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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

한나라당 4선 중진의원인 황우여 의원(인천 연수)의 말이다. 황 의원은 지난 6일, 이용훈 대법원장, 김황식 국무총리 등 300여 명이 모인 '애중회(법조계 개신교 신자모임)' 행사에서 대법관 중 기독교 출신이 줄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고 OBS경인TV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황 의원은 "(대통령을 모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법관에게 기도를 부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투정도 부려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14명의 대법관 중 5명의 임기가 올해 끝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신임 대법관을 특정 종교 출신으로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과 불교계는 황 의원에게 "특정 종교 편향적 태도를 버리고 사과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종교 편향적인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부적절한 일"

왼쪽에서 두번 째가 황우여 의원.
 왼쪽에서 두번 째가 황우여 의원.
ⓒ 이상권 후보 선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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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종교 편향적 태도와 사법부 무시가 도를 넘고 있다"며 "한나라당 중진의원이 법조인들이 모인 공식 행사장에서 사법부의 중추인 대법관을 특정 종교인으로 지명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 정부의 종교 편향적인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여당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중진의원이 대법원장 인사에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고, 이 정부 들어서 무너져 내린 사법부의 권위를 더욱 추락시키는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황 의원을 향해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발상과 부적절한 종교편향성에 대해, 반성하고 종교를 중립지대로 다시 돌려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역시 이 날 논평을 내고 "아예 작심하고 사법부의 핵심인 대법관 자리까지 특정 종교화 하려 하느냐"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치권 때문에 우리 사회는 종교 갈등, 사회 갈등이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은 "정치인이자 공직자인 사람이 특정 종교에 대해 편을 들거나 이익을 주려는 행위는 헌법 20조에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황우여 의원은 종교편향 언행에 대해 사과를 하고 나아가 재발 방지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이어 당은 "이 자리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이용훈 대법원장도 참석했음에도 황 의원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조차 없었던 것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종교적 편향성이 어떤지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공직자들의 종교편향적 인식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바꿀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교계 "공식적이고 납득할만한 사과가 없다면..."

불교계도 즉각 반발했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따르면, 인천불교총연합회장 일초스님은 "황우여 의원에게 1차적으로 이같은 발언을 한 까닭을 밝힐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면서 "공식적이고 납득할만한 사과가 없다면 범종단적인 차원에서 한나라당 인천시당과 한나라당에 항의하고 해당 의원의 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 장적스님은 "공직자나 정치인으로서 수준 이하의 생각을 갖고 있으며, 도리어 정치인이 편향된 시각으로 사회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대법관과 총리가 참석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종교적 편향성을 맹렬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황 의원의 공식홈페이지에는 그의 종교편향 발언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김권사'는 "기독교를 믿는 신자지만 정말 창피하다"는 의견을 남겼고, 누리꾼 '제임스'는 "이런 사람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특히 인천사람으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밝혔다. 누리꾼 '모아' 역시 "한나라랑 지지자인데 점점 신뢰할 수 없는 발언들이 너무 남발된다"며 "자중하라"고 충고했다.


태그:#황우여, #종교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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