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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재협상 불가 원칙에 대한 번복

 

한국과 미국 양국은 2010년 12월 3일 한-미 FTA(이하 KORUS FTA) 재협상을 타결하였다. 지난 2007년 6월 공식 서명 이후 약 3년 5개월 동안 발효를 위한 국내절차를 밟지 못하다가 이번 재협상을 계기로 양국은 발효를 위한 국내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인 협상의 결과물인 수정안뿐만이 아닌 협상 그 자체에 대해서도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그 중심에는 한국 정부의 KORUS FTA에 대한 입장 번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협정문에서 점 하나도 수정하지 않겠다던 정부 방침은 결국 협정문의 수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한-미 FTA 재협상을 이끌었던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은 지난 12월 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기존의 재협상 불가 원칙을 깨고 추가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사과하였다. 수정 내용에 대한 실익 분석 이전에 공공연히 주장하던 협상 불가 입장을 바꾼 데 대한 당연한 사과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협상이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사과도 이미 타결된 협상을 뒤집을 수는 없다. 물론 국회에서 비준이 거부되면 발효가 되지는 않지만, 협상 내용에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더 이상의 협상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만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가?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협상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혹은 국회 비준이 좌절되어 미국에게 재협상을 요구하게 된다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 재협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철저한 경제적 논리의 바탕위에 한국은 실리를, 미국은 정치적 명분을 챙겼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평도 문제와의 연계는 우연의 일치일 뿐, 양국은 지난 11월 정상회담에서 KORUS FTA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이미 합의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은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 미국측에 양보를 해주었지만, 돼지고기 및 의약품 분야에서 실리를 챙겨 이익의 균형을 맞추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위의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미국에게 자동차 부분에 있어서 양보를 해 준 것은 맞고, 한국 정부가 잘못한 것은 기존의 협정문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이미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재협상 결과에 대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들만을 놓고 보면 결론적으로 한국에게 돌아오는 것은 돼지고기 관세 철폐 기한 연장 및 의약품 분야에서 허가-특허 연계 의무 이행을 3년으로 연장하기로 합의하는 등의 경제적 실익이 많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


Ⅱ. 재협상의 필요성 및 시기적 정당성

 

'과연 재협상이 필요했는가?'와 '재협상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는가?'를 동시에 논하기는 쉽지 않다. 두 질문을 동시에 할 수 있을 때는 재협상이 필요했을 때만이 가능하다. 즉, '재협상이 필요한데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라는 정도의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럼 과연 기존 KORUS FTA 협정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했던 것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기존 협정문의 수정 불가였다. 2007년 협정문에 공식 서명 이후 3년여 동안 미국 정부 및 언론, 업계, 학계, 노동계 등에서 끊임없이 재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도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이러한 정부의 재협상 불가 방침 고수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한두 가지 정도는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첫째, 미국과 재협상 - 또는 정부의 표현대로 추가 협상 - 을 하게 되는 경우, 재협상의 범위는 어느 정도가 될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미국의 요구 사항은 주로 자동차 및 쇠고기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재협상 시작과 동시에 더 많은 부분에서 미국의 수정 요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스냅백', '허가-특허 연계' 조항과 같은 소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항의 삭제 등을 우리측이 대가로 요구할 수도 있지만, 재협상의 범위가 커질수록 기존의 협정 내용보다 더 유리한 협상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확신은 어느 누구도 가지기 힘들었다.

 

아울러 양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내 사정과 다른 미국의 경우 의회의 눈치를 보고 더 많은 요구 사항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경제적 실익의 측면에서 혹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몇몇 조항의 수정을 목표로 하는 재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협상 결과가 지금보다 더 한국에게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확언하기 힘들다. 순수하게 통상의 측면에서 협상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힘의 논리, 특히 KORUS FTA는 한미동맹 강화라는 정치적 동기가 배제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결론적으로 재협상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 정부는 2008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따른 촛불 파동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KORUS FTA 재협상만을 놓고 본다면 2008년과 같은 촛불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측이 끊임없이 자동차와 쇠고기를 연계시켜 재협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은 한국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협상에서는 쇠고기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미국 의회에서 KORUS FTA를 본회의에 상정하는데 있어 FTA 이행법안의 처리를 담당하는 상임위인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이 쇠고기 시장 개방의 진전이 없는 한 KORUS FTA를 적극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 국내정치 문제로서 보커스 위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이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만약 쇠고기 문제로 본회의 상정이 어려워져 미국측이 다시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은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인가?

