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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해의 시작과 함께 글을 쓰게 되니 여러 가지 기대가 생긴다. 여기에서 나는 한국 사정에 밝은 외부인의 시각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대부분의 성년을 한국에서 보낸 미국인이다. 비록 한국인은 아닐지라도 나 역시 '내부인'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독자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나도 한국에 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일하고, 세금을 내고, 버스와 지하철을 탄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임대 보증금이 있을 뿐 아니라 가구와 책들, 그리고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만약 북한이 오늘 쳐들어온다 해도, 어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비행기를 타고 뜰 수 없다.

사실 그런 말은 내게 모욕이다. 이 땅에서 태어났건 혹은 선택했든 간에, 나는 여기에서 삶을 영위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다. 만약 내가 집과 재산, 친구와 동료를 두고 갑자기 떠나야만 한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난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가 바로 내 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문화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서 나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나에게 학자이자 사진가로서의 관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나의 접근법은 하나다.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편견이 없거나 객관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사실, 오늘날 학계에서는 누구도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단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정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수많은 주관적인 현실로 규정된 세계에서 객관적인 시각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영구히 바깥으로 밀어내거나

안산역사 안에 붙어있는 외국인을 위한 광고(자료사진)
 안산역사 안에 붙어있는 외국인을 위한 광고(자료사진)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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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것은 소위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의 장벽을 부수는 일이다. 지금 한국에는 백만 명 이상의 비 한국인이 살고 있다. 이제 위험한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우리의 존재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외국인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에서 차별의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지금은 우리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아니면 영구히 바깥으로 밀어내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하거나 양자택일해야 할 시점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외국인 수에 비해 외국인 범죄율이 훨씬 낮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마약 중독자이거나 아동 성추행범 또는 어떤 범죄자로 묘사된다. 한국 뉴스에는 인용되지 않거나 왜곡되어 소개되는 통계치를 보라. 심지어 미군의 평균 범죄율도 일반적인 한국인의 범죄율보다 낮다.

2009년 2월 4일 경희대 법학과 교수인 벤저민 와그너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마약복용 외국인이 가장 많이 체포됐던 2007년조차 마약단속으로 체포된 외국인 영어교사는 24명이었다. 그해 외국인 영어교사의 수가 1만7721명임을 감안하면 0.14%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러한 체포 사유 가운데 하나는 '마리화나'다. 이 약물의 경우 캐나다에서는 처벌대상에서 거의 완전히 제외되었고 또한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처방하기도 한다. 한국법을 위반해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이 괜찮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러한 것은 외국인들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차이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적은 수의 외국인 집단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어인 일인가? 외국인의 이미지가 그렇게 각색된 것은 '사회적 공포' 때문이다. 또한 언론에는 외국인들의 목소리가 거의 소개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어서다. 한국에서 교육 제도와 영어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인 분노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이러한 문제의 중심에 누가 서 있나? 바로 외국인이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처럼 우리가 외부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한국 언론에는 오로지 하나의 시각만 존재

2007년 4월 16일 발생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당시 조승희씨가 보내온 동영상을 보도한 미국 NBC방송 홈페이지
 2007년 4월 16일 발생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당시 조승희씨가 보내온 동영상을 보도한 미국 NBC방송 홈페이지
ⓒ msnbc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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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한 나는 한국의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책에 대한 나의 견해는 다른 위원들과 매우 다르다. 여러분은 한국의 국제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인들이 외국인에게 미소를 지어야 한다거나 길에서 부딪히면 사과를 해야 한다는 등의 홍보가 효과적일까? 아니면 때로는 근거도 없으면서 한없이 계속되는 외국인에 대한 언론의 차별적인 묘사를 없애는 것일까?

만약 버지니아공대 조승희 사건 이후 미국 언론이 모든 한국계 남학생들을 잠재적인 사이코패스로 묘사하기 시작한다면, 한국인들의 미국 국가 이미지가 어떨지 궁금하다. 180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주 신문들이 중국인들에 대해 이런 일을 한 적이 있다. 중국인들은 어린 백인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세탁소에서 잡아먹는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분노한 백인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중국인을 옥상에 매달기도 했다. 물론 중국인들이 그런 짓을 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인종차별적인 미국 신문들은 그런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한국의 어느 학교에서 한 외국인이 총으로 27명의 한국 학생을 사살했다고 가정해보라. 한국 언론이 얼마나 공정했을까? 그런 사건 이후 외국인이 서울 거리를 걷는 것이 안전하기나 했을까?

내가 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어쩌면 낯선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새로운 시각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한국 언론에는 오로지 하나의 시각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인'의 시각 말이다. 요즘 한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른바 '다문화' 사회에 하나의 시각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것은 바뀌어야만 한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글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번역 - 조명신)

덧붙이는 글 | 마이클 허트 기자는 1994년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처음 와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2002년 학위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 현재는 한국에서 몇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태그:#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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