전국 5개 지부별로 나뉘어져 정기적으로 정책 제안 등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학생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기 위해 각 모임에서는 가급적 당의 보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유명 강사를 주로 초빙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보수적 색채 숨기고, 대학생 오감 만족시키기 구애작전

한나라당이 주최한 대학생 캠프에 참석한 박소희씨는 "어떤 강연자가 강연 중에 한나라당을 지지해 달라고 이야기해서 부담스러웠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특별히 (정당 색깔을 강조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창환 단장은 "이번 캠프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21세기 신개념 캠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문화체험, 미션부여 등의 다양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당의 색깔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를 통해 참여하는 대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유명 인사들의 강연이다. 이번 캠프에는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전 삼성전자 사장)과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강연자로 나섰으며 지난 캠프에서는 주영철 SK 컴즈 대표이사, 김상헌 NHN대표이사, 황수 GE코리아 대표이사 등 CEO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이 강연자로 나선 바 있다.

정책캠프에 강연자로 나선 인물들을 분석해 보면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최고경영자(CEO) 혹은 젊은 리더들이 많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까페 '스펙업'을 통해 캠프를 알게 되었다는 송우림씨는 "강연자도 좋았고 강연 내용도 너무 좋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동희 연구원은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강연자 선정"이라며 "참가자들이 원하는 강연자들을 주로 초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소 옮겨 투표하기 등 적극적 참여... 대학생 '파워' 실감한 민주당

▲ 지난 18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학생들과의 타운홀미팅에 나서 등록금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지난 18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학생들과의 타운홀미팅에 나서 등록금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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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역시 대학생층 공략의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등 그동안의 선거 승리에 한몫 한 '대학생 파워'를 실감하면서 당내 대학생들과의 접촉면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연세대학교를 찾아 타운홀미팅을 열고 대학생들과 반값등록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2006년부터 대학생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해 온 강희웅 자문단장은 "현재 민주당의 참정치아카데미가 4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열린우리당 시절을 포함하면 정당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4년부터 대학생정치아카데미를 시작해서 운영해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비해서 대학생 모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강희웅 자문단장은 "시작은 일찍 했지만 처음에는 전혀 (당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며 "지난 해 4회 참정치아카데미도 당의 지원이 약해 참석자가 8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의 경우 자문단 출범 이후 매년 개최해오던 대학생 캠프도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학생 캠프는 대학생 기획단이 준비해왔는데 이번에 대학생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등 다른 사업들로 인해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대학생 정책에 있어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에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고 다른 당에서 큰 규모의 행사를 하니까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규모를 크게 한다고 해서 더 실속 있거나 내실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불만은 크다. 지난달 28일 당 개혁특위에서 개최한 '민주당,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의 소통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황시내씨는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높은 20대 투표율 덕을 본 후 20대와 급하게 교감하고 싶어 힙합바지를 찾아냈지만 지금 힙합바지는 유행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대학생들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현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지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대학생정책자문단원인 유방씨(한양대)는 "대학생들이 민주당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대학생들과 제대로 소통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생들이 원하는 건 홍보 보다 소통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학생 프로그램은 모두 대학생 정책제안 기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방학 때마다 다수의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캠프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학생 캠프와 자문단 활동의 결과물이 실제 당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행사들이 실제 당내 정책 결정에 대한 대학생들의 참여 통로가 되기보다 일회성 당 홍보로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최한 캠프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대학생과 직접 관련된 등록금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당 고위당직자가 말을 빙빙 돌리며 명확하게 대답하진 않더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당 활동에 열심인 대학생들이 바람은 명확했다. 일방적인 당 홍보보다는 진정한 소통이 그것이다. 박태민씨는 "대학생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록금,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더 깊게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소희씨도 "이런 행사들이 당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개최되는 것 같은데 일방적 홍보 말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2003년부터 학생위원회 운영 중

정당들 중에 대학생들에게 가장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이다. 2003년 1기 학생위원회가 당내 정식 기구로 출범했고 현재 9기 학생위원회가 활동 중에 있다. 앞으로 학생위원회는 2월 확대운영위원회와 3월 중앙위원회에서 인준을 거친 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다른 정당과는 다르게 전국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중앙당 소속의 학생위원회 산하에 광역시도당 별 학생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으며 해당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도 지부가 운영되고 있다. 각 지부에서 활동중인 대학생들은 전부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그 수는 12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1월, 9기 학생위원장 선거를 마친 학생위원회는 학생위원회(주) 정태호 위원장은 "선거를 진행하느라 겨울에는 중앙당 차원의 대학생 대상 행사가 없었다. 현재 개강 후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정치포럼 등의 행사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여름방학에는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진보정치캠프를 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에도 고민은 있었다. 정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이 각 대학별로 지부를 두고 있지만 현재 대학별 활동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당을 중심으로 각 학교 지부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다가가 민노당의 정책을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현재 대학생위원회가 없는 상황. 중앙당 차원에서 학생위원회를 조직하려고 준비 중이다. 현재 중앙당 차원에서 기획 및 후원하는 행사로는 청년학생당원을 대상으로 한 진보신당 청년학생정치캠프 '액션스쿨'이 있다.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28일까지 6회에 걸쳐 외부에서 활동가를 초청해 진행했다.

창조한국당은 현재 학생위원회가 조직되어 있고, 자유선진당과 국민참여당은 당내 대학생관련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김재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대학생, #민주당,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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