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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제작비 130억 원,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무대와 의상을 그대로 공수하여 한국 공연 사상 최고의 매커니즘을 보여준 뮤지컬 <아이다>.

 

2005년 한국 대형 공연 사상 최초로 장장 8개월간 278회 공연을 통해 22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아이다>가 5년 만에 돌아왔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속에서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는 <아이다>는 이번에도 이집트를 무대로 옮겨와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시공을 초월한 러브스토리 <아이다>

 

이집트와 누비아의 전쟁이 한창일 때,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김우형)는 전쟁 중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노예로 잡힌 아이다(옥주현)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는 아이다를 특별히 마음에 담아두게 된다.

 

그러나 라다메스는 이집트 공주인 암네리스(정선아)와 약혼한 상태. 라다메스의 아버지 조세르(문종원)는 이집트의 왕위를 얻기 위해 아들인 라다메스에게 암네리스와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라다메스와 아이다는 점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가까워지고, 암네리스는 점차 멀어지는 라다메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자신이 누비아의 공주임을 속이고 있던 아이다는 자신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갈등을 겪는다.

 

라다메스와의 사랑, 노예로 살아가는 누비아 백성들의 고통 사이에서 아이다는 점차 혼란을 겪게 되고, 라다메스의 아이다에 대한 사랑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누비아의 왕이 이집트에 잡혀오면서 아이다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아이다>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를 갖는다. 14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두 남녀의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나라를 차지하려는 세력들의 권력 다툼까지 그려낸 <아이다>는 군더더기가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에 화려한 조명과 무대 세트, 의상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한 번 들으면 누구나 흥얼거리게 만들 정도로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하면서 <아이다>는 비교적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세트와 조명 그리고 의상

 

<아이다>의 무대는 공연 시작 전에 셋업하는 데에만 6주가 소요될 정도로  거대하면서도 화려하다. 고대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와 함께 현대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무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현대 박물관을 시작으로 고대 아프리카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나일강, 그런 나일강에 반사된 야자수들과 호화로운 암네리스의 옷장 장면까지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눈에 띈다.

 

그리고 <아이다>는 수많은 뮤지컬 중에서도 조명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빛의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아이다>에서는 조명이 하는 역할이 크다. 조명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안무 동작 하나마다 조명이 바뀌는 등 수백개의 색깔 조명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의상도 <아이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의상만 유심히 봐도 흥미로운 작품이 <아이다>다. 무대가 이집트라고 하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대 이집트 복장이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엘튼 존의 팝 음악과 어울리는 현대적인 의상이 이집트의 의상과 만나 전혀 다른 스타일이 <아이다>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집트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의상도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는 극 중 12번이나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그 의상만 눈여겨 봐도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만남,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들

 

<아이다>가 갖는 또다른 매력은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들이다. 매 장면이 기대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화려한 무대 세트와 조명, 의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궁금한 것도 있겠지만, 어떤 넘버가 흘러나올지 기대되는 것도 있다.

 

<아이다>는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만나 이뤄진 작품이다. 뮤지컬 음악의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가 먼저 가사를 쓰고 그 가사에 맞는 분위기의 음악을 엘튼 존이 작곡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아이다>는 탄생됐다.

 

이미 이 두 사람은 <라이온 킹>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었다. 두 사람은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한 음악은 물론, 화려함을 강조한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용감하고 남자다운 라다메스 장군의 패기를 표현하는 등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적격의 넘버들도 선보인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와는 차별화를 보이기 위해 흑인 음악, R&B, 가스펠, 발라드 등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혼합된, 팝 음악으로 <아이다>는 그렇게 엘튼 존과 팀 라이스를 통해 현대적인 이집트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옥주현, 김우형, 정선아, 김호영, 문종원 그리고 빛나는 앙상블

 

2005년에 이어 '아이다' 역을 맡은 옥주현은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5년 전에 <아이다>를 통해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던 그녀는 그때의 아쉬움과 함께 한 번 '아이다'로 서 봤던 경험 때문인지 5년 전보다 더 자연스럽고 '아이다'다운 '아이다'를 선보인다.

 

특히 'The Dance of Robe', 'The Gods Love Nubia' 등 고음 처리가 필요한 넘버들 모두 옥주현은 제대로 소화한다. 일본 <아이다>에서 '아이다'가 고음 처리를 낮춰 부르던 것과는 달리, 옥주현은 깔끔하게 고음 처리를 함과 동시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라다메스'역의 김우형은 라다메스에 적격인 배우로 보인다. 5년 전의 '라다메스'가 남자다우면서도 다소 부드러움이 있었다면, 이번 '라다메스'인 김우형은 더 용맹하고 선이 굵은 이집트 장군을 연기한다.

 

'암네리스'역의 정선아 또한 역할에 적격이다. 극 초반 철부지처럼 보이는 '암네리스'를 연기하며 코믹함을 보여주다가도 후반에서는 왕위를 이어받은 냉철한 공주 역할을 제대로 소화한다. 그녀가 부르는 넘버 'My Strongest Suit'는 정선아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그 외에도 '메렙'의 김호영은 5년 전 모습 그대로 관객들에게 귀여움과 웃음을 선사한다. 여전히 소년같은 이미지로 <아이다>에 힘을 실어준다. 라다메스의 아버지인 '조세르' 역의 문종원은 적당한 사악하면서도 차가움을 유지하는 인물을 표현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아이다>에서는 앙상블이 눈에 띤다. 주연 배우들이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갈 때 앙상블은 무대를 더욱 더 풍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아이다>에서만 볼 수 있는 인상적인 군무들도 모두 앙상블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이다>의 군무 장면들은 여느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무척 강렬하다.

 

900여명의 지원자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27명의 배우가 선택되었고, 120여 회의 공연을 시작했다. <아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를 지니면서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강렬함을 지녔다.

 

12월 17일까지는 프리뷰 공연이고 18일부터는 본 공연이 이어진다.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더 많은 팬이 생긴 박칼린은 이번에 <아이다>의 국내 협력 연출을 맡았다. 그녀의 지휘로 듣는 <아이다>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이다>는 내년 3월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평일 밤 8시 / 토요일 3시, 7시 30분 / 일요일 2시, 6시 30분 공연.


태그:#뮤지컬, #아이다, #옥주현, #박칼린,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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