 

셋째, 한국은 2010년 10월 6일 EU와의 FTA 협정문에 정식 서명하였고, 2011년 7월 발효를 예상하고 있다. 한-EU FTA 협상 타결 및 2011년 잠정 발효는 KORUS FTA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정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KORUS FTA 재협상에 따른 EU와의 재협상은 현재 예측하고 있지 않으며 정식 서명 이후 한-EU FTA 동의안은 이미 유럽 의회에 제출되어진 상황이라고 한다. 2009년 12월 1일부로 리스본 조약(Lisbon Treaty), 즉 개혁 조약(Reform Treaty)이 발효된 이래 의회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유럽의회가 한-EU FTA 동의를 거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론적으로 KORUS FTA 재협상은 현재 한-EU FTA를 심의하고 있는 유럽의회 산하 국제통상위원회(Committee on International Trade, INTA)의 결정에 영향을 미쳐 의회 동의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리스본조약 218조에 따라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잠정 발효(provisional application)시키기로 합의하였지만, 2010년 9월 이사회에서 이탈리아의 반대로 한-EU FTA 승인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자동차가 있었다. 아울러 한-EU FTA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럽 의회의 동의를 얻는 것이 더욱 좋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KORUS FTA 재협상이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아 예정대로 2011년 7월 잠정 발효된다면, 이는 KORUS FTA의 미 의회 비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미국에게 민감한 자동차 분야 등은 유럽산 차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아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준을 서두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꼭 미국과 재협상을 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며, 왜 꼭 지금이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국민에게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즉, 필요성에 대한 명분도 시기의 적절함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 아울러 협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은 틀림없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벌인 협상은 제2, 3의 유사 분야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EU와 FTA 협상을 시작했을 때, EU의 기본 협상 전략은 최소한 KORUS FTA 만큼이라는 'KORUS Parity'였다. KORUS FTA 협정문이 공개된 만큼 EU도 최소한 미국이 가져간 만큼은 얻겠다는 논리였다. 이미 서명된 협정문을 수정하게 된 이번 재협상 선례는 향후 한국의 다른 FTA 협상에서도 재협상이 요구되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고, 더 중요한 것은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할 수 있겠는가 이다.
 
필자는 FTA 협상은 순수한 경제 논리로만 해석된다고 보지 않는다. 즉, 비경제적 요소도 FTA 협상 파트너 선택 및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칠레 및 EFTA를 한국의 협상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미국의 경우 양국 대통령이 직접 언급까지 했듯이 한미 동맹 강화와 분리하여 생각하기 힘들다.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이 재협상 당시 통상만을 생각했다고 언급하였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안보 불안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임에 이번 재협상을 안보와 분리시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오히려 미국의 Wall Street Journal은 12월 7일자 기사에서 G20 정상회의 이전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 협상단의 분위기는 돌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G20 이전에는 민주당의 중간선거 패배로 오바마가 대외 정책에서 그 어떤 것이라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관세 철폐 기한 연장 제안을 거부했지만, 이후 워싱턴에서 재협상을 진행할 때(11.30-12.3)는 한국은 단순히 FTA가 아닌 더 넓은 의미의 한미동맹 자체가 위험에 처한 것처럼 받아들였고 미국의 요구를 놀랍게 잘 받아들였다는 것이다(surprisingly receptive). 경제를 위해서는 굳건한 안보가 분명 필요하지만, 이러한 시기적 부적절성이 한국의 민주당 등 야당이 '퍼주기' '굴욕' 협상이라고 비판함과 동시에 향후 국회 비준이 험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실을 제공해 주고 있다.


