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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공기가 다르다고 했다. 이제 곧 고향과도 같은 종달리로 간다.
▲ 제주공항에 내린 막내 제주도의 공기가 다르다고 했다. 이제 곧 고향과도 같은 종달리로 간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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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떠난 후 6년 만에 온 가족이 처음으로 제주를 찾았습니다. 아니,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은 제주도를 떠난 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가는 길이었습니다.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과도 같은 제주도입니다. 막내는 네 살 때 그곳에 가서 초등학교 1학년을 그곳에서 마쳤고, 큰딸과 둘째딸은 초등학교를 그곳에서 졸업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 그곳이 고향과도 같을 것입니다. 어쩌면 나와 아내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사무치게 그리운 곳이 그곳이었을 것입니다.

겉에만 약간 리모델링되고, 나머지는 그대로이다.
▲ 6년 전에 살던 사택 겉에만 약간 리모델링되고, 나머지는 그대로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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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던 사택은 다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으니 조금은 변했습니다. 그 작은 집에서의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나는 커다란 지네에게 물린 아내와 지네로 담근 술이 관절통에 좋다고 해서 지네 잡던 생각이 났습니다. 아내는 밤에 종달리 바다에 나가 횃불을 밝히고 낙지를 잡던 일이 생각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이 날까 싶었더니 친구들과 뛰어놀던 종달리 골목길과 동네 유일한 구멍가게였던 '승희상회'가 생각난다 했습니다. 골목길을 한 바퀴 도는데 아이들은 '아무개네 집'이었다며 지금도 그 아이들이 그곳에 살까 궁금해합니다.

종달초등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팽나무, 종달리 아이들 중에서 저 나무 그늘에 앉아 쉬지 않은 아이들이 있을까?
▲ 종달초등학교 종달초등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팽나무, 종달리 아이들 중에서 저 나무 그늘에 앉아 쉬지 않은 아이들이 있을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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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오랜만에 왔다며 동창회로 모인답니다.

한 학년이 열댓 명 정도였으니 서로들 기억을 하고 있고, 그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나 봅니다. 어른들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이들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막내는 자기들끼리도 잘 알아보지 못하다가 이내 옛 모습을 떠올립니다. 여름날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쉬곤 하던 팽나무 그늘, 변하지 않은 듯 이전보다 더 풍성한 나무가 되어 있습니다.

종달초등학교 정문에 서있는 돌하르방, 후문에도 이보다 작은 돌하르방이 서있다.
▲ 돌하르방 종달초등학교 정문에 서있는 돌하르방, 후문에도 이보다 작은 돌하르방이 서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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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초등학교 정문과 후문에는 돌하르방이 있습니다.

날마다 볼 때에는 그저 밋밋했는데, 이리도 오랜만에 보게 되니 모든 것이 다 특별해 보입니다. 막내는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로 했답니다. 고3이 되는 둘째딸의 친구들은 추렴해서 세화에 있는 갈빗집에서 돼지갈비를 먹는다고 합니다. 아내와 나는 오랜만에 친분을 나눴던 분들에게 인사를 다닙니다. 아이들은 몰라보게 변했고, 어른들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서울생활을 하느라 나만 더 많이 늙었나 싶으니 조금은 서글픕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 축구를 하고 있다. 천연잔디구장이다.
▲ 아이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 축구를 하고 있다. 천연잔디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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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도 달렸다고 하고, 운동장에서 축구도 했다고 합니다.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그동안 동네에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듣고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변화가 있기도 했고, 그냥 그대로이기도 합니다. 그냥, 이 정도의 속도와 변화가 알맞은 것 같습니다. 도시의 변하는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도시만 빠르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빠르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종달리에 사시는 분들은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그대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밥상에 올릴 것들을 거저 주었다. 그랬었다.
▲ 톳 자연은 밥상에 올릴 것들을 거저 주었다.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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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를 하러 바다에 나갔습니다.

종달리에 살 적에 종종 나가 우도를 바라보기도 하고, 사시사철 갯바위에 피어난 꽃들을 만나려고 자주 찾던 곳에 섰습니다. 물이 빠져서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바위의 아랫부분이 드러납니다. 바위틈에 손을 넣어보니 성게가 있고, 바위에는 싱싱한 톳이 무성합니다.

종달리에 살았더라면 톳 한 줌에, 바위틈 성게 조금이면 밥상이 풍성해졌을 것입니다. 톳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고, 성게는 노란 알을 정성껏 모아 성게 미역국을 끓여 먹으면 별미였지요. 그런 맛들을 포기하고 선택한 서울생활, 과연 행복한 것인지 잘한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그래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렵니다. 사람은 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니까요.


태그:#종달리, #종달초등학교, #돌하르방,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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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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