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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되면서 한국 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이제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내 손 안에 '소셜 네트워크'가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얼마 전까지 위에 언급한 3가지를 모두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손도 못 대고 있었다.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또한 사생활의 공개의 폭이 블로그, 싸이월드랑은 차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친구들이 귀가 따갑도록 '트위터 만들어라' '페이스북 같이 하자'고 해 도저히 안할 수가 없었다. 결국 페이스북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짧고 쉽게 쓴 문장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진정성이 생길까?'라는 의구심에 아이디만 만들어 놓고 방치해 두었다.

5억명의 온라인 친구,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소셜 네트워크>

영화 <소셜 네트워크>
 영화 <소셜 네트워크>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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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의 실화를 그렸다. 영화의 시작은 마크가 여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하는 장면이다. 여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하고 '페이스매치'라는 하버드대 여자학생들을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내에 뿌리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마크는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다.

하버드 대학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위해 만든 페이스북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의 '소셜 네트워크'가 됐다. 페이스북에서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되면 미리 입력해 놓았던 개인의 취미, 정치관, 종교관, 학벌, 연애/결혼 여부 등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첫 눈에 보고 반한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기 위해 뒷조사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하면 그 사람의 연애 여부에 대해서도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있다면 친구들과 실시간 말, 사진, 동영상 공유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 찾기' 대박! 하지만 씁쓸하다

처음 페이스북을 했을 때 놀랐던 것은 '친구찾기' 기능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메일, 네이트온, 학교, 회사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그와 관련된 친구들이 우후죽순으로 떴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중학교 때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친구 추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만났지만 자주 보지 못해 아쉬웠던 친구들 또한 친구 추가를 통해 자주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뜨는 친구 추천 목록에서 불편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학창 시절에 싸움을 해 두 번 다시 보지 않았으면 했던 친구, 대학 시절 친구라고 표현하기 어색한 사이, 관계의 문제 때문에 서로의 소통을 피하고 있었던 사람 등 찾고 쉽지 않은 친구들을 페이스북은 추천하고 있었다.

이런 친구들의 목록을 보고 있자니 나의 맘 한구석이 불편했다. 25년 짧은 인생이지만 친구 목록에 뜬 모든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이다. 관계가 틀어진 친구들도 다 내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 어색한 사이도 내가 그 사람에게 다다가지 못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친구 목록에 뜬 모든 사람을 추가 하지 않았다. 현재 내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추가했다. 차마 오프라인에서 풀지 못하는 관계를 온라인으로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쿨하게' 친구로 추가해 소통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오프라인 관계의 강화가 필요

페이스북은 5억 명의 온라인 친구들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며 이런 저런 소통을 할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현실 세계(오프라인)의 관계가 강화되지 못한다면 온라인의 친구는 허상일 뿐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에리카(좌, 헤어진 여자친구), 마크(우). 두 사람이 이별을 결정한 장면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에리카(좌, 헤어진 여자친구), 마크(우). 두 사람이 이별을 결정한 장면이다.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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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의 마지막 장면은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넌지시 말해준다. 마크는 마지막 장면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친구 요청을 한다. 그리고 친구 요청이 될 때까지 계속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며 수락을 기다린다. 마크가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 계기가 여자친구와의 이별이었다면 페이스북을 통해 회복하고 싶어 하는 관계 또한 여자친구인 것이다. 결국 마크는 온라인의 5억 명의 친구보다 여자친구 1명이 더 소중하다고 느낀 것이다.

21세기 최첨단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집착한다고 자신의 사회적 관계가 끈끈하고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통해 현재 자신 주변에 이루고 있는 관계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난 각자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보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가족 모두 페이스북에 가입 시켜 '패밀리' 그룹을 만들었다. 각자의 이야기, 사진, 이벤트일 등을 공유하며 각자 멀리 있어도 서로가 가까이 있는 것 같이 느껴보자고 부모님에게 얘기했다. 우리집 가족은 페이스북을 통해 활력이 생길까?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페이스북, #소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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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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