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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수는 좋아졌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제는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 총생산과 GDP는 상승하고 코스닥 등의 증권지수도 좋아지는데 도대체 왜 '나의 경제'는 별로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 지금 우리주변의 '진짜 현실'은 마흔이 넘어서 은퇴를 강요당한 가장이 주유소알바를 뛰거나, 이른 정년퇴직을 당한 50대가 쓸쓸히 귀향한다거나, 대학교를 막 졸업하거나 휴학한 청년실업자들이 취업을 포기하여 알바로, 프리랜서로, 방안으로 지표상 나타나지도 않는 경제활동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것 등이다.

 

민주주의국가이자 G20에 드는 OECD국가의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국가 경제체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국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 몇 대를 이어 대한민국을 경영하는 경영자(대통령)들의 대외적(?) 경영철학이다. 이 자유로운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고 규제를 대폭 풀어주고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제체제를 우리는 글로벌한 용어로 '신자유주의'라고 한다.

 

이에 따라 무역의 장벽을 헐어 싼 외국물건이 쏟아져 들어오는 자유무역체제가 허용되고 이를 통해 국내 경영시스템은 힘센 나라의 효율적인 경영체계와 조건 없이 맞서 싸워야 한다. 무한경쟁시스템에 노출된 작고 힘없는 경영체는 자연 소멸의 길을 걷는다. 더 싸고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국내의 비싼 인력들 대신 '작고 힘없는' 국가들에 현지공장을 차리거나 국내로 유입된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게 된다.

 

과연 위와 같은 행위가 시장의 자유에 전적으로 맞추어 진것일까.

 

"시장의 경계가 모호하며 객관적으로 결정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경제학이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중략.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 규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그 규제를 통해 보호될 권리들을 부정한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Thing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아프리카의 국가들의 가난이 그들이 처한 지리·환경적 영향이라는 해석의 전문가들도 있지만 장하준 교수는 이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의 현재 상황은 기후, 풍토병, 독제체제, 자원전쟁과 종교전쟁 등의 악조건들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 책이 지적하는 것은 그런 요인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요건들이라고 지적한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 같았던 이유들이 실상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극복가능하다는 것이고 "진정한 비극은 만성적 성잘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Thing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진실처럼 들려 의심하지 않은 사실은 우리주변에 널려있다. 요즘 새로운 신데렐라 신드롬을 불러와 뜨는(?) 드라마인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역인 현빈은 부모 잘 만나서 돈 펑펑 쓰고 그렇지 못한 하지원 역은 월세 방에서 '거지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는 엄연히 우리사회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계급의 상층에 살고 있는 이들은 대기업의 경영자들이다. 많은 노력을 투여하지 않고도(논다는 뜻은 아니다) 그 자리를 유지하거나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자들. 그들의 보수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연봉의 수십 배(스톡옵션 포함)에 이른다.

 

과연 이러한 처우는 정당한 것일까. 실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이들이 가져가는 급여와 경영자의 급여가 가지는 가치차이는 증명해낼 수 있는 것인가. 그들의 결정이 회사를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직원과 비교할 때 그만큼 차이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임금 하락 위협, 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정규직을 대체하는 임시직의 증가, 그리고 지속적인 다운사이징 등으로 압박을 받는 반면 경영자들은 이렇게 해서 창출한 추가 이윤을 주주들에게 분배해서 그들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지 않도록 한다."(Thing 14 미국경영진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이와 관련,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대기업, 삼성과 비교할만한 내용도 있다(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은 자본주의 심장이고 활발한 기업 활동이 없으면 경제도 활력을 잃고 만다. 기업에 좋은 것은 나라 경제에도 좋다고. 하지만 그들은 하지 않는다. 규제를 풀어주고 법을 만들고 국가 재정과 땅을 지원해도 기업의 고용인원을 늘리지 않고 문화 사업이나 복지를 위한 재정지원은 늘어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이 속한 회사를 위해 죽을 정도로 몸 바쳐 일하다 결국 죽은 이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입을 막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는 것이 그들이다. 과연 이런 기업이 잘 되는 것이 국민들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좋은 일이 될 것인가. 이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사업진출하는 데에 장벽이 되었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결국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에 저해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것만이 규제는 아니다. 때로 기업들로 하여금 개별 기업의 이익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부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를 강제로 취하게 하는 기능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노동자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무임승차를 노리는 다른 기업에서 기껏 훈련시켜 놓은 사람을 낚아채 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모든 기업에게 강제로 노동자 교육을 시키게 하면 전체 노동력의 질이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된다."

 

23가지나 되는 '자본주의의 불문율'을 지적한 내용은 큰 흐름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가 가지고 있는 허점은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흐름을 거슬러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국가는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고 국가산업과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의 허점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그것도 쉽고 친숙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비경제적 문장으로서 말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던 '경제'에 대한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채우게 하는 내용이 읽는 이에게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놀라운 판매실적은 전적으로 작금의 한국 정부와 그 통치자 때문이다. 이들에게 지독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의 경제주체들의 자각이 '정의란 무엇인가'이후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 정치,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부키(2010)


태그:#장하준, #그들이말하지않은23가지, #경제상식, #자본주의다시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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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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