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간은 늘 자연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숨 쉬는 데 필요한 공기 한 호흡, 물 한 방물도 만들 수 없습니다. 사람은 늘 자연 환경 속에서 자연의 혜택을 누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엄청난 자연의 힘이 재해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적당한 비와 따뜻한 햇볕, 바람과 습도는 농작물의 풍년을 가져다주고, 가축의 번식과 인간의 건강과 행복을 불러옵니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여 올 한 해도 인간이 누리고자 하는 한 해의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는 산신제가 열렸습니다. 시가켄 고가시 미나구치초 우다 마을 사람들은 정월이 다가오면 산신제에 사용할 츠도를 준비합니다. 츠도는 작은 돌을 볏짚으로 싸서 접은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남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산신제에 갈 때 만들어서 가져갑니다. 옛날에는 남자 수대로 만들어서 가져갔지만 최근 한 가정에 한 개씩 만들어서 가져갑니다.

 

정월 초사흗날 아침, 우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남쪽 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가라스가오카(烏ヶ嶽)산 북쪽 입구 산제당에 모이면 산신제가 시작됩니다. 참가하는 마을 사람 60여 명입니다.

 

정월 초사흘 아침 7시경 산신제 간사들은 산신제가 시작되기 전에 산제장 부근에 도착하여 제장을 정갈하게 하고 제물을 진설합니다. 산제장에는 산의 신이라고 쓰인 돌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산의 신 돌비석 앞에 와이자형 나무를 세워놓고 산신제 비석 주위에는 금줄을 칩니다. 금줄에는 가다랭이 꼬리, 새우 다리, 흰 종이, 풀고사리, 푸른 나뭇잎 등을 꽂아둡니다.

 

그리고 산제장 앞 빈 땅에 제물을 펼쳐둡니다. 제물로는 둥글게 펴놓은 찰떡 두 개(한 개는 팥이 섞인 것), 꼬리 잘린 가다랭이, 밀감, 밤, 새우, 곶감, 다시마, 멸치, 모자반, 도코로마, 이삭이 달린 찰벼 등을 펼쳐 놓습니다. 이들 제물은 산과 바다 생산물, 그리고 과실과 쌀로 이들의 풍요와 풍작을 기원하는 뜻으로 진설해 둔 것입니다.

 

산신제가 시작되면 간사 네 명은 산 입구에 있는 산제당에서 동쪽으로 5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산 중턱에 있는 산신당에 가서 떡 세 개씩 놓은 떡 접시 셋과 밥을 놓은 접시 네 개를 진설하고 절을 합니다.

 

산신당에 갔던 간사 4명이 산에서 내려오면 산신제를 시작합니다. 산신제는 마을 사람들이 남성의 상징으로 가져온 츠도를 가지고 산제당 뒤편 냇가로 가서 자갈을 집어 츠도에 얹어서 산제당 옆 성황당에 던져둡니다. 그리고 산의 신이라고 써진 비석 앞에 절을 합니다. 그리고 제물이 진설되어 있는 곳에 와서 자신이 준비해온 쌀, 밀감 등 제물을 놓습니다.

 

츠도를 던지고 준비해 온 제물을 놓는 일이 끝나면 간사 네 명이 산제당 앞에 와서 각기 순서대로 고헤이라고 하는 신대를 좌우로 흔들면서 신의 복을 빕니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면 준비해 온 술을 작은 잔에 따라 마시면서 음복을 합니다. 이것을 이곳 사람들은 오미키라고 합니다.

 

우다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해마다 정월 초나흘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위해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해 왔다고 합니다. 다만 우다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를 지내는 가라스가오카(烏ヶ嶽)산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에 있는 나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나라에서 정한 보안림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매매는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산신제는 마을 사람 전체의 협조와 신앙심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산신제의 진행은 간사 네 명이 중심이 되어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들 간사는 정해진 임기 동안 간사 일을 하고 그 뒤 마을 연장자 모임인 오카미가 될 수 있습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진설된 제물은 모두 마을로 가져가서 10시경 마을 사람들이 모두 마을 가운데 있는 정복사(淨福寺)에 모여서 음복을 합니다. 이때에도 각 가정에 한 명씩 대표로 남자들이 참석하여 음복을 하고 내년에 산신제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합니다.

 

이곳 산신제는 남자들이 중심이 되어 남자들만 참석하는 점은 한국 산신제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다만 한국과 달리 돼지고기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점이나 남성의 상징물인 츠도를 만들어서 제장에 던지는 것 등은 한국과 다릅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에서 기원한대로 제발 올해는 작년보다 더 풍요롭고 보다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시가켄, #우타 마을, #츠토, #음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