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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발급 카드는 1억1494만5000장으로 1인당 4.59장에 달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발급 카드는 1억1494만5000장으로 1인당 4.59장에 달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두부 지갑'. 도넛 이야기가 아니다.  카드 시대의 우리 지갑이야기다. 본인만 해도 작은 서류가방에 지갑을 세 개씩 가지고 다녔다. 말 그대로의 지갑 하나와 인사하고 악수할 때 필요한 명함지갑, 그리고 지갑이 도대체 닫히질 않아 카드를 따로 넣어두는 카드 지갑. 심지어 카드 지갑은 이젠 크기가 두부 반 모는 될법하다.

여기서 적립하고 저기서 할인 좀 받아보겠다고 신용카드와 포인트카드를 발급받는 통에 짐이 많아져 산 가방과 지갑 가격만큼 카드로 할인받으려면 300년은 살아야만 할 것 같다. 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웃자고 하는 이야기 같지만 한 사람의 사례가 아니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9일 작년 3분기를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는 2499만3000명, 발급 카드는 1억1494만5000장으로 1인당 보유 카드가 4.59장에 달했다고 밝혔다. 20년 전인 1990년 0.6장에 불과했던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수는 그동안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것이다.

늘어난 것은 카드뿐만이 아니다. 민간소비지출에서 카드 이용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3분기 56.1%로 역대 최고치였다. 민간소비지출 457조 원 가운데 카드이용액(현금서비스, 기업구매카드 실적은 제외)이 256조 원이었다.

이 비율은 2000년 23.6%에서 2002년 42.6%까지 올라갔다가 카드 대란의 여파로 2004년 38.4%로 잠시 내려왔으나 이후 반등해 2009년 52.6%까지 커졌다. 올해는 카드 결제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소액결제 비중이 점차 커지는 등 카드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이 비율이 6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다지' 개인 신용 대출 시장을 선점하라

지난 5일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업계 및 은행계의 카드 모집인은 5만292명으로 지난해에 견줘 43.7% 증가했다. 쉽게 말해 어부가 늘어나니 낚이는 물고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카드 업계의 지각변동도 한몫했다. 순수 개인 모집인이 2만6900여명으로 전년보다 17.4% 증가한 것에 비해 통신사나 자동차 대리점 등 제휴 모집인은 2만3300여명으로 95.5% 늘었다. 제휴 모집인이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은 하나에스케이카드가 분사하면서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과의 제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짜폰 하려면 카드도 발급받아야 할 판이다

한국의 카드 결제비율은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지만 시장의 성장세를 훨씬 앞지르는 과열경쟁은 결국 시장 참여자들을 파국에 몰아넣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현재 신용카드 시장은 경쟁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제 살 깎아먹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카드사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고객을 확보하려는 데는 과거와 같이 단순히 결제수수료 수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에 있는 카드론 등 개인 신용대출 시장 선점에 있다. 성장세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결제수수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신용대출 시장은 그야말로 '노다지' 일 수밖에 없어서, 카드사들은 사운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기회복 명목으로 돈을 찍어내는 통에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펼쳐진 상황이 여기에 불을 지폈다. 카드사들의 '원가'인 조달 금리는 싸지고(AAo 등급기준 카드채 조달금리 3.9%, 1년 전에는 5.7%) 고객들이 내는 이자율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루어져 있다. 기존의 수익모델이었던 결제수수료는 금융당국과 각종 단체들이 사사건건 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체크카드 수수료에 대한 규제까지 엄포를 놓은 상황에 이 정도 마진이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카드회사가 나올 법도 하다.

또한, 현금서비스는 미사용한도에 대한 대손 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카드론은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거나 보수적으로 부여하는 대신 짧은 기간의 카드론 사용을 권유하는 방법 즉, 현금서비스 사용액을 카드론으로 갈아 태우기까지 성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론에도 규제를 적용하고, 현금서비스의 대손충당금 최소 적립률도 올릴 예정이지만 최초 도입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규제가 될지 의문이다

자신의 신용과 부채현황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해야

지난 2003년경 소위 '카드 대란'을 겪으며 온 사회에 빚잔치의 홍역을 앓은 기억이 있다. 그런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은 카드 연체율이 최초로 1%대(신용구매 부분)로 진입했고 과거와 달리 극단적인 저신용자들에게는 카드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기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이른바 '돌려막기'의 상징이었던 현금서비스 외에도 결제나 연체를 지연시킬 수 있는 많은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카드론, 리볼빙, 선포인트 결제 등 장기 대출성 서비스가 늘었고 부동산 PF 등으로 손실이 큰 저축은행들도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열을 올리면서 카드사 외에도 다른 곳에서 부채를 발생시켜 결제 지연 즉, 돌려막기가 좀 더 고도화되어 쉽게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결정적인 것은, 한국의 경우 저신용자에게서부터 위기가 출발한 미국발 금융위기와는 달리 '하우스 푸어'로 대표되는 중산층부터의 위기라는 점이 지난 카드대란 때와의 결정적 차이다. 지난 카드대란은 대학생 등의 저신용자에게 무분별한 카드발급이 불러온 위기였지만 현재는 중산층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용까지 창출하여 돌려막기를 하고 있고 여기에 금융회사들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햇살론' 등 정책성 대출상품을 내놓으면서 정부에서조차 대출로 대출 갚기에 동참하는 형국에서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자제 움직임이나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도적으로 정비가 꼭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개인들 스스로 자신의 부채 현황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심사 등의 심사를 할 때 열람하는 개인 신용, 부채현황 정보를 본인에 한해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적어도 자신이 여러 금융회사에서 발생시킨 부채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신용등급 산정의 기준을 명확히 알려 신용, 부채관리의 가이드 라인이 절실히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관련사이트 http://cafe.daum.net/edufp



태그:#카드론, #신용대출, #현금서비스, #신용카드, #리볼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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