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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KBS 사장(자료사진).
 김인규 KBS 사장(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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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지난 29일 김인규 KBS 사장이 참여정부 시절에 충성을 다짐하며 인사로비를 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김 사장이 2006년 당시 참여정부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KBS 사장으로 밀어 달라"고 청탁했다는 증언이 또 나왔다.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인규 사장이 호텔 모임에까지 찾아와 '차 한잔하고 싶다'며 인사로비를 했다"며 "이후 몇 사람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과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제3기 방송위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냈다. 현재는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조직한 야권대통합운동단체 '민란'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 선배들, '왜 너만 '김인규 KBS 사장' 반대하냐?' 묻기도"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자료사진).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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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전 부위원장은 3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부 방송위 위원들이 저에게 '김인규씨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며 "하지만 저는 '못 만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2006년 어느 날 시내 한 호텔에서 정보통신부 사람들과 만나기로 돼 있었다"며 "김인규 사장이 호텔 입구에서 저에게 '저 김인규입니다, 차나 한 잔 마시고 싶다'고 불쑥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김인규 사장이 올 자리가 아닌데도 그렇게 불쑥 찾아와 인사를 했다"며 "제가 양정철 전 비서관보다 (성격이) 더 까칠해서 '싫다, 바쁘다'고 응대하면서 그냥 호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최 전 부위원장의 증언은 김인규 사장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게 했던 인사로비 행태와 비슷하다. 연락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참여정부 인사들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 전 부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김인규 사장은 정치권 인사들을 통해 최 전 부위원장에게 인사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의도의 한 한식당에서 평소 존경하던 정치권 선배들이 만나자고 해서 나갔다"며 "그런데 그 선배들이 저에게 '김인규씨가 KBS 사장을 하려고 하는데 자네가 반대해서 못한다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최 전 부위원장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김인규씨는 방송에 대한 소신도 없고, 전두환 때부터 '부역'한 사람이다. 저는 그런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지지할 수 없다. 그리고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뽑는 것이지 방송위가 뽑는 게 아니다."

그러자 정치권 인사들이 "노무현 정부 내각에도 한나라당 성향 인사들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최 전 부위원장은 이렇게 응수했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성향 인사를 쓴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죽 사람이 없었으며 그렇게 하셨겠냐? 나는 방송 쪽에서 그런 사람이 사장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러냐?"

최 전 부위원장은 "제가 이렇게 세게 얘기하니까 그 선배들이 '네 말도 맞다'고 하더라"면서 "그 이후로도 몇 사람들을 통해 만나고 싶다고 전해왔지만 김 사장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기고-서울대 인맥 총동원해 로비하고 다녔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1인미디어 <양정철닷컴>에 올린 글을 통해 참여정부에 충성다짐을 했던 인사는 김인규 KBS 사장이었다고 '실명'을 공개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1인미디어 <양정철닷컴>에 올린 글을 통해 참여정부에 충성다짐을 했던 인사는 김인규 KBS 사장이었다고 '실명'을 공개했다.
ⓒ 양정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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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부위원장은 "또 다른 루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가 김인규를 내정했다, 그런데 왜 너 혼자 반대하냐?'는 등의 얘기를 했다"며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김 사장의 '자가발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방송에 관한 인사를 할 때 소신 없는 사람은 절대 기용하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도 김인규 사장의 '인사로비' 내용을 일부 파악했으며 그것 때문에 초기 인사 때 망설였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당시 김인규 사장은 경기고-서울대 인맥을 총동원해서 KBS 사장 인사로비를 하고 다녔다"며 "그런데도 '참여정부 때 인사로비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KBS 출신의 한 참여정부 인사는 "김인규 사장은 '조직 장악을 못하는 정연주 사장보다 KBS 출신인 김인규가 더 낫지 않느냐'는 시각을 갖고 있던 민주당 L, K 의원 등을 찾아 다녔다"며 "주로 서울대 정치학과 라인에 있던 의원들이 로비대상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양 전 비서관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김인규 사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하니까 입을 열게 됐다"고 증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KBS의 한 간부는 "최민희 부위원장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김인규 사장의 한 측근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정치권, 청와대 등 외부의 입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특히 김 사장을 도와줄 정치권 인사들이 몇 명 있었긴 했지만 김 사장이 KBS 사장 선임할 때 정치권에 줄을 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인규 사장의 '감추고 싶은 과거사'를 폭로한 양정철 전 비서관은 30일 자신의 1인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김인규 사장 실명 보도가 나가고 여러 분들이 전화를 하셨다"며 "'나도 증언할 게 있다'는 내용이 줄을 이었다"고 '후폭풍'을 예고한 바 있다.


태그:#김인규, #최민희, #양정철, #KBS 사장 인사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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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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