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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서해안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과정에서 한미재협상이 미국에서 전격 타결됐다. 소고기 문제 등 미국은 추후에도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던 정부의 주장은 거짓이 되고 말았다. 이번 재협상이 수천억을 얻고 수조 원을 내준 밀실졸속협상이기 때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당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협상이다.

 

2006년 2월에 시작해 2007년 4월 2일 타결한 한미FTA는 협상 기간 내내 노동자,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있었다. 민주노총의 수차례의 총파업과 민중들의 저항으로 많은 구속자가 발생했고, 허세욱 열사는 분신으로 항거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동북아 금융허브국가건설과 전방위적으로 FTA를 추진했다.

 

한미FTA 추진했던 민주당도 반대로 돌아서

 

2008년 미국발 금유위기가 전 지구적 경제위기로 확산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 내용 중 문제 있는 조항들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정권에서 정책위원장을 지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지나고 보니 한미FTA는 신기루와 같았다고 실토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 추진에 대해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천정배 의원의 단식 등 소수만이 반대했을 뿐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대부분이 찬성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야당이 된 민주당이 재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 비준 저지를 당론으로 채택하자, 한나라당은 그 약한 고리를 공격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번 재협상 결과에 따른 비준반대 투쟁을 제대로 하려면 지난 시기 한미FTA를 추진한 점을 반성하면서 대국민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 

 

자동차 수출길 막혀 현대는 미국내 공장확대

 

3년 7개월 전 한미FTA 협상을 타결했을 때 정부는 자동차 부분을 최대의 성과로 선전했다. 그러나 이번 재협상에서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폐지조차도 4년 유예했을 뿐 아니라 세제개편, 환경기준 완화, 자동차 표준협력반 설치, 스냅백 조항 등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했다. 한국자동차의 미국수출이 줄어드는 대신 미국자동차의 국내수입이 증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공동화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으로부터의 자동차수입을 억제하는 대신 현대기아를 비롯한 한국의 자동차 자본이 미국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유도한 셈이다.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 자동차업계가 환영 의사를 나타낸 것과 동시에 현대차가 미국 내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이런 전후사정과 관련된다.

 

한미FTA 시행되면 금융위기 불 보듯 뻔해

 

한미FTA는 재협상 이전에 이미 수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미국의 선진 법과 제도를 한국에 이식한다는 발상의 근저에는 자본에 대한 규제완화와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금융·서비스분야의 개방과 투자자국가제소권 등은 전 지구적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마당에 생각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분야 세이프가드를 보장받았다고 하지만 미국발 금융자본이 한국에서 투자를 통해 수익률 올리는 것을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거나 손해를 입히지 않는 전제에서 발동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조항들이다.

 

특히 외환거래에서 송금을 제외한 것이기에 더더욱 실효성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정권 때 추진했던 자본시장통합법이나 보험업법 개정이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마무리 된 상황에서 한미FTA가 시행된다면 한국경제는 더 큰 경제·금융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한미FTA는 자유무역의 기준?

 

12월 7일 오전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개최한 긴급토론회("한미FTA재협상 의미와 현 시점에서의 한미FTA 협정 재평가")에서 정태인 정책위원은 한미FTA는 "WTO+이자 황금의 FTA"라고 표현했다.

 

G20 서울회의에 이어 지난 11월 13~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기로 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미국은 APEC을 통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확대하려는 것이고, 지난 11월 11일 G20서울회의에서 한미FTA재협상을 타결하려 했던 오바마가 "한미FTA가 세계무역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대로 한미FTA를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 'NAFTA+알파'라는 한미FTA는 한미동맹 강화와 맞물린 협정이기 미국의 요구와 다국적기업과 초국적금융투기자본의 요구가 더 많이 관철될 수밖에 없다.

 

한미FTA는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제 재협상 결과를 가지고 다시 상임위 통과를 시도할 것이다.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야당들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상임위 통과와 국회비준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한편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피폐화시킬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대중투쟁도 벌려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은 비롯한 노동계는 2006~2007년 한미FTA 추진 과정에서 미국원정투쟁과 총파업을 통해 강력하게 반대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2008년 세계 금융·경제위기의 상흔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위기를 증폭시킬 한미FTA가 비준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금융자본의 민중수탈이 가져 온 양극화와 빈곤 확대에 맞서 다시 전 국민적 저항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자본독재의 인권과 민주주의 말살에 맞춰 2008 촛불투쟁보다 더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허영구 기자는 2002년까지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와 세계화를 반대하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한미FTA, #재협상, #금융위기,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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