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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진영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와 국민참여당 부설 참여정책연구원이 주관하고 민주노총이 후원한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27일 오후 2시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참여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자들의 참여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열띤 토론으로 예정된 시간을 1시간이나 넘어서기도 했다. 토론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인한 비정규직 급증이 큰 사회적 문제임을 공감하면서 꾸준한 관심이 없으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데 입을 모았다.

[노동계] "노동3권 박탈된 비정규직은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노동계의 현실 인식은 심각했다.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IMF 이후 비정규직이 많아졌다, 이제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수탈이 일상"이라면서 "참여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의지가 강하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최 소장은 "한국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과장해서 자본가 독재 국가"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전면 박탈당한 상태다, 비정규직 문제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자유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얘기를 꺼내면서 최 소장은 "민주노동당은 1년에 100만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스페인 사회노동대중당처럼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월급 180만 원을 받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IMF 때 손님이 줄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정규직 2년 계약에 월급 90만 원의 조건을 수용했다. 그것도 회사가 어용노동조합과 합의한 것이다. 2년이 지나자 손님이 회복됐다. 그런데 회사는 용역업체를 들여와 그들과 계약하라고 했다. 월급은 60만 원으로 줄었다. 이렇게 비정규직이 양산된다."

이어 정 위원장은 "화물 노동자, 학습지 교사 등 회사의 지시대로 일하는 이름만 사장인 특수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또한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동희오토와 같이 부서를 전부 쪼개서 사실상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 편법도 사라져야 한다"며 "군사 독재보다 무서운 게 자본 독재"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도 참여정부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넘어갔다. 그는 "참여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지금 힘 없고 가난한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만들어지는 사회가 됐는데 이명박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어 걱정이다"라며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진지하게 이 문제를 검토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터에서 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 수요를 줄여나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인사] "미흡한 것 인정, 경험이 부족했다"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노동계의 날선 비판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얘기했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 자체가 힘들다. 국회에서 협조를 하지 않으면 입법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장관 시절에는 시행령, 규칙을 개정하는 쪽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계가 있었다. 한 번 더 해보면 정말 잘할 수 있다."

그러면서 유 원장은 "참여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했지만 성과가 미흡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쉬운 것부터 해나가면서 동력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보수 자유적 국가 이론에 짓눌려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민간에서 자유와 정의가 침해당하면 국가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하는데 진취적인 생각이나 용기가 부족했다, 국민참여당은 기간제보호법의 취지를 살리는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도 발언에 나섰다. 참여정책연구원 이사를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아무리 양보를 해도 보수보다는 진보가 압도적으로 유능하다, 보수는 반성도 안 한다"며 "참여정부는 비정규직 대책에 있어서 미숙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이 아예 끝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은 불공정한 경제 체제와 노동자들에 대한 약탈이 100여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진보개혁진영이 집권하려면 전체적인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진보개혁진영은 짧게는 1, 2년 길게는 5, 10년 뒤 이렇게 바뀐다고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세금을 내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줄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 "진보개혁진영 모두의 책임"

발제를 맡았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고용의 질이 가장 떨어진다, 최소한 남부 유럽 수준은 되지 않겠나 싶었는데 고용의 질이 최하위 권인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고용의 양에만 관심이 많을 뿐 질에는 전혀 고민이 없다, 보수의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참여정부의 문제점도 함께 들췄다. 김 소장은 "참여정부도 잘한 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제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는 
노사정위원회를 믿고 맡겼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공약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었기에 참여정부가 일정 부분은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유시민 원장이 예로 들었던 관료 조직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유시민 전 장관의 예처럼 장관이라는 자리는 '독박' 쓰기 딱 좋은 자리가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결재는 차관 선에서 이뤄져 업무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관료 조직 전체가 한 사람만으로 변할 수는 없다, 과장급 인사까지 같이 변화를 주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노동계 일각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소장은 "기간제보호법은 민주노동당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유연하지 못했고 소수당으로도 일정 구실을 할 수 있었으나 방기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에 대해 김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감독 강화가 시급하다, 주 52시간 이상 불법 초과근무가 16.6%의 사업장에서 일어나는데 이를 단속하면 일자리를 50만개 가량 늘릴 수 있다, 비정규직 관련 법률을 만들거나 고치고 더욱 엄정하게 해석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더욱 주목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용의 문제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시장에 대한 한국의 공공지출은 0.49%인데 OECD 국가의 평균인 1.37%의 ⅓수준에 불과해 어떤 정책을 써도 효과에 제한이 있다. 재원조달 방법 및 지출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공정한 재원 부담과 생산성을 높이는 지출은 정치권에서 고민해야 할 몫이다." 

윤 교수는 이어 "진보개혁진영이 대립하지 말고 정책 연대를 통해 한국의 뿌리 깊은 중간 착취 구조를 없애고 열악한 상태에 놓인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아래에서 위로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단속, 사회 복지를 강화하고, 위에서 아래로는 대기업 질서나 공공부문의 직접 고용, 경쟁 입찰에서의 인건비 제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당한 돈이 필요하고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야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

한국노동연구원 출신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청년고용할당제와 같은 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한국 시장은 제대로 된 시장이 아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따라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OECD 국가를 기준으로 1~2위를 다툴 정도"라고 지적하며 "청년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생각해 볼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는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다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통제가 필요하다"며 "법을 어떻게 만들고 집행할 것이냐가 진보개혁진영의 숙제다, 진보개혁진영이 연대하고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한국 노동조합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 구조를 함께 봐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상향·하향 평준화가 아닌 중향 평준화에 길이 있다.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LO)은 많은 임금을 받았던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그 몫을 낮은 임금의 노동자에게 돌렸다.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도 이런 방향에서 접근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 사이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노조에서 이런 문제를 눈 감으면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의 노조는 노동자들의 조합이 아니라 종업원들의 조합이라는 생각도 든다."

김 소장은 이어 "최저 임금은 현실성이 있도록 올려야 한다"면서도 "기업 입장도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 기업의 대부분이 흑자를 못 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수출 강국 사이의 특수한 지형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고용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휴식 없이 진행된 4시간의 열띤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았던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와 노동계·학계 인사 등 진보개혁진영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는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앞으로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다른 당도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한자리에 모여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마무리 발언을 마쳤다.

태그:#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참여정책연구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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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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