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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외치지만, '불통'이 되는 현상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정치와 소통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뼈아프게 남겨준 대통령 신년 좌담회였다.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는 취지가 되레 '소통을 무시한 정치'란 피드백을 가져왔다. 진정성 없는 MB식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집권 후반에 접어들고 있지만 '불통'의 정치를 내내 지켜 보아야 하는 국민들 마음은 무겁고 답답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설을 앞두고 전국으로 확산된 구제역 기세가 맹위를 떨치면서 전례 없이 우울한 명절 분위기다. 폭설과 조류독감까지 가세해 어딜 가나 걱정과 한숨이 가득하다. 거기에다 대통령까지 걱정과 한숨거리를 더해 줬으니, 원성과 원망이 넘쳐나고 있다.

 

<조·중·동>마저 MB와 등 돌리나?..."소통 문제 있다" 이구동성 지적  

 

설 명절 연휴 첫날 배달된 두툼한 설 특집 신문 지면에서 아쉬움과 분노, 원성이 묻어난다. 전국 대부분 신문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각 신문 사설들은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소통방식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도 더 이상 MB편에 서질 않았다. '관심도 끌지 못했고, 감동도 주지 못한 불통의 좌담회'였음을 사설에서 짚었다.    

 

지역신문들도 대통령의 국민 소통 방식이 문제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을 청와대가 주도한데다 패널이 나와 질문을 하고 답변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대통령 말'만 일방적으로 듣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기 할 말을 다했지만 정작 국민이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도 답변도 없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기자들의 고조된 불만은 2일자 지면에 그대로 옮겨 붙었다. 남은 임기동안 '밀월관계는 더 이상 없음'을 에둘러 예고한 것일까. 보수신문들까지 MB에 등을 돌렸다. 

 

"감동이 없었다.", "저런 좌담회 뭣하러 하나.", "청와대가 사전 기획한 좌담이어서 소통의 한계가 있었다.", "우리도 선진국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없이 기자들과 날선 문답을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

 

청사진이 가득 담긴 여느 신년 기자회견, 또는 좌담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게다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MB정부는 아직도 대선공약 거짓논란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발언이 충청권은 물론 전 지역에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소통 없는 이미지 정치가 설 지역민심을 사납게 자극시켜 놓고 말았다.

 

특히 과학벨트와 관련해 "(대선 때) 충청권에 가서 표 얻으려고 관심을 많이 보였던 건데, 과학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한 대통령 좌담회 발언은 MB정부의 도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주는 중요 척도가 되고 말았다. 지금 충청권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2일자 신문들의 사설을 종합해보면, 2011년 대통령 신년 좌담회는 '일방 소통식 좌담회', '설 민심 뒤숭숭하게 만든 좌담회', '충청권 분노케 한 좌담회' 등으로 요약된다. 지역별로 짚어본다.

 

[서울] "이런 좌담회 왜 했나, 소통 한계..." 보수·진보신문 한 목소리? 

 

<조·중·동>이 이번 대통령 좌담회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은 특이할만하다. <경향>과 <한겨레> 등 진보적 성향의 언론들보다 톤은 약하지만, 청와대를 향해 비판의 견지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그 중 <조선>이 가장 앞섰다. 물론 이들 보수신문의 논조는 언제 다시 돌변할지 모른다. 그간의 행태를 들춰보면 충분히 읽힌다.   

 

우선 <조선>이 달라졌다. 2일자 '대통령 방송 좌담이 남긴 궁금증들'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의 소통 문제를 지적한다. 사설은 "이 대통령은 좌담회를 끝내면서 '앞으로 나부터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분야가 그렇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이런 말을 국민 앞에서 여러 번 해왔다"고 운을 뗀다. 그러더니 <조선>은 지난 달 29일자 사설에서 일갈한 내용을 다시 끄집어냈다.

