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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현대건설 매각을 유찰시키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현대차그룹에 넘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동안 현대차 인수를 반대해온 금속노조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현대그룹-현대차, 입찰 대상자서 제외해야"

 

금속노조는 23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온갖 의혹과 비리로 점철된 이번 현대건설 매각건은 현재의 시점에서 즉각 유찰되어야 한다"면서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제대로 된 정상화를 위해서는 매각 과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입찰 대상자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뒤로 한 채, 공적자금 회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론스타를 비롯한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연연해 하고 있는 소위 '모피아' 권력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면서 "공적자금 투입기업 매각 관련 법안을 국민주를 활성화하는 방식과 공기업 민영화법을 준용하는 내용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물론 매각주체인 채권단 그리고 감시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 또한 이번 매각의 절차와 내용 측면 모두에서 엄청난 문제점을 유발시킨 장본인들"이라면서 매각 이해 당사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채권단 잦은 입장 번복, '윗선' 개입 의혹"

 

특히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과 정부 뒤의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거론했다. 금속노조는 채권단에 대해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매각 일정을 일방적으로 3개월로 줄이고 본 입찰마감 이틀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는 등 졸속매각을 자초하는 우를 범했"고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난 후에도 매각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채권단 일원인)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국회 정무위에서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동원 적정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금융감독원은 현대차그룹의 '매각과정 흔들기'를 방조"했고 "채권단은 특혜시비를 불러 올 것이 분명한 현대차그룹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최근 며칠간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이번 사태에 금융감독원을 넘어서는 '윗선'의 의중이 깊숙이 관철되고 있다는 의문을 버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벌 체제 속성 적나라하게 보여줘"

 

그룹 오너의 이해 관계를 앞세운 현대그룹과 현대차의 '비합리적인' 인수 경쟁도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적정인수가격이 약 3조 5000억 원에 불과한데, 현대건설 인수가격을 5조 원대 이상을 제시한 것 자체가 바로 '비합리적인' 인수경쟁의 전형"이라면서 "그룹지배구조의 유지와 친족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는 재벌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건설 매각과 현대그룹 오너의 경영권 보장을 맞바꾸려는 채권단 중재안과 최근 범현대가에서 현대상선 지분을 줄이는 행태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나타냈다.

 

범현대가인 KCC는 이달 들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 지분을 잇달아 매각해 지분율을 5.07%에서 4.29%로 낮췄다. KCC는 현대건설 M&A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 분산 매각이 채권단 중재안으로 등장한 상황이어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설이 현대차로 넘어갈 경우 KCC,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이 40%대를 넘어 현대그룹 경영권까지 흔들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과 공조하고 있는 KCC가 현대그룹에 퇴로를 열어주려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현대차로서도 법정 소송이 장기화되면 좋을 게 없어 현대그룹 경영권까지 욕심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속노조는 "이런 양상은 재벌지배구조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서 '적과의 동침'조차 마다하지 않는 재벌 체제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태그:#현대건설, #현대그룹,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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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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