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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는 아프리카의 동키들
▲ 동키(당나귀)들 차도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는 아프리카의 동키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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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난 여행하는 이방인인데,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

흔치 않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이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도난을 당했거나 혹은 필자처럼 갖고 있던 달러를 적절하게 배분해서 쓰지 못하고, 현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무분별하게 쇼핑을 즐겼거나.

배낭여행과 쇼핑은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하나, 그랬다. 평소 가죽을 좋아하는 이유로, 몇 번의 레이저 발광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맘에 드는 제품을 만나 몰입할 때의 그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 발광 시간! 이집트에서 "장인이 한 땀, 한 땀 꿰멘" 듯 한 가죽 카페트 앞에서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천연 송치 가죽쿠션 앞에서.

동물가죽을 덧대어 만든 아름다운 의자
▲ 의자 동물가죽을 덧대어 만든 아름다운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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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죽제품에 꽤 큰 매력을 느낀다. 아직도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가죽을 좋아하는 것의 딜레마에서 허우적대고는 있지만 가죽제품에 매력을 느끼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또한, 눈빛은 반짝거리나 거무칙칙해진 나의 얼굴과 남루한 차림새를 문득 볼 때면 꾸미고 싶은 여자로서의 허영심이 고개를 들곤 했다. 그렇다고 꽤나 괜찮은 모습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은제품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의 한 거리에서 기분전환 겸 귀걸이와 목걸이라도 하나 걸면 기분이 더할나위 없이 업(up)되곤 했다. 그런 기분 전환은 꼭 필요하다 혼자 위안 삼으며, 더하면 안될 '쇼핑'이란 목록이 다시 한 번 추가 되는 상황을 만들곤 한 것이다.

우리가 아는 십자가(cross)와 다르지만 이들의 십자가이다.각 마을마다 고유의 십자가가 있다.
▲ 은 십자가 목걸이 우리가 아는 십자가(cross)와 다르지만 이들의 십자가이다.각 마을마다 고유의 십자가가 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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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찌되었을까?

큰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종국엔 너무 일찍 각 나라 국경지역에서 비자를 받고 내야 할, 비자피(VISA fee)마저도 모자랄 지경이 오고 말았다.

그 나라에서 쓸 돈을 그 나라 돈으로 찾는 것이야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달러를 다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달러를 정부차원에서 관리하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각 나라에서 쓸 돈은 도시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뱅킹으로 한인 교민의 통장으로 이체를 하고, 현지 돈으로 받는다거나 혹은 카드가 되는 ATM기기를 찾아서 그 나라 돈을 인출한다거나 하는 방법 등으로 말이다. 그러나 비자피를 만들기 위한 달러를 만드는 것은 꽤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물론 블랙마켓에서 손해를 좀 보고 비싸게 달러를 사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출국하는 한국 사람을 만나 그녀의 달러를 현지 돈으로 산 경험이 있다. 

태권도를 배우세요.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도장
▲ 태권도 도장 태권도를 배우세요.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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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할 거였으니 지금 돈이 없는 것은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하루 안 먹는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는 물과 비스켓이 있으니 그것 또한 별로 걱정스러울 것은 없었다. 이제는 제법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하루 정도는 거칠 것 없는 수준이었으니 케냐에서 에티오피아로 넘어가는 지금은, 힘든 여정은 거의 지나간 거였다.

에티오피아의 한 빵가게
 에티오피아의 한 빵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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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어김없이 새벽부터 출발했는데 8시경 15분 정도의 티타임을 거쳐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버스에 오래 앉아있었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한 삼 사십분 후면 버스가 출발할테니 그 때까지 광합성이나 하리라는 생각으로 버스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퍼렌지'가 신기해서 내 앞으로 모여든 몇몇의 아이들, 제각기 서둘러 식당으로 들어가는 승객들, 한가로운 노점상의 상인들, 자기 무게만큼의 짐을 지고도 기특하게 걷는 동키(당나귀)까지... 아프리카 작은 마을의 한가로움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더구나 그것을 더욱 완벽히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인심'이다.

" 밥 안 먹고 뭐해? "
" 아, 밥 생각이 없어서요. "
" 에이. 그런게 어딨어!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끼니 챙기는 게 최고야. "
" 아, 난 괜찮아요. "
" 일단 어서 와."


능숙하게 사람들을 일사분란하게 정리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는 나이가 좀 있어뵈는 차장이었다. 운전기사와 차장 및 다른 직원까지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인 모양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핸드폰 가게
▲ 핸드폰 가게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핸드폰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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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선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서가 많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이들은 식사를 할 때, 권하는 문화가 있다. 물론 다른 아프리카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들은 서양문화와 뚜렷한 대비를 보이는 점이다. 한 에티오피아 친구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외국 애들 보면 신기해. 걔네는 식사를 할 때 옆 사람이 신경 쓰이지도 않나봐. 옆 사람이 있어도 권하거나 그런 게 없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실제로 외국친구들과 생활을 하다보면 좀 더 합리적인 부분에 치중해서 그런지 조금 개인적인 성향이 엿보이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좋다, 나쁘다로 가릴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라는 개념에 익숙한 나로선 에티오피아의 이런 정서가 좀 더 친숙했다.

각종 다른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 인제라 각종 다른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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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멤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서 앉으라며 편하게 맞아주었다. 더구나 내 몫의 식사를 또 시켜야 되는 상황이면 내 입장이 어색했을 테지만 다행히 에티오피아의 주식은 '인제라'였다. 테프(teff)라는 곡물을 발효시켜 구운 전 같은 모양에 다른 음식을 얹어 함께 싸먹는 방식이다. 커다란 그 인제라를 몇인분 시켜 내 손만 하나 더하니 그렇게 민망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손을 내젓는 내게 함께 들라며 얼마나 종용하던지... 결국 나는 감사하게 그들의 식사에 끼게 되었다. 나 때문에 물론 입이 하나 더 늘어서 추가주문까지 하고 각각 음료수까지 시켜먹어, 결국 거한 밥상을 받은 셈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총 6개월의 여정을 바탕으로 기고합니다. 외래어의 경우, 소리나는 대로 발음 표기하였습니다.



태그:#에티오피아, #아프리카 여행, #인제라, #아프리카 종단,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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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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