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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불안 불안했는데 오늘 보니 국회에서 온몸을 날리더라."

 

한나라당 단독으로 8일 정부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대한 같은 당 초선의원의 평가다.

 

지난 5월 박근혜계의 좌장에서 여당 원내대표로 변신한 그가 여당의 주류에 안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당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렸는데, 새해 예산안 처리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합격점'이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 원내대표가 6일 "국민과 약속한 날짜를 지키기 위해 8~9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얘기를 꺼낼 때만 해도 그의 말을 엄포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과 의사일정을 최대한 합의해서 처리해온 그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예산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연말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지 않겠냐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이러한 예상을 뛰어넘었다.

 

예상 뛰어넘은 김무성의 활약, 리더십 합격점

 

여야 대치가 시작된 7일 밤 김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보좌진들에게 "우왕좌왕 하지말라. 이쪽에 인의 장막 치고 절반은 저쪽에서 치고…"라고 여당의 본회의장 진입 작전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 원내대표가 확보한 국회 부의장실 쪽 통로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속속 진입하면서 여야 충돌의 추는 기울기 시작했다.

 

1990년 민주자유당 의사국장, 98년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2001년 원내수석부총무를 지내며 국회 몸싸움의 '노하우'를 익힌 그가 모처럼 실력을 발휘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김 원내대표는 7일 본회의 처리를 실패하더라도 8일까지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복안을 가졌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2007년 '박근혜 대통령 프로젝트'가 좌절된 후 정치적으로 큰 시련을 맛본 바 있다. 박근혜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그에게 여당 주류는 이듬해 총선 공천권을 주지 않았다. '친박 무소속' 깃발을 들고 4선 고지에 무난히 올라섰지만, 18대 국회에서 그는 친박과 친이 사이에서 어정쩡한 위치에 놓였다.

 

올해 초 친박과 친이의 세종시 수정안 갈등 국면에서는 절충안을 내놓았다가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얘기"라는 면박을 당했다. 최근에는 두 사람이 각종 행사에서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둘의 관계가 얼어붙었다.

 

친박 진영의 '파문'까지 감수하고 여당 원내대표에 올랐지만 그를 바라보는 친이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단을 구성할 때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김무성은 못 미덥지만 이군현(원내수석부대표,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을 봐서라도 도와주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은 그 동안의 의구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국회 본회의장 표결에서 친이·친박의 구분 없이 초계파적인 협력을 받은 점도 그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김 원내대표가 박근혜계 좌장의 색깔을 빼고 명실상부한 여당의 주류로 변신한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그가 이번 일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신뢰에 금이 간 것은 그로서도 가슴 아픈 대목이다. 민주당에서는 "김무성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만찬을 다녀온 뒤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했다"(서갑원 의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처리하자마자 '한미FTA 비준안 처리'라는 정권의 숙원사업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뜻을 내비쳤다.

 

그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의 FTA 반대에 대해 "나라 잘 되는 일을 반대하고 지연시키는 것은 반애국적인 행위"라며 "그런 걸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면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태그:#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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