Ⅲ. 재협상 결과의 의문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재협상 결과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우리도 얻은 것이 있다'는 'Win-Win' 협상이라는 것이다. 이미 재협상 결과에 대한 설명 자료가 지난 5일 일요일에 공개된 것과 같이 의약품 부분에서 허가-특허 연계에 따른 이행 의무유예기간을 18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하였고, 돼지고기 관세철폐 시한을 2년 늦추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철폐 기한 연장과 Safeguard 도입 등의 미국측 요구 사항을 수용한 대가로 의약품 및 돼지고기에서 한국에 유리한 성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협상의 기본원칙에 따라 일방적이지 않은 협상 타결을 위해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하였기에 이번 재협상은 이익균형을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얻은 것이 있으니까 균형을 이루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금번 재협상 분야 중 자동차와 관련하여 정부의 입장은 양국 간에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존 협정 내용을 바꾸고 협상 발효 후 양국 모두 관세(미국 2.5%, 한국 4%)를 4년간 유지 후 동시에 완전 철폐한다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이익의 균형을 이루었다는 의미일까? 미국은 그동안 미국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한국의 탓인 듯이 주장해왔다. 연비나 디자인 면에서 우수한 유럽 및 일본차가 한국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나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량은 6,582대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의 입장처럼 기존 협정문에서 8%인 미국산 승용차에 대한 수입 관세 즉시 철폐에서 4년간 4%를 유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미국차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를 지연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미국차 수입 물량이 미비하여 별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차의 인기가 갑자기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2.5% 관세(3000cc 이하)를 즉시 철폐한다는 기존 협정을 4년간 유지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명은 대미 자동차 수출은 2004년을 정점으로 하향 추세이며, 오히려 미국 현지 생산이 증가하고 있음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2010년 50만대, 현지 생산은 45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바와 같이 KORUS FTA든 한-EU FTA든 자동차 관세 철폐는 한국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었다. 정부측 설명과 같이 미국은 자동차 관세가 낮아서, 그리고 수출은 줄어들고 현지 생산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관세를 유지시켜도 별 문제가 없다면 근본적으로 KORUS FTA 체결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설명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 재협상에서 한국은 기존의 미국 자동차 제조사별로 한국에서 연간 판매량이 6,500대 이하인 경우 미국 안전기준에 따라 - 즉, 한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 만들어진 차의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재협상에서 6,500대는 25,000대로 상향 조정되었다. 정부의 설명은 미국 기준이 대부분 한국 기준과 비슷하고, 미국의 자체 안전기준이 엄격하고, 한국내 점유율이 0.5%에 불과하여 미국 제작사의 부담이 크고, 심각한 안전 문제 발생 시 조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자동차 안전 기준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한국 기준으로 만든 차도 미국 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미국에게만 이익이 주어진 일방적인 협정 내용이다. 2009년 미국에서 수입된 - 제작사별이 아닌 전체 - 차량은 7,000대 미만이다. 당연히 제작사별로 판매 대수가 6,500대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미국 제작사별로 한국에서 25,000대를 한해에 팔 수 있다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앞으로 미국산 차량은 한국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미국 기준만 따르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론상 25,000대를 판매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6,500대, 그리고 25,000대라는 기준이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그리고 6,500대에서 25,000대로 상향 조정해준 이유는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은 미국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무시되는 기준이라는 결론이다.
 
돼지고기 품목(냉동 기타: 목살, 갈비살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2014년 관세철폐를 2015년까지 - 2016년 1월 1일부로 관세 철폐 - 순차적으로 폐지하기로 하였다. 관세 철폐 시한을 2년 연장함으로써 국내 양돈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 품목이 미국의 대 한국 돼지고기 수출 품목 중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대한 양돈 협회 및 외교통상부 설명 자료에 따르면 동 품목의 경우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 수입액 1.8억불(2007-2008년 평균)의 93.7%인 1.7억불을 기록할 정도의 미국의 주력 수출 상품이다. 물론 미국의 주력 상품이기도 하지만 유독 이 품목에만 관세철폐 기한을 연장해준 것은 한국 양돈 시장의 유력한 경쟁자인 칠레, EU와의 역학관계를 충분히 계산한 것이라는 평가이다. 사실상 한국 돼지고기 수입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품목은 삼겹살이지만 지난해 수입된 미국산 돼지고기 중 삼겹살의 비율은 10% 미만이며,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으로 보면 3.5%에 불과하다.

