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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동안 수몰 지역의 주민을 다 이주시켰고, 보상금도 지급했다. 또 엄청난 돈을 투입해 대체도로를 만들고 학교도 지었다. 그런데 그들은 댐 건설을 중단했다. 지난 58년 동안 유지해오던 또 다른 댐도 부수기로 결정했다. 댐은 홍수를 일으켰고, 수질을 악화시켰으며, 지역경제마저 완전히 파괴했다는 것이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지난 12월 8일,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일본 구마모토현을 찾아갔다. 가와베가와 댐 건설을 중단하고, 아라세 댐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일본의 뼈아픈 선택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도 40~50년이 흐른 뒤에 일본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해외기획-일본은 왜 댐을 부수나'를 통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조명했다.  <편집자말>

2010년 새해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충청권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벽두부터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6·2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하면서 불도저처럼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던 이명박 정부도 결국 슬그머니 수정안을 내려놓았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총공세와 당시 '세종시 총리'라는 정운찬 총리의 사활을 건 승부수가 통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원안사수'라는 지역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지역언론들은 세종시 수정안에 어떤 보도태도를 취했을까?

 

지난해 1월 10일 '대전충남민언련 언론모니터위원회'가 내놓은 모니터 결과는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비판보도가 줄고,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가 늘어났다"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역 언론의 입장은 뭐냐"고 묻고 있다.

 

이 단체의 보고서 첫 머리 부분을 잠깐 들여다보자.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에 대한 최종 수정안 제시가 임박한 가운데 지역 신문의 세종시 관련 보도가 지난 11월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지역 신문의 보도 태도 변화가 지난 12월 7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가진 지역언론 편집국장, 편성국장 간담회 이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충북지역 언론들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충북민언련이 지난 해 3월 11일 내놓은 지역언론 모니터 보고서 제목은 <세종시 수정안, MB 비판 쏙 들어갔네>다.

 

'세종시 수정안, MB 비판 쏙 들어갔네'

 

지난해 초 지역언론의 4대강 관련보도는 어떠했을까?

 

충청지역 대다수 지역언론들은 지방선거를 전후해 <충청 젖줄에 '금강 8경' 만든다> <죽어가는 금강 못 살리면 충남 미래도 없다> <'보'건설 물부족 해결·수질개선… 금강 환경 살린다> <금강살리기' 일자리·관광수요 창출 지역경제도 살린다> 등을 통해 금강살리기 사업내용과 효과를 알리는 기사를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40여 년 동안 벌여온 댐 공사 중단과 58년 동안 가동돼 온 멀쩡한 댐을 철거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일본의 지역언론은 어떤 보도태도를 취했을까? 일본 현지취재 계획당시부터 취재팀이 가졌던 의문이었다.

 

 

지난해 12월 8일, 취재팀이 일본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여장을 풀기도 전에 구마모토에 있는 지방일간신문사로 먼저 달려갔다.

 

취재팀을 맞이한 사람은 <구마니찌신문>(熊本日日新聞)의 다카미네 다케시(高峰 武)논설위원장이다. 다카미네 논설위원장은 사회부장 재직 당시 가와베가와댐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와 댐 문제를 주제로 2시간 반 동안 대화했다.

 

그는 인터뷰 시작을 신문에 대한 은근한 자랑(?)으로 시작했다. 

 

"현재 조간 35만부, 석간 8만부 등 매일 43만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구마모토현(인구 200만 명)내 신문구독자의 70%가 우리 신문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당시 이 신문의 다가와 겐세이(田川 憲生) 상무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전국의 중앙지가 한데 뭉쳐 도전해 온다고 해도 우리 신문을 이길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사실 이 정도면 자랑할 만하긴 하다. 한국에서는 서너 개의 중앙언론이 사실상 전국의 신문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 또한 다른 선진국가에 비해 중앙지 비율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5개 전국지의 발행부수가 전체 일간지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신문구독자의 70%를 지방언론이 점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뉴스이기도 했다.

