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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후, '딩동~!'하며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휴대전화에 찍힌다.

 

"사랑합니다... 의논할 것도 있고 쉼터로 25분까지 오세요 ― 김OO"

 

헉, 이럴 수가? 날 사랑한다니, 그것도 젊고(?) 예쁜 그녀 김OO 여사가…. 어쩐지 평소에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수상하더니,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상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리며 허락도 없이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과연, 이 문자메시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냥 던진 말인가, 진심인가? 안 돼, 우리 가족은 어떡하라고?'

 

심장은 뛰고 가슴은 떨려오고... 가족에겐 감추느라 '급급'

 

일단 휴대전화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괜히 엉뚱한 상상은 하지 말자'며 다짐하건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아빠, 누구야?" 갑작스런 아들의 질문에 이미 상기된 표정을 감추기는 역부족. 쿵쿵 뛰는 가슴은 그저 빙빙 돌리는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아들의 의미심장한 표정은 나를 더욱 떨리게 한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옆방으로 가서 살며시 다시 그 메시지를 확인해 본다. 다시 봐도 "사랑합니다"라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확실했다. 누가 봐도 오해하기에 충분한 문자메시지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의 진짜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내막은 이랬다. 그녀는 교회 찬양단원들에게 연습에 참여하라며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는데, 단문 메시지의 글자 수 제한으로 자동으로 두 번으로 나누어서 보내진 것이었다. 첫 번째 문자메시지에 이어 두 번째 메시지만 확인한 나는 혼자서 쇼(?)를 한것이었다.

 

"날씨가 추워졌네요~ 오늘연습은 7시30분, 연습곡은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의논할 것도 있고 쉼터로 25분까지 오세요 ―김OO"

(김여사가 보낸 문자메시지 원문)

 

 
문자메시지와 관련된 황당한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해 6월, 한밤중에 받은 문자메시지 한통이 그것이었다.

 

"야! 이 사기꾼아 내 돈 먹고 도망을 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빨리 전화해라 후회하지 말고..."

 

사람 열받게 하는 문자부터 마음을 사는 상담원 문자까지 

 

오, 마이갓~! 이게 과연 무슨 난리더냐? 법 없이도 산다는 나에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래, 잘못보냈겠지! 아냐,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해!' 과연, 그 놈은 누구일까? 국제전화요금을 겨냥한 스팸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내 손은 발신버튼에 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버튼을 누르자 한참동안 신호가 가더니 아리따운 음성으로 흘러나오는 말.

 

"귀하가 거신 070-761OOOO번호에 5000원이 성금으로 모금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면, 기분 좋은 문자메시지도 있었다. 자동차보험 만기를 앞두고,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에 있는 모든(?)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조금 비싸지만 기존에 가입한 설계사를 통해 재가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평소 판촉성 전화를 매정하게 거절하며 끊지 못하는 성격이 화근이었다. 보험가입권유 영업전화가 또 다시 빗발치기 시작한다. 그 중 줄기차게 여러 번 전화로 권유한 한 상담원이 있었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기존 설계사에게 연장하기로 했는데요…." (나)

"어머나, 보험료가 2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요? ... (중략) ... 그럼 다음 기회에라도 꼭 이용해 주실거죠? 좋은하루 되시고요." (상담원)

 

전화를 끊고, 문자메시지가 한 통 온다.

 

"타사 이용하셔도... 하시는 일마다 대박 나고 성공하세요!"

 

(전략이 깔려 있겠지만) 그래도 참 기분 좋은 문자다. 단어 몇 개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만들 수가 있다니, 만기가 돌아오면 꼭 이 분에게 보험가입을 하리라.

 

잘못 보낸 문자메시지... 발신자는 '좌불안석' 수신자는 '색다른 재미'

 

다른 사람에게 잘못 전송한 문자메시지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실수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언젠가, 나에게 정체불명의 번호로부터 전송된 한 통의 문자메시지,

 

"아, 언제 퇴근할지 모르겠어. 또X이 같은 부장X 때문에 꼬인다 꼬여, 일단 기다려."

 

이런 험담 섞인 문자메시지가 나에게 온 걸 보면 백발백중 잘못 보낸 문자 메시지가 분명하다. 부장 때문에 퇴근을 못하는 부하직원의 불평불만이 함축된걸 보니 웃음부터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다시 문자메시지가 온다.

 

"헉, 죄송합니다. 문자를 잘못 보냈습니다. ㅠㅠ"

 

잘못 보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그를 생각하니 웃음부터 나온다. 이럴줄 알았다면, 잘못 보냈다고 답장이라도 해 줄 걸 그랬다.

 

문자를 다른 사람에게 잘못 보내 후회한 적이 많은가? 너무 자책은 하지 마시라. 사회 저명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박용만 두산 회장은 가까운 지인에게 보내려던 문자메시지를 실수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에게 전송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얌마 소 팔러 가는 데 개 쫓아간다고 내가 거기 왜 껴!! 깍두기 먹다 침 튀는 소리 말고 그냥 사무실로 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 문자를 받은 사람은 한진해운의 최 회장. 최 회장은 곧바로 "회장님! 저 최은영인데요…문자 잘못 보내신 거죠? 정신이 버쩍(번쩍) 드네요…ㅎ"라고 답장을 보냈다. 박 회장은 즉각 "으악!! 죄송함다. 잘못 갔습니다. 이를 어째 ㅠㅠ 미안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사과했다.

 

실수로 보낸 이 문자메시지는 바로 알아차렸기에 망정이지. 오타가 섞인 문자메시지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나 다름없다.

 

 

좌충우돌 오타 문자메시지의 결정판을 소개합니다

 

얼마 전 큰 아들이 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그야말로 오타 문자메시지의 결정판이었다.

 

"임마 집에 없는데... 아, 진짜"

 

엄마가 집에 없다는 것인데 '엄마'를 잘못 입력하여 '임마'로 보내고 만 것이다. 문자를 보내고 난 후 당황했을 아들의 얼굴을 상상하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도 했는데, 마음과는 달리 잘못 발송된 문자메시지 한 통은 사람을 참 난감하게 만들 수 있다. '행인임발우개봉(行人臨發又開封)'이라고 했던가. 당나라 시인 장적(張籍)은 그리운 이에게 보내는 편지에 행여 할 말을 다 못했을까, 편지 들고 막 떠나려는 아이를 붙잡고는 또 다시 봉투를 뜯어봤다고 한다. 문자메시지도 결코 예외일순 없다. 발송 버튼을 누르기 전, 꼭 다시 한번 확인하라.

 

별 생각 없이 버튼만 이리저리 누르고 바로 전송한다면 오타까지 전송하기 십상이다. 문자 키패드간의 경계가 너무 좁아 오타와 멀리하기엔 휴대폰의 버튼은 너무 작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여러분! 반드시 확인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시라. 보낸 문자메시지의 오타가 상대방을 요절복통하게 만들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략 난감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음을 꼭 명심하라.


태그:#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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