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채·지방채·회사채 등 채권시장이 거대한 금융시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렇지만 이 채권이 경제지표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무관심하며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채권에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당신은 이미 알게 모르게 채권과 관계를 맺었는지도 모른다. 지역개발공채(또는 지역개발채권)가 대표적인 사례. 가장 흔한 사례로 자동차 구입 시에 도시철도채권을 매입했거나 도 지역에 거주한다면 지역개발채권을 매입해 이미 채권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여기서 잠깐] 자동차 등록시 공채매입? 할인? 그게 뭐지?
지금 타고 있는 자동차를 구입하여 등록하면서 의무적으로 매입한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에게 등록업무를 일임한 경우다. 준비할 서류도 잘 모를 뿐더러 당연히 영업사원이 서비스차원에서 대행해주는 것으로 알고 등록에 관한 일을 영업사원들에게 전담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등록 부대비용 전체금액만 확인하고 내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채권 매입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 구입 후 차량 등록을 위해서는 취득세, 등록세, 번호판대 등과 함께 꼭 내야하는 공채매입 비용이 있다.

특히 공채에 관한 내용을 자세하게 모르는 일반인들은 차량등록을 영업사원들에게 모두 맡기기 때문에 등록비용 영수증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영업사원에게 일임한 경우, 자신이 정당하게 공채 할인을 받았는지 여부도 확인하기 힘들다.

보관하고 있는 자동차등록 관련 영수증이 있다면 지금 한번 확인해보라. 등록부대비용내역을 보면 ▲등록세 ▲취득세 ▲번호판대 ▲수입증지대 ▲등록대행수수료 ▲설정료 ▲공채할인료 등의 항목과 함께 관련 영수증이 있을 것이다.

차주가 등록 시 내는 공채의 매입가격은 차량의 배기량에 따라 다른데 공채매입가격을 구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공채매입가격 = 공급가액(차량구입가격에서 부가세 제외한 금액)×차량에 따른 공채 비율(%)

그런데, 차량 등록 시 매입하는 정상적인 공채 매입금액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비용적인 부담은 물론 만기인 5년 동안 보유해도 별 소득이 없다. 그래서 사는 즉시 매도하여 등록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공채매입이나 할인율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등록 대행시 간혹 계산을 잘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만약 할인된 공채매입 금액이 잘못되었거나 공채매입확인서 등이 첨부되어 있지 않을 경우, 영업사원에게 항의하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즉, 아무리 5년 이후에 원리금을 준다고 해서 일반인이 5년 동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가 만기에 상환받기는 번거롭기도 하고, 여러 가지 힘이 든다. 따라서 해당 금융기관에 이 채권을 판매하게 되는데 금융기관으로서는 5년 후에 원리금을 받게 되는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므로 대가로 원금과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그 기간 동안의 이자를 미리 계산해서 차감한 후 나머지 금액만을 받는 것이다.

영수증이나 내역서 등을 필요 없다고 받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는 소비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대표적인 '끼워팔기'... 계약체결부터 등록 인허가까지 의무적 매입

도시철도채권·지역개발채권은 사실상 준조세다. 자동차를 새로 등록할 때나 각종 인허가를 받을 때 도시철도채권(서울·부산·대구·인천)이나 지역개발공채(기타 지역)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이른바 지자체의 채권 '끼워 팔기'인 셈이다.

관급 계약 시 지역개발공채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데 매입비율은 전체금액의 1.5%.
 관급 계약 시 지역개발공채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데 매입비율은 전체금액의 1.5%.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특히 지역개발공채는 발행대상이 되는 근거도 수십 가지. 우선 자동차등록(신규, 이전, 알선 및 대여사업 등)에서부터 매매가의 일정비율만큼 지역개발공채를 매입해야 하고, 각종 수익적 인허가 및 계약을 체결할 때도 물론이다.

지자체와 용역계약 체결 시에는 대금의 1.5%에 해당하는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민원인들에게 공채 매입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매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계약, 등록,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한 지자체에 170여 만 원어치의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한 나는 지역개발공채 매매입확인증을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관급 계약 시 지역개발공채를 매입하는데 비율은 전체금액의 1.5%인 2만 5천 원.

