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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낚시와 비슷합니다(웃음). 밀고 당기기 할 때는 인내심을 갖고 해야지. '밀당'하고 있는데, 남자가, 너무 빨리 속내를 드러내면, 남자를 덜 좋아할 수도 있어요. 애간장을 태워야죠(웃음)."

평소 웃음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경기지사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미소가 입에서 거의 떠나지 않았고, 활짝 웃는 얼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젊은 기운을 듬뿍 받은" 덕분인 듯했다.

22일 경기도 영어마을 안산캠프에서 '대학생 소통&공감 토론회'가 열렸다.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 대학생 파워 트위터, 대학생 파워 블로거 등 모두 64명의 대학생이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프라인에서는 물론 트위터를 이용해 '토론'을 벌였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최초로 시도하는 새로운 토론회"

김문수 지사와 행사 참가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문수 지사와 행사 참가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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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윗 토론'은 참석자들이 즉석에서 '멘션'으로 김 지사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형태로 이뤄졌다. 토론에 참석하지 않은 전국 네티즌들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토론 현장 또한 아프리카TV와 트윗 온에어를 통해 생중계 됐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새로운 형식의 토론회"란 표현을 뒷받침하듯, MBC, SBS, OBS, MBN 등 방송사와 조선닷컴, 노컷뉴스 등 인터넷매체 그리고 도정매체 기자와 PD들로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김 지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비교적 솔직하고 편안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님이 아빠가 반대하는 사람과 사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섭섭하더라도 오케이"라고 답변하는가 하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우리 대한민국을 이렇게 세워주신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을 건국했기 때문에 매우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중 한 사람인 유정아 전 KBS 아나운서가 '젊은 시절부터 존경했냐'고 묻자) 원래 굉장히 미워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분단됐다, 4.19 때 젊은이들도 많이 죽였다고 생각해서 싫어했는데, 정말 그분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처음 시작했다는 점에서 존경하게 됐습니다."

김 지사 "어케 하면 현빈처럼 되겠는가"

경기도영어마을 안산캠프에서 열린 트윗 토론회
 경기도영어마을 안산캠프에서 열린 트윗 토론회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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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 지사는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용어나 그들의 트랜드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수배시절 사모님 동생 빵집에 숨어 있었다고 하던데, 정말 아무 일 없었냐'는 질문에 "레알"이라고 덧붙이는가 하면, 참가자들과 소녀시대의 '지(Gee)'를 잠깐 부르기도 했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이미지가 딱딱해 보인다. 어케 하면 현빈처럼 되겠냐"는 '고민'을 올렸고, '번개'요청에는 "선거법에 문제가 없다면 한번 해 보겠다"는 답변으로 참가자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부분 학생들도 토론 내내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약 150분간이나 진행된 '토론'은 '즐거움'이상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전반적인 주제는 김 지사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에 머물렀고, 도정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취업이나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한 진지한 소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토론 말미 "작은 행복들이 모여 큰 행복이 된다고 생각한다"거나 "외부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스스로 찾는 만족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등 행복과 관련해서 나왔던 학생들의 진지한 이야기는 시간에 쫓겨 급히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즐거움에 쏠린 진행으로 사라진 '진지한 소통'

김문수 지사와 학생들이 트위터 관련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김문수 지사와 학생들이 트위터 관련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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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선 참가 학생들 대부분에게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이란 '신분의 특수성'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즐거움'에 쏠린 진행에서 찾을 수 있다. 다소 예민한 질문들은 선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현재 종부세가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은 자산 보유세란 것이 없습니다. 부유층들은 부동산, 주식 등으로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면서 정작 세금을 안 냅니다. 이런 자산 처분에 대한 세금 징세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국민들이 보기에 국회의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데 도지사님은 이분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넷으로 국민투표, 국민청원, 국민소환 등이 보다 쉽게 될 수 없는지 묻고 싶네요. 궁극적으로 전자시스템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에 대해서요."

모두 김 지사 트위터에 올라왔던 질문들이다. 주최측인 경기도도 토론 중반 다른 질문들과 함께 게시를 했지만, 사회자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바람에 '소통'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토론이 '팬클럽'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기대와 달리 외부 참여는 활발하지 않았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 나와야"... 취업이나 등록금 문제는 왜?

트윗 토론에 앞서 열린 집단창작 프로그램에서 김문수 지사와 같은 조 학생들이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엽니다'란 글자 퍼즐을 맞추고 있다. 취재진의 촬영 공세와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
 트윗 토론에 앞서 열린 집단창작 프로그램에서 김문수 지사와 같은 조 학생들이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엽니다'란 글자 퍼즐을 맞추고 있다. 취재진의 촬영 공세와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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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날 공동 진행을 맡은 유정아 전 KBS 아나운서는 "(앞으로 이런 행사를 또 하게 된다면) 도와 학생이라는 굉장히 안 어울리는 두 상대가 만나는 장이 마련된 만큼,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공감을 표시했다.

또한 "도정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이를 진지하게 들어보고 해야 더 효율적인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취업이나 등록금 문제 등 일반적인 고민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외부 관심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팔로워 숫자 1만7천6백여 명, 작성한 트윗도 1850여 건에 이를 만큼, 'SNS 소통'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무상급식 현안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김 지사가 소통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통 자체는 같음 보다는 '다름'을 위한 것이다. 과연 김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이와 같은 '팬클럽'식 소통에 귀를 기울일까. 김 지사나 그의 대권 행보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꼭 대선을 염두에 둔다기보다..."

이날 토론 중반 김문수 지사는 방송사 기자들과 잠깐 인터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늘 이렇게 대학생들과 소통에 나선 이유는?
"우리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 그동안 자주 만나왔다. 오늘 특별히, 이렇게 대부도에 있는 안산 영어마을에서 1박 2일 만나게 되어서 분위기도 색다르고 기분이 좋다."

- 대학생들과 젊은 사람들과 소통 많이 하는 편인가? 도정 활동이나 향후 정치활동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
"우리 학생들을 자주 만나야 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이 든 사람, 또래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자주 못 만난다. 특별히 대학생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젊은이들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특별히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만 가능할 것으로 본다."

- 평소 국가 안보에 굉장히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그런데 트위터라는 공간에 다소 국익에 반하거나 안보를 저해하는 불순한 글들도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워낙 많은 글이 올라온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주장이 다양한 것은 좋은데, 너무 욕설이나 익명성에 기대서, 심하게 상대방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욕설, 이런 것들은 절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많은 호응을 얻었었다. 지금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혹시 이와 연관하여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인지.
"꼭 뭐 대선을 염두에 두고 트위터 한다기보다, 제 자신이 현장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현장의 생생한 소식, 목소리, 민원, 이런 것들을 트위터를 통해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또 해보니까 특히 사진기도 필요 없고, 다른 서류도 필요 없고, 짧은 글과 사진을 통해서 현장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 오늘 자리 의미와 소감은?
"우선 젊은 대학생들 만나면 젊은 기를 많이 받게 된다. 이곳 안산 영어마을, 경기도의 대표적 시설로서, 바다의 기운과 자연의 모든 기운을 젊은 기운과 합쳐서 상생 효과 크고. 아주 기분 좋고. 기를 듬뿍 받게 되는 느낌을 갖는다."


태그:#김문수, #트위터, #소통,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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