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 분회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들(이하 청소·경비 노조)이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 8일째인 지난 10일, 홍익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가 주최한 '간담회'와 청소·경비 노조가 진행한 '부당해고 철회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학생 100여명과 6명의 청소·경비 노조 관계자가 참석했다. 의견의 조율점을 찾아야 하는 학교 측에선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참여한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총학생회 측이 제시한 안건을 보고 이내 자리를 떴다. 총학생회 측이 제시한 안건에는 그간의 상황 보고가 담겨져 있을 뿐이었고,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학교측의 입장이 담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는 총학생회의 상황 설명이 있은 후, 3일 총장실 점거 당시 청소·경비 노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문사 조교의 이야기가 20분 가량 이어졌다. 그러자 학생들 중 한명은 "왜 이런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들어야 하느냐"며 "폭행 사건은 지금의 농성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학생들의 자유 발언 및 질의 응답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10일 오후 7시 홍대 정문 앞에서 진행된 촛불 집회
 10일 오후 7시 홍대 정문 앞에서 진행된 촛불 집회
ⓒ 송병승

관련사진보기

자신을 법대 재학생이라 밝힌 한 학생은 "농성소식을 내게 전해준 것은 총학생회가 아니라 총학생회가 말한 '외부세력'이었다"며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약자의 편에 서서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농성장 근처의 야간 근무로 논란이 되었던 학군단 소속의 한 학생은 "경비 인력이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라고 해명한 뒤 "총학생회가 사태의 논점을 파악해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에 부합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박수를 치며 지지를 보냈고, 흐름을 끊거나 이견이 발생하면 질타를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총학생회는 앞으로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총학생회 측은 언론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총학생회 측은 "홍익대 학생들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니 홍익대 학생이 아니면 참여할 수 없다"며 기자들 출입을 막았지만 이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들어도 좋다"며 무대 뒤편에서 취재를 허락했다.

영하의 날씨에 목소리를 높인 '촛불집회'

간담회가 한창 진행 되고 있던 오후 7시 무렵, 홍익대학교 정문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100여 명이 참여한 이 촛불집회는 연대 발언, 문화공연 등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진보신당 김은주 부대표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비유해 연대 발언을 했다. 김 부대표는 "다들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 아시죠?"라면서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영혼이 바뀌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만약 제가 영혼이 바뀐다면 홍익대 이사장과 영혼을 바꿔 여러분들의 직접고용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싶다"고 말해 참가자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그는 "여러분들의 투쟁을 통해 충분히 생각이 바뀔 수 있다"며 "그 처음과 끝을 진보신당이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추운 날씨속에서도 아버님 어머님들은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오셨다
 추운 날씨속에서도 아버님 어머님들은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오셨다
ⓒ 송병승

관련사진보기

이강실 진보연대 대표는 "추운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오신 걸 보니 아직 희망이 있다"면서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조합원들에게 마음을 표했다.

홍익대학교 학생들도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지지의 마음을 전했다. 한 홍대 재학생은 "이 문제는 비단 어머님, 아버님들의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스펙을 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홍익대 학생들은 홍대입구역에서 모금한 성금을 어머님들께 전달했다.

청소·경비 노조 조합원인 한 어머니는 "우리의 일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 의사를 밝힌 뒤 "연대해주는 동지들이 있어 몸은 춥지만 마음은 뜨겁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홍대 학교측 직원들에게 "어린 학생들을 조종하지 말고 우리를 일자리로 돌아가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 발언에 이어 진행된 문화공연은 매서운 추위에 몸이 움츠러든 집회 참가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노래하는 노동자 연영석은 추운날씨 속에서도 기타 반주에 맞추어 '간절히'를 부르며 농성 조합원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했고, 역시 노래하는 노동자 류금신은 율동과 함께 농성조합원들을 지지하는 노래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촛불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농성장을 방문해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홍익대학교에서는 11일 오후 4시 '부당 해고 철회 결의대회'가 진행 될 예정이다.

"학생회는 빨리 의견을 조율해 해결하는 것이 목적"
[인터뷰] 김용하 홍익대 총학생회장

- 총학생회장 당선 전에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몰랐나?
"전혀 알지 못했다. 당선되고 일주일 후에 노조(청소·경비 노동조합) 출범식이 있었다.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였고 학생들을 위한 복지 위주의 공약을 펼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저에게 누구 하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 학생회가 현재까지 한 일은 뭔가.
"모금 활동을 해서 기금을 가져다 드리고 보온을 위해 주무실 때 까는 매트, 손난로 등을 가져다 드렸다. 또한 커피, 호두차 등도 지원해 드렸다."

- '학생의 환경을 지켜주셨던 노동자분들이 아닌 외부세력의 학내 점거나 농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라도 반대한다'는 총학의 입장표명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연히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타깃을 잡고 들어와 이슈화 시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지 않게 생각한다. 물론 그 분들의 뜻도 이해하지만 학교에서 문제를 터트리고 외부의 문제로 나아가려고 하니까... 학생회장 입장에서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고 하기 때문에 그 학생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 총학회장은 학교와 청소·경비 노조가 갈등을 빚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학교는 노조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와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됐고 어머님, 아버님들과 용역업체 관계도 현재 종료됐기 때문이다. 학교는 어머님, 아버님들과 대화를 하려고 한다. 우리 학생회가 판단한 것은 민주노총이 어머님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 그렇다면 민주노총이라는 단체를 배제하겠다는 것인가.
"내 생각으로는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외부로 가지고 가서 근본적인 해결을 바라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하지만 학생회는 내부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양쪽의 의견을 조율해 빨리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민주노총과의 앞으로 관계를 정확히 말 할 수는 없지만 합의점을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 민주노총을 배제한다면 학생회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독자적으로 어머님, 아버님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처우 개선에 관한 학생들의 뜻을 모아 학교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점거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방법을 바꿔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거나 하는 방법으로 하고 싶다."

- 현재 점거농성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학생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리는 상황이다. 이는 가치관의 차이인 것 같다.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 저렇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학생들은 피해를 보기 싫어하는 것 같다. 실제로 '청와대 앞에서 하면 나도 나가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이슈화를 위해서 홍대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 방학 등의 이유로 알지 못했던 학생들이 이 점거 농성 소식을 듣는다면 어떻게 할 것 같나.
"아마 모든 학생들이 어머님, 아버님들을 도와드리고 싶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머님, 아버님들은 아직 모르시는 부분이 많은데 민주노총이 개입해 이슈화 만들기에 집중해 어머님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학교에 대응하려 한다. 학생들은 그것이 싫은 것이다."

- 농성장에서 밥을 안 먹는다고 들었다.
"방문할 때마다 식사를 대접해 주시려 한다. 매우 감사한데 한편으로는 겁이 난다. 밥을 먹을 때 분명 많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것이고, '밥까지 얻어먹은 놈이...'라는 식의 기사가 나올 것 같아 두렵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런 것들이 두려워 먹지 못했다."

- 언제쯤 문제가 해결 될 것 같나.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주간지 <시사서울>(sisaseoul.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익대학교, #촛불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