 

"지금 국민과의 직접 소통도, 언론을 통한 소통도, 여야 간의 소통도 없고, 여여 간에도 간간이 불통을 겪고 있을 정도다. 소통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어떤 벽도 허물 수 없다.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조선>은 지난 달 29일 '대통령 취임 3년에 진짜 기자회견 몇 번 있었나'란 사설에서도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 사설은 "이 정부 들어서 해가 바뀌어도 국민에게 그 해의 국정 방향을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신년 기자회견을 한 번도 갖지 않았다"며 "취임 후 3년 동안 기자회견이라고 이름 붙인 행사를 20여 차례 가졌지만 정상회담 정리 회견처럼 의례적인 것을 빼면 언론과 일문일답을 한 경우가 네댓 번밖에 안 된다"고 성을 냈다.

 

<동아>도 태도가 변했다. 2일 사설에서다. '"개헌 늦지 않다"는 대통령 발언, 현실감 떨어진다'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더는 참지 못했던지 이 신문도 사설에서 소통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청와대가 사전 기획한 좌담이어서 소통의 한계는 있었다. 우리도 선진국의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없이 기자들과 날선 문답을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고 했다.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의 정치'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사설 말미에 덧붙였다.

 

<중앙>도 이날 '대통령의 집념과 정치력'이란 사설에서 "형식이나 내용을 뜯어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고 나름대로 불만을 늘어놓았다. "지금 상황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력"이라며 인사청문회 때마다 잇따른 낙마를 지적하면서 '도덕성'과 '리더십'을 재차 주문했다. 

 

<경향><한겨레>, "청와대가 주도한 국정 홍보 좌담회, 관제 대화"

 

이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비판과 주문은 더욱 혹독했다. 우선 <경향>은 '이런 신년 좌담회 왜 했나'란 사설에서 대통령의 신년 방송 좌담회를 이렇게 규정지었다.

 

"청와대가 주제와 토론자를 정하고 진행방식도 마음대로 정해서 한 좌담회였다. 장소 역시 청와대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을 홍보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좌담회, 듣기 싫어하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되는 좌담회였다. 방송사는 청와대로 가서 중계하는 역할에 그쳤다."

 

<한겨레>도 이날 '남 탓과 궤변만 늘어놓은 이 대통령의 방송좌담회'란 제목의 사설에서 호되게 질타했다. "국정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성찰은 없고 근거 없는 남 탓과 궤변만 난무했다"고 일축해 버렸다. '청와대가 주도한 관제 대화의 한계점'이란 표현도 덧붙였다. 

 

[충청] "과학벨트가 표 때문이었다고?, 대통령 잘못 뽑았다"

 

<한겨레>의 주장처럼 '청와대가 주도한 관제 대화의 한계점' 때문일까. 이날 대통령의 과학벨트 발언으로 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특히 대선 당시 약속을 대통령 스스로 뒤집을 리가 없을 걸로 믿었던 충청도민들에겐 엄청난 충격파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족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충청권에 드리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충청투데이>는 2일 '과학벨트가 표 때문이었다고?'란 제목의 사설에서 "과학벨트 구상은 대선 공약에서 태동했고 정권 출범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충청권 입지 이행을 다짐해왔었다"며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7월 충북도 도정보고 및 '2008 충북발전 전략 토론회'에서 '과학벨트는 충청권 위주로 해야 하며, 관계 장관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1월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명의로 그랬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공약사실 그 자체부터 부인했다"는 사설은 대통령이 공약을 뒤집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사설은 암시했다.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로 과학벨트를 끌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충청권 설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미에서 무겁게 전했다. 

 

이날 <대전일보>도 '"과학벨트 백지상태서 추진"… 제2의 세종시 되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충청권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확인한 사안"이라며 "그러나 이 공약을 폐기하려는 의도는 일찌감치 감지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얼마 전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대덕특구를 방문, '전국이 과학벨트 후보지'라며 운을 뗐다. 또 정부는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안에 과학벨트를 슬그머니 영남권에 포함시켰고, 과학벨트 내에 설치해야 할 방사광가속기를 포항에 가져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어제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문제는 정치적이 아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선 공약도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암시해준 대목이다. 이 지역 인터넷신문 <디트뉴스 24>가 이날 메인화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올린 '"대통령 잘못 뽑았다" 충청권 폭발'에서 지역 민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영남] "일방소통 식 MB좌담회", "과학벨트 유치 청신호 켜졌다" 엇갈린 반응

 

영남권은 두 기류다. 하나는 '대통령 신년 좌담회가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남은 임기를 걱정하는 쪽과 '과학벨트 유치에 청신호가 드리웠다'는 긍정론이 대별됐다.

