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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의 기부금 영수증을 받은 느낌은 조금은 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1년간의 기부금 영수증을 받은 느낌은 조금은 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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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우체통에 낯익은 이름의 우편물이 한 통 두 통 배달되었다. 다른 우편물과 다르게 조심스럽게 겉봉을 열고, 한 장의 종이를 받아보는 느낌이 마치 성적통지표를 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성적이 아주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 그 기분이란,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다. 보내지 않는 곳은 연락까지 해서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받았다. 그것은 바로 기부금 영수증인데,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 오는대로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기부한 금액이 80만 원 정도 되었다.

그중 아름다운 재단에 4만 원을 보낸 것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방학 중 결식아동의 급식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굶게 된 아이들과 따뜻한 밥 한그릇 나누자는 용도였다.  하지만, 굶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급식비 모금에는 총 5686명 참여해서 2억8476만6575원이 모금됐다고 한다. 1차로 65개 지역 아동센터의 1635명 아이들에게 2월 말까지 점식과 저녁을 제공하며, 신청하지 못한 기관을 대상으로 2차 모집중이라고. 4만원을 기부함으로써 내가 먹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주로 기부하는 곳은 우리 사회에 공익적인 일을 하는 기관이나 우리 사회에 등불을 밝히고자 하는 시민단체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응원을 보내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후원을 하는 곳과 결식아동 급식비 모금처럼 단기적인 후원행사 참여도 있다.

새해에도 후원할 단체를 두 군데 마음에 두고 있기는 한데 아직 실행은 못하고 있다. 작년 봄 부터 고정 수입이 있었던 일을 그만둔 후로 수입이 일정해지지 않아서인데, 어쨌든 내가 조금 덜 가지만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늘려가려고 한다.

내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마음이 기부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내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마음이 기부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 아름다운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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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 기부라는 것을 가까운 주변에 알리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요즘 들어 본의 아니게 이를 자랑(?)하게 된 것은 무상급식과 복지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화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기부문화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 가수 김장훈의 말처럼 단 한 명이라도 늘어났으면 하는 기대와 내 자신의 신념을 더 굳히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제가 기부를 한다고 할 때 이미 하던 분들이 안 할 확률은 없다고 볼 때, 안 하던 누군가가 물들어서 할 수 있는 확률만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게 단 한명이라 하더라도...
- '기부를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 개인 홈피에 남긴 가수 김장훈 글 중에서.-

요즘 화두가 된 복지와 관련해서 국가의 역할을 국민에게 전가시키거나, 개인의 능력으로 치부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직무유기 라고 본다. 최근 한 방송사의 방위성금모금(국군 발열조끼 구입)은 국가주도로 성금을 걷던 개발도상국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다. 정부가 자주 말하는 '국격'을 높이려면 70~80년대식의 자발적이지 않는 성금모금을 할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모두가 풍성해지는 자발적 기부문화를 만들어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태그:#기부, #복지, #김장훈, #직무유기,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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