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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제정·공포된 뒤 경기지역 각 학교들이 인권조례 기준에 맞는 생활규정개정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부천의 한 고교에서 생활규정 개악 움직임을 보여 학생들이 반발하자 경기도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24일 다산인권센터와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부천 S고교는 현재 학생·교사·학부모 등 11명으로 '생활규정개정심의위원회'(이하 생개위)를 꾸려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생개위에는 학생대표 4명, 교사 4명, 학부모 2명과 외부 전문가 1명이 포함됐다. 선정은 공모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생개위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  및 학생 등이 학생인권조례의 기본 취지를 외면한 채 "학교 실정에 맞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두발과 복장 등의 기존 규정을 고수하는 규제안을 그대로 관철시키려고 시도, 이 학교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생개위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최근 진행했던 공청회 결과를 묵살하고, 인권조례에 맞게 생활규정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회의 참관마저 거부하고 있다. 공청회에서 학생들은 선택권 보장 등 전향적인 생활규정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규제안 관철 시도, 회의참관 거부...학생들 반발, 항의시위

 

다산인권센터의 조사 결과, 지난 21일 생개위 회의 시작 전 2학년 학생 5명이 회의 참관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체 생개위 위원 11명 가운데 6명이 반대해 회의 참관이 거부됐고, 회의를 참관 중이던 교사 1명도 퇴장을 당해 한동안 소동을 빚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지난 22일 아침 교문 앞에서 '근조, 학생인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생개위의 회의 참관 거부에 따른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일부 학생부 교사들이 나와 피켓을 빼앗아 학생들을 때리고 욕설을 했으며, 피켓팅에 참여한 학생들을 다시 학생부로 불러 욕설과 징계 위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분노한 학생 50여 명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등교시간인 8시 20분쯤부터 10여 분 동안 학교운동장에서 '근조 학생인권'이란 피켓을 들고 묵념을 하는 등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며 생개위의 생활규정 개악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이 학교 생개위 위원인 한 교사는 "학생들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해 전향적으로 생활규정 개정을 검토해야 하는데, 생개위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의견이 달라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면서 "생개위 내부적으로 원만한 해결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피켓시위를 벌인 학생들의 의사표시에 대해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응도 문제"라며 "학생들에게 선도위원회 회부나 징계를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위 학생들 징계위협"...인권단체 요구에 도교육청 진상조사

 

이와 관련해 다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부천 S고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문제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이 적극 조사할 것"이라며 "이와 유사한 일들이 각 급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분명한 조사와 유사 행위의 근절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당국에 대해서도 "해당 학생들에 대한 징계위협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생개위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공개 사과와 민주적인 운영을 요구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해당 학교에 장학관과 장학사 등 2명을 긴급 파견해 학생들과 교사들을 상대로 진상조사에 나섰다.

 

유선만 경기도교육청 학생학부모지원과 과장은 "학교 측이 피켓시위 학생들에게 징계위협 등 경직된 사고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면서 "유연성을 가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인권조례에 맞는 합리적인 생활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임아무개 교감은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생활규정 개정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으며, 내년 2월 생개위를 다시 열어 생활규정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학생부 교사들의 시위학생들에 대한 폭력 및 징계위협과 관련해 "교사들이 피켓을 빼앗는 과정에서 실랑이는 있었지만, 학생들을 때린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학생들의 징계추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교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0월 5일 전국 최초로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내 체벌금지, 강제야간자율학습 금지, 두발·복장의 자유, 특정 종교행사 참여 강요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내년 새 학기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며, 이에 따라 경기지역 일선 학교들은 학생인권조례에 맞춰 학칙과 생활규정을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생활규정 개악, #부천 S고교, #학생인권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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