 

<부산일보>는 1일 좌담회가 끝나자마자 '국민 감동과 거리 먼 일방소통 식 MB좌담회'란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대통령의 국민 소통 방식이 문제"라고 꼬집은 사설은 "대통령은 취임 후 3년이 지나도록 시국 현안 전반을 놓고 언론과 난상토론을 벌이는 신년 기자회견을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야당과의 소통도 문제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지 않은 것이 28개월이나 됐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국제신문>도 2일자 사설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끝난 대통령 신년좌담'에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며 "어제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의 신년 방송 좌담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고 쏘아 붙였다.

 

"국정 전반에 대해 종합백화점식으로 이야기했지만,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사설은 "무늬만 대통령과의 대화였지, 실은 대통령만의 대화였을 뿐이다. 대통령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했을지 모르지만,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 말씀'을 강요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게다"고  '소통 부재'를 나무랬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과학벨트 유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왔던 대구·경북지역 언론은 달랐다. 다른 지역과는 다른 분위기를 애써 드러낸 기사와 사설들이 눈에 띈다.

 

<경북일보>는 2일자 1면 '과학벨트 유치 청신호 켜졌다'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입지선정과 관련, 백지화 상태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반겼다.

 

신문은 또한 이날 사설 '과학벨트 입지 선정, 정치권 입 다물어야'에서도 "최근 정치권이 성급하게 나서 논란을 빚고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과 관련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 표명은 당연하고, 앞으로 이 같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과학벨트 관련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한 야당의 비난에 대해 우리는 공감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숨긴 의도가 훤히 읽힌다.

 

이날 <영남일보>도 비슷한 맥락의 기사를 흘렸다. ''과학벨트 원점서 재검토' 관련 정치권 반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구·경북으로선 다행"이란 표현으로 리드를 전개해 나갔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대해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희망이 생겼다"는 기사는 "지역 정치권은 과학벨트와 관련된 이 대통령의 입장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전하면서 지역 정가 반응을 비중 있게 다뤘다.

 

[호남] "과학벨트 호남유치 힘 받는다...지역출신 국회의원들 밥값 하는가?"

 

호남지역도 그동안 과학벨트 유치전에 은근슬쩍 가세해 정치권을 긴장시키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의 신년 좌담회 발언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매우 바빠졌다. 

 

2일자 <전남매일> 1면 머리기사는 의중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 대통령, 과학벨트 충청입지 백지화, 호남 유치 힘 받는다'는 제목의 기사는 "'전국공모' 방침을 천명한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과학벨트 유치전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충청권 유치를 거듭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의 당론 재조정과 더불어 최대 지지기반이자 텃밭인 호남유치를 위해 당력을 모아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사는 또 "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입장을 확고히 함에 따라 과학벨트 호남 유치를 위한 광주·전남 지자체와 의원들의 유치전도 한층 조직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남일보>도 이날 기대에 부풀었다. 1면 "과학벨트 원점서 재추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싸고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충청권 공약이 아니다'고 밝혀 광주시의 유치 전략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했다.

 

<전북일보>는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 밥값 하는가'란 제목의 이날 사설에서 한술 더 떴다. 과학벨트 논란과 관련해 "마치 총성 없는 경쟁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표현한 뒤 "3조5천억원이 들어갈 초대형 국책사업 유치를 위해 각 시·도들은 정치권과 유치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도정과 엇박자로 노는 국회의원들은 지금 뭘 하는가"라고 지역 정치권을 질타했다.


태그:#대통령 신년 좌담회, #조중동, #과학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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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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