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언급하는 것은 여당 내의 금기이고, 여당 소장파 의원들도 익명을 전제로 얘기하는 주제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오늘만 우리가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잘 정리되지 않겠느냐"며 여당 의원들의 발언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 의원은 같은 날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민심과 당심을 떠받들고 존중하면서 가면 레임덕은 천천히 오는 것이고. 지금처럼 국정운영 하면 레임덕이 더 빨리 온다"고 말했다.

진행자 정관용씨가 "그렇다면 지금 아직 안 왔어요?"라고 묻자 그는 "시작됐죠"라고 답했다. 정관용씨가 "(레임덕이) 시작된 거죠?"라고 재차 묻자 그는 "그렇죠"라고 확인했다. 남 의원은 "그게 하나의 신호탄이고, 비리들이 이제 자꾸만 터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을 이었다.

"없었던 게 아니고 있었던 게 감춰져 있던 거죠. 덮어져 있던 거죠. 그런데 이제 이게 드러나는 빈도가 높아질 거고요. 그래서 마음을 얻는 것이 레임덕을 늦추는 것이지요. 저는' 민심은 특히 말기로 갈수록 아주 바삭바삭한 모래알과 같다, 그래서 이것을 움켜쥐려고 하면 다 빠져나가고요, 두 손을 이렇게 공손히 들고 모으고 이것을 받치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국정운영을 그런 식으로 해야 될 겁니다… (중략) 힘이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마지막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지 않습니까?"

남 의원은 "임기 말로 갈수록 (권력이 줄 수 있는) 자리가 거의 고갈돼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하면 자기 목소리, 불만을 터뜨리게 돼 있다"며 "이런 게 레임덕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말도 했다.

남 의원은 "옳은 일 했다는 게 대체적인 당의 분위기"라며 "(대통령이) 계속해서 당에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당도 예의를 못 갖추는 상황들이 계속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 의원이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은 집권당의 중진의원으로서 권력의 사찰을 당한 정황과 무관하지 않다. 남 의원은 "(검찰 재수사) 여론이 일다가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중요한 이슈가 안 되고 있다"며 "그러나 언젠가는 야당에 의해서든, 어떤 폭로에 의해서든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여론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