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이사회는 지난 11월 19일 수신료를 현재 월 2500원에서 1000원 인상한 월 3500원으로 하는 안은 의결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과 누리꾼은 수신료 인상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5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누리꾼단체들이 수신료 인상 강행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 발족한 'KBS 수신료 인상저지 범국민행동'과 <오마이뉴스>는 KBS가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시민사회단체들과 누리꾼이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역사의 기록인 줄만 알았던 '대통령 찬가'가 9시 뉴스에서 방송되고, 지금도 실체를 모를 G20 정상회의에 KBS의 모든 역량이 투입됐습니다. 반면,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천안함 사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심층취재물은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방송됐습니다. 새로운 의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이미 벌어진 일을 기사로 쓰기도 힘든 언론사가 된 것입니다."

지난 12월 27일 '징계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KBS에서 34기 '막내기자' 25명이 연명으로 김인규 사장과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KBS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수신료 관련 홍보물.
 KBS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수신료 관련 홍보물.
ⓒ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특보사장 취임 후 벌어진 탐사보도팀 해체, 부당 징계, 보복 인사, 정권 홍보 행태를 비판하며 "밖으로는 정권의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게 하고, 안으로는 비판하는 입을 막아 KBS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 "KBS의 명예를 실추시킨 장본인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김인규 사장과 사측, 바로 당신"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24일에는 KBS의 'G20 홍보' 행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이란 중징계를 당한 김용진 KBS 부산총국 울산방송국 기자가 사측의 징계에 반박하는 글을 'KBS 사내통신망'에 올렸다.

김 기자는 이 글에서 "나는 나치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 버젓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야말로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라고 생각했다"고 일갈했다.

KBS가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특보사장' 김인규 체제에 저항하는 내부 구성원들이 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

양심적 직원 탄압하는, '정권 나팔수' KBS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아직 KBS를 정상적인 공영방송으로 돌려놓을 정도의 힘을 갖지 못하고 있고, KBS는 양심적인 직원들을 탄압하면서 날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정권 나팔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KBS는 틈만 나면 '수신료의 가치를 감동으로 전하겠다'고 떠들며 시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월 KBS 이사회의 여야 이사들이 '3500원 인상안'을 타협하자 일각에서는 '수신료가 조중동 종편 종잣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았다'는 섣부른 평가와 함께 '여야 이사들이 합의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백 번 양보해 '3500원 인상안'이 수신료 인상을 통한 '조중동 종편' 지원의 가능성을 막은 것이라면(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태섭 교수의 글을 참조) 수신료를 인상해도 좋은 것인가?

앞서 KBS 기자들이 지적했듯 KBS는 "새로운 의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이미 벌어진 일을 기사로 쓰기도 힘든 언론사"가 된 지 오래다. 온 나라를 웃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보온병 포탄' 해프닝조차 KBS는 외면하지 않았던가.

ⓒ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사진보기



지난 8일 국회에서 벌어진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사태에 대해서도 KBS는 '정권 홍보방송'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물론 MBC나 SBS도 이명박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지, 날치기 처리된 예산안의 문제가 무엇인지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방송사는 적어도 '친서민 예산'의 누락이나 '형님예산' 문제 등에 있어 '면피' 수준의 보도는 내놨다. 

반면 KBS는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물타기'하고, '친서민 예산'의 누락을 외면했으며, '형님예산'의 문제를 축소했다.

예산안이 날치기 처리된 날, KBS 메인뉴스인 <뉴스9>는 '연말 파행 악순환'(송창언 기자)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한나라당의 날치기와 그로 인한 국회 파행을 '예산안을 둘러싼 고질적 관행'으로 치부함으로써 한나라당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었다. 보도는 각 해마다 있어온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국회의 갈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해는 달랐지만 파행으로 얼룩진 예산안 처리 모습은 똑같다"고 평가했다.

'친서민 예산' 누락조차 비판 안 한 '공영방송' KBS

ⓒ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사진보기


또 '표2'에서 보듯 KBS는 '친서민 예산'의 누락조차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KBS는 '친서민 예산'의 누락을 여야 간 '시각차', '공방'으로 다뤘다. 

KBS는 13일 '예산 공방 쟁점?'(곽희섭 기자)이라는 보도에서 "한나라당은 정부안보다 오히려 복지 예산을 늘렸다고 주장한다"며 '영유아 예방 접종 등 특정 분야에서 증액을 덜 한 것이지, 삭감한 것은 아니다'라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심사 없이 증액된 151개 사업, 4613억 원 가운데 영남 지역 예산이 3분의 2나 된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나열했다. 

또 14일 '심층분석 '예산안 파동 전말''(김병용 기자 외)에서는 "복지 예산은 과연 줄었을까, 늘었을까 여기에는 여야의 큰 시각차가 있다"면서 "먼저 야당은 (서민 복지예산이) 3천억 이상 줄었다, 결국 최대 폭의 복지예산 감소"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안을 지켰을 뿐 줄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대비 1200억 늘어 역대 최고"라고 주장한다고 공방으로 다뤘다.

