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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하루 앞(27일)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은 "헌법을 수호할 헌법재판관으로서 충분한 도덕적 자질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쟁점은 '전관예우' 의혹과 '공안탄압' 논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우선, 촛불집회 정국 이후 공안통치의 흐름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꼽히는 박 후보자가 중립성을 지켜야 할 헌법재판관 자리에 앉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박 후보자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 촛불집회 대응을 주도한 핵심 중 한 명이었고, 미네르바 사건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그러나 촛불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기소근거인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났고, 미네르바 사건 역시 무죄 판결이 났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은 위헌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맡기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한 이유다.

 

박 후보자는 대검 공안부장으로 부임하기 전 울산지검장으로 재직할 시에도 울산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 "단순 참여자까지 모두 처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의 이 같은 '법질서 수호' 의지가 청와대의 헌법 재판관 지명을 이끌었다는 평이지만, 야당 측은 헌재의 보수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헌법재판관 3명과 대법관 5명이 교체되는 사법권력 전환기를 틈타 헌재·법원의 보수화, 친정권화를 꾀하고 있다"며 "첫 번째 단추인 박한철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은 검증을 실시해 적격여부를 가려 내겠다"고 밝혔다.

 

김앤장 재직시 4개월간 재산 4억 4000만원 늘어...'전관예우' 의혹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를 낙마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전관예우' 의혹은 박한철 후보자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 해 7월 서울동부지검장에서 물러나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박 후보자는 김앤장에서 근무한 9월부터 12월까지, 약 4억 4000만 원의 재산이 증가했다. 월 1억 원 이상 재산이 는 셈이다.

 

이는 2007년 검찰을 떠난 뒤 법무법인 '바른'에 취업해 7개월간 7억 원을 벌어들인 정동기 전 후보자와 매우 유사한 행적이다. 정 전 후보자는 "보수가 많은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 마음 아프게 해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다"며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4억 원 중 1억 원은 검사 퇴직금이고 1억 원은 에쿠스 차량 값이다, 에쿠스는 헌재 재판관 지명 직후 김앤장에 사표를 내며 반납했기에 내 재산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질적인 재산 증가분은 2억 원이라는 항변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법사위원인 박우순 의원 측에서는 "2억 원이라고 해도 매달 5000만 원 가량을 받았고, 근무 일수로 치면 하루에 몇 백만 원을 받은 것인데 이를 순수한 월급으로만 보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과거 김앤장이 전직 고위공직자나 고위법조계인사를 기용해 온 전례에 비춰봤을 때, 박한철 후보자 또한 전관예우를 목적으로 기용된 것이 분명하다"며 "그동안 권력유착과 정부자문을 고리로 한 입법 관련 로비,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앤장에서 최고사법기관에 복귀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며 박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전관예우 의혹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앤장 대표 청문회 불참 위해 집요하게 로비"... 결국 불참

 

특히,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김앤장법률사무소 설립자 김영무 대표가 청문회에 나오지 않기 위해 끈질긴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관예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전관예우 부분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김영무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자 김 대표가 청문회에 나오지 않기 위해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는 것이 민주당 법사위원들(박영선, 이춘석, 박우순, 박지원)의 주장이다.

 

이들은 "김앤장 측은 김영무 대표 대신 이재후 대표변호사를 증인으로 변경해 달라며 집요하게 로비를 벌이고 있다"며 "법사위원들과 연고가 있는 소속 변호사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하루에 수차례씩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을 남긴 김영무 김앤장 대표는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청문회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무 대표의 증인 채택을 주도한 박우순 의원은 "외국에 나갔다는 사유를 들어 불참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한나라당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꼭 김 대표를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선 의원 측은 "청문회에서 김앤장의 전관예우 문제 등을 집중 조명할 생각"이라며 "동시에 전관예우를 막을 수 있는 법안 마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전관예우 자체를 막을 방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여론을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들이 퇴임한 이후 2년 내 재취업을 금지하는 사기업으로 '자본금 50억 원 이상 연평균 외형 거래액 150억 원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자본금이 적은 사기업으로 이동하는 게 자유로운 것이다. 이 법안의 규정을 좀 더 엄격하게 잡거나 아예 특정 기간 동안 회계법인·법무법인·법률사무소에 재취업을 할 수 없게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논의에 박차를 가해 제2의 정동기, 박한철의 싹을 자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문회 단골인 '불법 재산 증식' 문제 등은 드러난 게 없어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로 등장해 온 불법 재산 증식 관련 문제는 일단 그에게는 약해 보인다.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재산 문제를 파 봤지만  나오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앤장 부분에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김앤장에서 헌법소원이 걸려 있는 사안을 몇 건 수임하고 있다"며 "박 후보자가 김앤장에 있다가 왔으니 재판관 9명 중 8명이 판결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나, 제척사유가 된다"고 문제 제기했다.

 

박 후보자의 경우 대통령 임명 몫으로, 본회의에서 임명동의 표결은 하지 않아도 된다. 청문회를 끝으로 더 이상의 임명 제동 장치가 없는 상황이기에, 민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총력을 다해 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태그:#박한철 ,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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