 

첫 문제의식 "대형공사 이대로 좋나, 환경에 문제 없나?"

 

 

곧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에게 가와베가와댐 문제를 다루기 전에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는지를 물었다.

 

"한마디로 정부가 벌이는 '대형공사 이대로 좋은가'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환경에 문제가 없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주민의견을 묵살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댐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백지화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사회부 기자로 일하던 당시에는 한센병과 미나마타병을 취재했다. 그가 쓴 지역신문의 관점에서 쓴 '미나마타병과 매스컴'을 주제로 한 글은 다른 사람들의 글과 함께 번역돼 한국독자들에게도 소개된 바 있다('끝나지 않은 수은의 공포', 이 책은 미나마타병에 대한 여러 사람의 강의 내용을 모아 정리한 것으로 미나마타병의 역사와 재판, 투쟁 및 피해보상의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내용을 다루고 있다).

 

"미나마타 시에 수은중독으로 미나마타병이라는 공해병이 일어났는데 지금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 경우 우리의 원칙은 환자입장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약자인 피해자를 지키고 힘이 돼줘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와베가와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도해 왔을까?  

 

"정부에서 40년 전부터 댐 건설을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따라서 찬성이냐 반대냐는 입장보다는 상·하류 주민간 시간적 시차를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위해 상·하류 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수몰예정지였던 상류의 이츠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신문에 1년여 동안 '이츠키 일기'를 연재했습니다. 이츠키마을에 취재기자들이 들어가 댐 건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취재했습니다. 오랜 시간 차이로 생긴 상류지역 주민과 하류 및 지역주민과의 간극을 메워주자는 의도였습니다. 지방신문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3명의 기자가 마을 주민들과 숙식하며 밀착취재"

 

2∼3명의 기자가 번갈아 이츠키마을에서 주민들과 숙식하며 그들의 생활과 댐에 대한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2000년 1월 시작된 첫 기사는 아츠키마을 어귀에서 만난 여자어린이 이야기다. 이렇게 시작한 '이츠키 일기'는 2001년 4월 하류에서 이주해온 한 도예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2005년 초 이 신문사에서 연재기사를 묶어 펴낸 책(제목: 거대한 댐에 동요하는 자장가마을)은 약 500쪽에 달한다. 이츠키마을 사람들 대부분을 비롯 나무, 비석, 풍습, 단체 등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처음엔 기자들이 배척받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이 주민들과 숙박을 같이 하며 찬반입장을 그대로 전하자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이어 <구마니찌신문>에서는 두 번째 기획으로 2002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2년여 동안 가와베가와댐 관련 쟁점을 밀착취재 보도했다.

 

이 신문사에서는 10년간의 꼼꼼한 취재기를 바탕으로 지난 2009년 <댐의 행방, 가와베가와댐은 묻는다>는 제목의 책(약 300쪽)을 펴냈다. '누구를 위한 댐인가-!?'라는 소제목이 붙은 이 책은 전후(戰後) 일본의 공공사업 문제를 다룬 역작으로 평가돼 '일본신문협회상'을 받는 등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08년 구마모토현지사가 댐건설중지를 선언하자 <구마니찌신문>은 신속하게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였다. 여론조사 결과 현지사의 결단에 대한 지지여론이 85%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중앙정부가 현 지사가 댐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게 하는 동력이 됐다.

 

9번의 주민토론회, 특집면 만들어 자세히 보도

 

"댐 문제에 찬성이나 반대가 아닌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전하고 자 애썼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제점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기자 개개인의 경우에도 댐 건설에 찬성하는 기자, 반대하는 기자, 중립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기자들의 입장을 떠나 사안에 대한 비판적 제시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실제 <구마니찌신문>은 일 정부가 댐 건설에 찬성하지 않은 사람을 찬성한 것처럼 둔갑시키고, 심지어 죽은 사람에게까지 동의서를 받은 일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2년여 동안 가와베가와댐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던 9번의 주민대토론회는 특집 면을 만들어 자세히 보도했다. 

