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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사활동을 거의하지 않는 편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시간과 물품 금전적인 도움을 주면서 봉사활동했다고 사진찍고 신문과 방송에 내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 그것이 참된 봉사인지를 많이 고민했고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다고 이들을 불러놓고 6만~7만 원을 들여 만든 펼침막에 단체명을 크게 쓰고 그들 보고 웃으라고 하면서 사진찍기. 사실 나는 그런 일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 그 펼침막 만드는 돈마저도 도움에 쓰이면 안 될까? 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라 해서 이리 저리 불려 다니고 사진 찍히고. 인터넷 공간에 떠돌던 사진이 언젠가는 아픈 상처처럼 드러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나의 편협함인지도 모른다.

내가 가입해서 활동하는 봉사모임은 하나뿐이다. 커피를 파는 조그만 가게. 그 주인이 하루 쉬는 날 가게를 빌려서 찻집을 연다. 3000원을 내면 커피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커다랗게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6명의 회원이 친한 이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찾아오는게 전부다. 한달 수익은 30만~40만원. 다문화 가정이면서 정부의 지원에서 벗어나 있거나 일시적으로 도움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준다.

도움을 받은 이들의 이름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러저러한 어려움에 처한 어떤이에게 얼마를 전달했습니다'하고 가게 안에 안내하는 것이 전부다. 그 뜻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서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찬바람이 들어오는 비닐 하우스. 안에 있는 그릇과 물통도 얼음덩어리가 되고 만다. 우리 만이라도 비닐도 바람을 가려주기로했다.
▲ 우리에 비닐씌우기 찬바람이 들어오는 비닐 하우스. 안에 있는 그릇과 물통도 얼음덩어리가 되고 만다. 우리 만이라도 비닐도 바람을 가려주기로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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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에 들기를 바라는 듯 어린아이가 재롱을 열심히 부린다.
▲ 나 좀 데려가 주세요 사람의 눈에 들기를 바라는 듯 어린아이가 재롱을 열심히 부린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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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안에 만들어졌다. 농사용으로 지어져 양옆에 환기를 위한 시설이 있다. 한겨울 차가운 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 동해시 유기동물 보호소 비닐하우스 안에 만들어졌다. 농사용으로 지어져 양옆에 환기를 위한 시설이 있다. 한겨울 차가운 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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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봉사활동의 전부인 나. 그런 나는 오늘 참된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을 만났다.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춥다고 움츠리는 한 겨울에 몸과 마음 전부를 내어놓고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다.

강원도 동해시의 한 비닐하우스에는 사람의 손에서 길러지고 함께 생활하던 개와 고양이들이 버려진 뒤 한데 모여 생활하는 장소가 있다.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차에 치인 것이 신고되면 일명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진다.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따뜻한 사랑과 음식에 길들여졌던 이들이 어떤 이유에선가 거리에 버려지고 떠돌이 생활 끝에 이곳에 모인다. 그렇다고 이곳이 평생의 안락함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15일이라는 기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그나마 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안락사를 면하거나 지연 시키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닉네임 '낚자'씨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버려진 개와 고양이도 많아지고 있다. 어린 강아지를 사다가 1년 정도 기르다가 덩치가 커지면 내다 버리기를 반복하는 20여 초반의 여자도 있다. 사람의 정에 굶주인 아이들이 서로 눈을 맞추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어린아이처럼 보채기에 매일 같이 찾아온다"고 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입혀준다.
▲ 옷입히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입혀준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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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도 많이 버려진다. 집에서 길러진 고양이들은 거리에 나서면 수명이 평균 3개월이라고 한다. 독극물을 먹거나 차에 치이는 일명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고양이 고양이들도 많이 버려진다. 집에서 길러진 고양이들은 거리에 나서면 수명이 평균 3개월이라고 한다. 독극물을 먹거나 차에 치이는 일명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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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봉사자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에 비닐을 덮어 바람을 가려주는 일이다. 비닐 하우스 안에 있다고는 하지만 양쪽 모두 환기를 위해 열어둔 탓에 온도가 바깥과 다르지 않다. 봉사자들이 생각한 궁여지책은 우리에 비닐을 씌우고 헌 이불을 덮어주는 것이다.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외부 수도가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봉사자가 몇 통의 물을 집에서 가져왔지만 설거지 하고, 먹을 물로 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겨울 동안 봉사자들이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난 것이다.

식수통마다 얼어 있는 얼음을 깨어내고 그릇을 닦아서 물과 사료를 채워주고. 봉사자들은 찬물에 빨갛게 언 손을 주무르면서도 또 다른 일을 찾아낸다. 추위를 막아주려고 입혀 놓은 옷들이 지저분해진 것은 벗겨서 새옷으로 갈아 입히고, 운동이 부족한 아이들은 넓은 우리로 옮겨 놓고,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떼어 놓고, 또 체온이라도 의지하라고 한데 모아 놓기도 한다.

물이 나오지 않아 집에서 가지고 온 물을 써야 한다. 더운물은 상상도 할수 없다.
▲ 먹이통 씻기 물이 나오지 않아 집에서 가지고 온 물을 써야 한다. 더운물은 상상도 할수 없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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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비닐을 걷어 올리고 밤에는 내려준다. 개와 고양이들이 따뜻한 밤을 보내고 있을까?
▲ 비닐 설치 완료 낮에는 비닐을 걷어 올리고 밤에는 내려준다. 개와 고양이들이 따뜻한 밤을 보내고 있을까?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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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엇보다도 열심히 하는 것은 사진찍기다. 이쁘게 사진을 찍고 성향을 파악해서는 여러 인터넷 공간에 올려놓는게 중요하단다. 하루라도 빨리 새 주인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다. 보호소에 머무는 동안 따뜻하고 깨끗하게 돌보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 주인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돌봄이다.

이들 봉사자들의 일은 험한 일이다. 두려움에 떨고 적개심을 표시하는 아이들을 달래야 하고 건강상태도 살펴야 한다. 보호소에 들어 온지 며칠 안된 아이는 먹는 것에만 신경쓴다. 그 만큼 굶주렸다는 말이다. 목덜미를 더듬어 보니 올무가 그대로 있다. 무엇보다 봉사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환경이다. 농가가 있지만 물 한 동이 퍼가는 것을 꺼려하고 시끄럽다고만 한다.

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돌보기 전에는 밥그릇인지 분뇨통인지 구분이 안 갔다고 한다. 유기견과 고양이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알려지면서'보호가 아닌 학대'라고 여론이 형성됐고, 밥그릇과 물통이 교체되고, 최고급 사료를 공급해주는데 위안을 삼고 있다. 사는게 어렵다고 말만하면서 도움주기를 주저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이야 말로 참삶을 살고 있는 따뜻한 이웃. 나는 오늘 그들을 만났다. 특종이다.

덧붙이는 글 | 나만의 특종 응모글



태그:#유기견, #반려동물, #유기동물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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