 

미국이 삼겹살 분야의 2014년 관세철폐를 유지한 것은 이 부분에서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EU산 삼겹살의 관세 철폐가 2021년(2011년 협정이 발효된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에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며, 이번에 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해 준 냉동 기타 품목의 경우 경쟁 상대인 칠레산에 비해 이미 40%정도 가격이 싸기 때문에 충분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미국의 경우 관세 철폐 기한 연장으로 인해 받을 타격이 크지 않다는 예상이 가능하며, 이는 곧 국내 양돈업계가 얻는 이득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과연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하고 한국이 얻은 것이 돼지고기 분야가 맞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Ⅳ. 재협상은 과연 필요했는가?

 

이번 재협상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도 3년여 동안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KORUS FTA를 비준시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미 의회에서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등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FTA 발효를 서두르기 위함일 것이다. 그것이 한국 정부에서 어려운 국제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최선의 방책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두 가지 정도 의문점이 생긴다.

 

첫째, 한국과 미국 중 누구를 위한 FTA 재협상이었을까? 기존의 KORUS FTA 협정에도 찬반이 분분했다. 설령 이미 서명이 끝난 협상이었기에 찬반양론을 덮어둔다 하더라도, 이번 재협상은 미국의 요구사항만을 수용하기 위한 협상이었는가? 앞서 언급한 자동차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측 요구 사항을 - 물론 협상 결과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했을지라도 - 한국이 수용한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기에 우리측 요구사항들이 과연 미국 요구 사항과 같이 맞물려 서로 이익의 균형을 맞춘 협상 결과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 의약품 분야의 '허가-특허 연계 (approval-patent linkage) 제도' 시행을 3년으로 연장한 것은 분명 연장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 국내 제약업계가 제네릭 의약품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업계 입장에서 18개월 연장은 일정 시간을 벌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업계가 근본적으로 원했던 부분이 '허가-특허 연계 제도' 조항의 삭제라는 점에서는 아쉬운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오리지널 신약 개발에 따른 이익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한국 제약회사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국적 제약회사들과의 대등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울러 향후 7-8년 사이에 특허가 만료되는 주요 의약품들에 대한 제네릭 허가를 이미 마쳤거나 2014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대부분의 의약품들이 유럽 및 일본 국적 제약사들 것이어서 유예기간 연장의 효과가 미비하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돼지고기 품목에 대해 관세 철폐 시한 연장이 한국 양돈 농가에 큰 이익을 줄 것이라는 예측 또한 쉽지 않다.

 

비자 유효기간 연장은 사실상 FTA 논의 대상이 아니다. 같은 얘기지만 비자 기간 연장으로 인해 비자 갱신 부담을 완화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FTA 협상에서 다른 요구 사항과 맞바꾸어 협상할 주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번 재협상을 두고 미국 내부에서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아직 남아있지만, 극명한 반대 입장을 펴왔던 자동차 업계, 의회 등에서 일반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국내의 상황은 어떠한가? 국회, 양돈 농가, 제약 업계에서 재협상 결과를 두고 환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재협상은 누구를 위한 협상이었을까?

 

둘째, 한국 국회의 비준 및 한국 국민에 대한 설득은 필요 없는 것일까? 협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협상가라면 Robert Putnam의 'Two-level game'이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제협상은 1단계의 국제 협상과 2단계의 국내 협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제 협상은 국내 정치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적용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예들을 찾아보면 한-칠레(Chile) FTA, 한미 쇠고기 협상 등을 들 수 있다. 각각 국내의 과수 농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국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협상 결과 및 비준에 영향을 미치고, 재협상을 하는 등의 결과를 낳았다.


이는 분명 2단계 국내 협상에 대한 잘못된 예측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업계, 의회 등 국내 협상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재협상을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이번 KORUS FTA 재협상에 대해 국민, 국회와의 2단계 협상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오직 통상만을 생각한 협상을 하였다면 아직도 많은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을 명백하게 풀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협상을 진행하고 타결을 했을 때는 분명히 타결을 시킬 수 있었던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협상 결과에 대한 설명뿐이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통보가 아니라 그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이다.(2010/12/16)

덧붙이는 글 |  *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 181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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