 

일본 최초의 댐 철거 사례로 기록된 아라세댐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의 입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구마모토현현지사가 처음에는 아라세댐을 철거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이를 번복한 일이 있었다.

 

"철거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놀랐습니다. 구마강이 지역의 보물이기때문에 가와베가와댐 건설 중지를 선언하고 아라세댐은 남긴다? 모순된 말입니다. 주민들의 낙심이 컸습니다. 물론 현지사가 방침을 변경한데는 92억 엔에 달하는 철거비용에 따른 재정난이 작용했습니다."

 

- 구마니찌 신문에서는 아라세댐 철거를 보류한다는 현 지사의 입장변경을 어떻게 보도했나요?

"사설을 통해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번복한 것은 설명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납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댐 건설 과정에서 지역 토건업자와 결탁이나 유착과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았습니까?

"웬 걸요? 가와베가와댐 건설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업자가 결정됐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댐 건설비용이 모 정치가의 품속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정확한 증거가 없어 건설업자가 유착돼 있다는 보도는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댐 건설업체의 돈이 자민당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기사는 썼습니다."

 

"댐 건설 중지시킨 결정적 힘은 '지역민의 의식'"  

 

 

 

- 구마니찌 신문 보도가 댐 관련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문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신문에 보도됐다고 세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론은 어떤 사안에 대해 구멍을 뚫는 도구이지만 한 가지 도구만으로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40여 년동안 추진해온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중지시킨 결정적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우선 주민대토론회는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댐이라는 한가지 문제로 직접 이해관계자인 주민과 행정 주체가 한곳에 모여 토론했습니다. 이는 주민들에게 '귀중한 자연을 파괴해도 좋겠는가'라는 물음에 분명한 답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장선에서 눈여겨 볼 것이 있습니다. 원래 민주당 정부가 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던 곳이 군마현의 얀바댐과 구마모토현의 가와베가와댐 두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쪽의 얀바댐이 있으면 서쪽에는 가와베가와댐이 있다고 꼽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얀바댐의 경우 댐건설 중단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얀바댐 주변 지역민들이 댐 건설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차이는 지역민의 의식입니다."

 

다카미네 논설위원장은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에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설명한 후 의견을 물었다.

 

"나라마다 사안마다 성격이 다를 것입니다. 다만 가와베가와댐 건설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한번 파괴된 자연은 다시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댐 건설 반대 운동이 결과로 자연이 남았습니다. 댐이 생기면 강은 죽습니다.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중지되지 않고 완성된 댐도 많이 있습니다. 현재 이런 곳에서는 댐 내에 퇴적된 토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가의 공공사업을 환경의 가치만을 놓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정부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가 공공사업은 법 이전에 주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법 말하기 전에 주민의 마음 사라...강은 하나"

 

 

그는 한국 정부와 주민들에게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조언을 이어나갔다.

 

"한국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정부가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어떻게 환경을 지켜나가겠는가를 주민들과 의논해야 합니다. 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언론과 환경단체들은) 주민들의 문제의식을 연결해야 합니다. 댐 건설로 막대한 보상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댐 문제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와베가와댐 건설 과정을 예로 들자면 상류지역 주민과 하류지역 주민이 같은 마당에서 얘기할 때 문제가 다각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지역언론의 역할'이었다.

 

"전국지에서 댐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심층취재를 통해 길게 연재하는 것은 할 수가 없습니다. 사안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지방신문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신문이 보도하지 않으면 주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문제의식을 갖고 주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외면하면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구마니찌신문>의 보도는 반성할 점도 있지만 주민들의 댐 문제에 관한 문제의식을 크게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특별취재팀 : 김병기 편집국장, 심규상 지역팀장, 허재영 대전대 교수(취재자문. 충남도 4대강 재검토특위 공동위원장), 주영덕씨(통역)


태그:#구마니찌신문, #논설위원장, #다카미네 다케시 , #가와베가와댐, #아라세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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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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