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작년 12월 13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기도 부천 중동나들목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법으로 주·정차한 유조차량에서 불이 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로 하부공간의 불법 주·정차 단속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해당 차들은 단속을 피해 인근 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택가와 도로로 몰렸고, 주민은 새벽 소음과 매연, 교통정체 탓에 손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차·건설 중기 차량의 불법 주·정차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지 짚어봤다. <기자 주>

턱없이 부족한 화물차 주차장

13일 방문한 인천 부평구 삼산1동 주택가 도로에 주정차된 화물차량들.
 13일 방문한 인천 부평구 삼산1동 주택가 도로에 주정차된 화물차량들.
ⓒ 장호영

관련사진보기


인천 부평구 삼산1동 한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장아무개(43)씨에게는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있다. 장씨는 최근 삼산1동에 화물차와 건설 중기 차들의 불법 주·정차가 늘어 자녀의 등하교가 불안하다. 아파트단지 바로 옆 등하굣길에 길게 늘어선 화물차들 사이로 아이들이 길을 건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장씨는 "예전부터 삼산1동은 화물차 불법 주·정차가 많았는데, 외곽순환도로 화재 이후 하부공간 단속이 심해지면서 그곳에 주정차하던 차량들이 삼산1동으로 다 몰려오는 것 같다"며 "도로 양쪽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어 도로 폭이 차량 한 대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아질 때도 있어,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무렵 삼산1동 일대를 돌아본 결과, 상당히 많은 화물차와 건설 중기 차량들이 주택가 골목과 도로 곳곳에 주·정차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도로에도 차량들이 많이 주차하고 있어 장씨의 말처럼 어두운 밤에는 사고로 이어질 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차량들을 단속해야 할 인천시와 부평구의 의견을 들어보면, 단속이 쉽지만은 않다. 인천시와 부평구가 14일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 시에 등록된 화물차는 총 2만9000여 대. 이 가운데 부평구에 등록된 화물차는 2100여 대다. 그러나 화물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은 인천에 9곳(1648면)뿐이다. 부평은 청천동 공영주차장(81면)이 전부다.

시는 현재 계양구에 화물차 전용 공영주차장(188면)을 짓고 있지만, 총 93억 원인 예산 확보 문제로 언제 완공될지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은 전국에서 등록된 화물차 수와 화물차 주차장이 가장 많지만, 그럼에도 보유 주차면 수는 전체 등록차의 6%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민간주차장을 포함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등록차보다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니, 화물차들의 불법 주·정차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명무실한 차고지 증명원제도

화물차 등록 시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차고지 증명원'도 문제다. 인천시에 화물차를 등록할 때는 인천시 내 주차장이나 공동차고지·화물터미널 등에서 1년 단위의 주차계약서(차고지 증명원)를 받아 구비서류와 함께 차량 주소의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즉 부평에 거주하더라도 강화군의 주차장에서 차고지 증명원을 받아 제출해도 된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차고지로 쓰지 않으면서 명목상으로 서류만 발급받아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불법 주·정차를 할 수밖에 없다.

차량의 기능에 따라 단속법과 단속 부서가 다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톤을 초과하는 화물차 중 사업용 화물차(노란색 번호판)는 화물차운수사업법에 의해 자정 이후부터 오전 4시까지 차고지 증명원에 등록된 차고지가 아닌 곳에 주·정차할 경우 불법 밤샘 주차로 단속될 수 있다. 계도장을 발부한 후 1시간 정도 지난 후에도 주정차할 시 벌금 20만 원이 부과된다. 부평구는 단속 부서는 교통행정과 대중교통팀이다.

덤프트럭이나 굴착기 등은 건설중기차량으로 분류돼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불법 주·정차로 단속된다. 이 가운데 대여업으로 '주기장(일종의 차고지)'을 등록한 차량에 한해 단속이 가능하며, 보통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1차 계도 후 과태료를 부과한다. 과태료는 5만 원이며, 부평구의 단속 부서는 도로과 도로행정팀이다.

야간 불법 주·정차를 제외하고 낮의 화물차와 건설중기 불법 주·정차 단속은 부평구의 경우 주차관리과 주차단속팀이 담당한다. 다만 낮에는 주·정차 금지구역에 주차한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차종에 따라 적용법 달라 단속 어려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 부평구 삼산동 지역 하부공간에 주정차 된 차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 부평구 삼산동 지역 하부공간에 주정차 된 차들.
ⓒ 장호영

관련사진보기


이렇듯 화물차와 건설중기의 불법 주·정차 단속 부서가 나뉘어 있고 적용법도 다르다 보니, 시민이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해당 부서 공무원들도 관련법이 애매한 부분이 있고 차량소유주들의 민원도 있어 철저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부평구 관련 공무원들은 "불법 주·정차 단속인데 관련법들이 나뉘어 있고 차고지 관련해서도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며 "화물차나 건설중기 운전자들이 생계와 관련된 문제라 과태료 부과 시 항의가 많아 과태료보다는 주로 계도 차원의 단속을 하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박종관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인천지부장은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차고지 증명원이라는 제도 자체가 이미 실패했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차고지 증명원을 담당공무원이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아 가짜로 발급하는 경우가 허다한 탓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민의 민원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운전자들에게 벌금 20만 원은 일주일치 번 돈을 까먹는 금액"이라며 "정부에서 화물주차장을 늘려주든지, 한가하고 넓은 도로 이면에 주차라인을 만들어 밤샘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물차 불법주차, #밤샘주차, #인천, #부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