반면 MBC는 10일 '사라진 '아동예산''(현원섭 기자)에서 "아동 필수 예방 접종비 338억 원", "장애인 연금 지원비 312억 원" 등의 예산이 모두 없어졌다면서 "예산안 강행 처리로 한나라당은 70%의 서민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적어도 내년에는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15일 '방학이 고달픈 결식 아동들'(공윤선 기자)에서는 "이런 혹한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동시에 이겨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결식아동들의 열악한 환경을 취재하고 "새해 예산안에서는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SBS도 10일 ''친서민 예산' 실종'(한승희 기자)을 통해 한나라당이 "현장 환호까지 받았던 한나라당의 보육교사 수당"이 "내년 예산에는 당초의 약속 536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고 보도했다. 또 "(내년) 보육료는 70% 까지는 국민의 70%까지 월 2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도록"하겠다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말에 이어 "이 말도 공염불로 끝났다"면서 "약속대로라면 3290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지만 강행 처리된 예산 어디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을 위한 338억 원, 장애인 연금 인상을 위한 312억 원,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185억 원,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확대를 위한 611억 원도 말잔치로 끝난 채 사라졌다", "중고생의 방과 후 공부방 지원은 그나마 지원돼 왔던 예산조차 빠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형님예산'은 슬그머니 감추고, 여야 싸잡아 비판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민생 복지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단상에서 버티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붙들려 저지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민생 복지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단상에서 버티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붙들려 저지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형님예산' 관련 보도에서도 KBS는 MBC, SBS와 차이를 드러냈다. MBC, SBS가 '형님 예산'의 대폭 증액을 주요하게 다루면서 야당 실세 의원들의 경우를 함께 언급한 반면, KBS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형님예산' 대폭 증액 문제를 흐렸다. 증액된 사업이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착수됐다는 것이 지역여론'이라는 등의 설명도 덧붙였다.

9일 MBC는 '지역구 예산 챙겼다'(김병헌 기자)에서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경북 포항과 울릉도에 배정된 예산을 보면 울산-포항 고속도로에 100억 원, 울릉도 일주도로 건설엔 50억 원이 늘었고 정부의 예산배정이 없었던 과메기 가공단지에는 10억 원이 추가로 배정됐다"면서 "예산 증액은 이 의원 지역구가 1600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의 지역구인 마산이 400억 원, 그리고 박희태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경남 양산이 180억 원으로 각각 2, 3위였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SBS ''제 몫' 챙긴 실세들'(권영인 기자)도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포항과 울릉도 관련 예산을 정부원안보다 무려 1623억 원 늘려 이른바 '형님 예산'의 힘을 과시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날 KBS는 '너나없는 지역 챙기기'(김귀수 기자)에서 예결위 여야 의원 지역구 예산 증액, 각 당 원내대표 지역구 예산 증액 실상을 나열하고, "폭력 사태의 와중에서도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며 가장 큰 폭으로 증액된 '형님 예산'을 마지막에 슬쩍 언급했다.

또 14일 '심층분석 '예산안 파동 전말''(김병용 기자 외)에서는 '형님예산' 부분에 대해 "낙후된 동해안의 사회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 지난 2천년 국민의 정부 때 기본계획이 수립돼, 지난해부터 공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노선 설계가 끝난 포항-울산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착수됐다는 것이 지역여론", "동해안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은 대부분 정부의 U자형 국토 개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전한 뒤,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에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정치권의 힘겨루기 속에 이 같은 예산 확보에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 행사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 통과된 UAE 파병동의안, 서울대 법인화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KBS는 침묵했다. MBC만이 이들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내놨다. MBC는 9일 ''국립' 서울대 사라진다'(양윤경 기자)에서 "난장판 속에 예산안과 함께 서울대 법인화법이 통과됐다"면서 서울대 법인화법을 다뤘다. 11일에는 <이상한 파병>(김연국 기자)을 통해 파병동의안의 절차상 문제와 파병의 '명분 없음'을 지적했다.

KBS의 '전쟁 불사', 조중동 앞지를 기세

ⓒ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친서민 예산' 누락도 외면하고, 쟁점 법안의 '날치기'도 외면한 KBS는 늘어난 국방예산이 '전력 강화'를 위해 쓰인다는 사실은 강조했다.  

10일 '증액 어떻게 쓰이나?'(이영현 기자)에서 KBS는 "통과된 새해 예산에는 신 장비를 서해 5도에 추가로 도입하는데 1680억 원이 배정됐다"며 "적외선 카메라가 있어 정밀 공격이 가능한 스파이크 단거리 미사일과 지하시설이나 갱도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소형 중거리 GPS 유도폭탄도 도입된다", "해군 정보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 구입 예산이 처음으로 도입됐고 지상 1500m 상공에서 상대 진영을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는 전술 비행선도 추가된다"는 등 증액된 국방예산의 쓰임새를 상세하게 전했다.

예산안 날치기 보도에서 드러난 문제 외에도 KBS가 정권 홍보에는 적극적이면서 정권에 불리한 보도는 축소·외면하는 사례들은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지난 22일 조계종이 전국 3000여 사찰에서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법회를 열었지만 KBS는 단신으로 다루며 '템플스테이 예산 누락'만 언급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론'을 끌어들여 빈축을 샀지만, KBS는 '대통령의 말씀'을 띄우기 바빴다.

뿐만 아니라 최근 KBS는 날로 강경해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발맞춰 연일 '북한 붕괴론'에 힘을 싣고, '전쟁 불사'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 기세가 조중동을 앞지를 듯하다.

지금 KBS는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이 10원이든 1000원이든 수신료 인상을 할 수 없는 핵심적인 이유다.


태그:#예산안, #날치기, #쟁점법안, #KBS, #방송보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