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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3일 오전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이 보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3일 오전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이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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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께서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셨는데… 저는 20년 전부터 이 얘기를 해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이다. 공식적인 새해 근무 첫날인 3일 이 회장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 참석하면서 뼈 있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는 이날 행사장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경영에 대한 질문을 받자 "미래 산업"이라고 답한 뒤, "이것은 경영분야는 아니지만…"이라며 앞서의 언급을 꺼냈다.

이 회장은 "20년 전부터 대·중소기업 상생을 말해왔다"고 말한 뒤, "(대·중소기업 상생이) 단순히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생이 중소기업을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상생' 발언은 이어진 신년하례회 자리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주주와 고객, 협력업체는 물론 우리의 모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사회적 동반자'가 돼야 한다"면서 "특히 협력업체는 삼성 공동체의 일원이며, 경쟁력의 바탕이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만에 그룹 신년하례회 자리에 참석한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재계 안팎에선 여러가지 해석이 잇따랐다. 특히 일부에선 작년부터 '공정사회' 기조를 둔 현 정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뿐 아니라 세무조사 등의 압박에 대한 '대답'의 성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상생' 언급은 정부와 재벌 양쪽에게 던지는 메시지?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새해 국정운영방향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새해 국정운영방향을 밝히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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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년연설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긴밀히 협력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업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세청이나 공정위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나 불공정거래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정부로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어찌 보면 정부와 재벌 양쪽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역시 지난해 하반기 삼성생명을 비롯해 제일기획, 에버랜드 등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삼성전자를 상대로 중소기업과의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들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대·중소기업 상생 이야기는 원칙론을 말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꺼렸다.

이 회장은 이날 신년하례회에서 '상생'과 함께, 급변하는 기업경영 시대에 혁신과 기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금부터 10년은 100년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21세기를 주도하며 성장하기 위해선 사업구조가 선순환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과 제품을 위해선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며, 모자라는 부분은 기꺼이 협력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향후 새로운 사업으로 꼽고 있는 바이오 등 각종 신성장 사업에서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이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달 '바이오 벤처 1세대'로 꼽혔던 메디슨을 전격적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올해 작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면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유망기술을 찾아내는 한편, 부단히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몽구 "성장 위해 끊임없이 도전"... 구본무 "한때의 성공에 안주하면..."

이건희 삼성 회장 이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등 재벌 총수들도 이날 일제히 시무식을 갖고 새해 업무에 들어갔다.

정몽구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시장에서 창의적 변화와 끊임없는 도전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전략"이라며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계속 개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또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그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에 올해 고로 3호기를 추가로 건설할 것"이라며 "연간 1200만 톤 고로 생산체계의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제철산업의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좋은 품질의 자동차용 강판 생산으로 완성차 품질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신년 모임에서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진입에 뒤처지면서 큰폭의 적자를 낸 것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했다. 그는 "한때의 성공에 안주하면 고객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엄중한 교훈 얻었다"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이어 "새해 경영환경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10년 후 미래 사업을 위해 핵심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이건희, #이명박 대통령, #대중소기업 상생, #정몽구, #구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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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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