일단 사서 가지고 있다가 만기도래시 매도(5년 만기, 표시금리 2.5%)할 수도 있지만 금액도 크지 않아 은행창구에서 즉시매도를 요청했다. 총 수납금액은 2725원(할인율 약11%). 창구에 문의하니 실제 공채를 구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구입하자마자 되파는 실정이라고 답한다.

실제로 1백70여만의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전체금액의 1.5%인 2만5천원의 지역개발공채를 매입했다. 은행 창구에서 즉시매도를 요청하자 총 수납금액은 2,천725원이었다.
 실제로 1백70여만의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전체금액의 1.5%인 2만5천원의 지역개발공채를 매입했다. 은행 창구에서 즉시매도를 요청하자 총 수납금액은 2,천725원이었다.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채권이므로 만기까지 보유하면 일정금액의 이자를 받겠지만, 금리도 낮고 재테크로서의 매력이 거의 없어 채권의 기능보다는 준조세나 다름없다. 계약금액이 커질 경우 공채금액이 부담되는데다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록시 '울며 겨자먹기'... 창구에선 즉석 '와리깡' 여전

또 지금의 지역개발공채 모집 방식은 시민들에게 부담으로만 작용할 뿐 투자에 대한 수익 개념도 전혀 없다. 가장 가까운 예로 자동차 구입 시 의무적으로 구입가격의 일정 비율에 따른 지역개발공채(서울의 경우 지하철공채)를 사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 구매자들은 공채 보유기간 전에 이 공채를 금융기관에 할인을 받고 팔기 일쑤다.

광주광역시를 기준으로 배기량 2천CC이하인 구입가격 1700만 원짜리 승용차를 등록하려면 구입금액의 8% 지역개발공채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이를 계산하면 136만 원어치의 공채를 구입해야 하는 것. 하지만 창구에서 즉시매도(속칭 '와리깡') 한다고 해도 20~30만 원(통상할인율 18~20%)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공채 매입은 국가에 돈을 빌려주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차량등록 즉시 공채를 할인하고 있다. 지역개발공채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된 만큼 그냥 돈을 뜯기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승용차 등록시 차종별 지역개발공채 매입대상과 금액
 승용차 등록시 차종별 지역개발공채 매입대상과 금액
ⓒ 광주광역시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전북도의 내년 지역개발공채 발행계획은 1,150억원 규모로 발표했다.
 전북도의 내년 지역개발공채 발행계획은 1,150억원 규모로 발표했다.
ⓒ 전라북도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지역개발공채는 무슨 근거로 강제 매입하게 하는 것일까? 공공부문과의 인허가나 계약체결과 관련하여 계약당사자에게 계약서상 공채매입을 의무화하는 관행은 분명 문제가 있다.

금융기관의 '꺾기(통상적으로 금융기관에서 쓰는 말로, 불공정한 대출관행)'에 다름없는 불공정거래행위 처럼 보인다. 물론, 지역개발공채의 근거는 지방공기업과 각 지자체의 조례에 명시돼 있다. 법적 근거를 취하고는 있겠지만, 강제성을 띠는 현행 발행 방식에는 결코 수긍할 수 없다.

금융기관 '꺾기'와 다름없어... 폐지하거나 대폭 정비해야

공적 재원마련이라는 명분으로 발행되고 있는 공채, 이제는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채권의 강제매입을 통한 자금조달은 시장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다. 또, 상품성도 없는 지방채를 강제로 사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재원조달방안이 아니다.

공채를 계속 발행하려거든 자율 투자를 유도하도록 상품의 질과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매입비율과 금리도 현실화하고, 매입대상도 대폭 간소화하고 정비해야 한다. 언제까지 '남의 일'처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 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엄청난 부담으로 자동차 등록 시 매입했던 지역개발공채의 지자체 수입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강제로 채권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무상급식이나 하지, 어디다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태그:#지역개발공채, #지역개발채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