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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절차를 두고 전문가들의 비판이 뜨겁다.

 

하나의 협정을 두고 국회가 두 번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한미 간 재협상을 통해 추가 합의한 내용을 기존 협정문과 별개로 국회 비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6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미FTA 협정문 전체에 대해 다시 비준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한미FTA 재협상 평가 긴급토론회'를 열고 비준 절차 논란과 이익 균형 실현 실패 등을 지적했다.

 

"한미FTA 재협상 별도 비준동의? 전체 다시 해야"

 

6일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양국이 추가 합의한 내용을 서신 교환이나 부속서 형태의 법률문서로 만들기로 했다. 기존 협의문과는 별도의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2007년 6월 한미 양국이 서명한 한미FTA 협정문의 비준동의안은 2008년 10월 국회에 제출돼 2009년 4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마무리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재협상에 따른 별도의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정부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오전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기존의 협정문 하고는 어떤 관계로 추진할 거냐는 것은 (중략) 법제처나 국회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을 비판했다. 기존 협정문을 폐기하고 다시 비준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번 추가합의로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 기존 협정문의 핵심적인 내용이 수정됐기 때문에 기존 협정문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서신 교환' 등은 기존 협정문과 별도의 사안이라고 하지만, 서신 교환 역시 협정문에 포함된다"며 "국회법 정신에 비춰, 재협상으로 내용이 바뀐 한미FTA 협정문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비준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과 관세가 큰 관련이 없다면, 한미FTA 왜 하나?"

 

전문가들은 또한 이번 재협상에서 이익 균형의 실현을 강조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선, 정부는 이번 재협상에서 많은 양보가 이뤄진 자동차 분야에서 큰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5일 낸 자료에서 "재협상으로 미국 관세 철폐가 유예되었으나 이미 미국시장에서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는 한국 차의 경우 효과가 적을 전망"이라며 "현재도 관세와 무관하게 한국 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진보진영이 한미FTA의 무용론을 제기하며 지적한 내용이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자동차 수출과 관세 사이에 큰 연관이 없다면, 도대체 관세 등 무역 장벽 철폐를 위한 한미FTA를 왜 하는 것이냐"며 "정부의 자기모순이다, 한미FTA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지식경제부는 "(미국에서) 완성차 관세 2.5%에 비해 4%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자동차) 부품의 경우, 관세가 즉시 완전 철폐돼 부품에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부품 관세 즉시 철폐는 자동차 부품 생산 3천여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창근 정책국장은 "자동차 부품은 애초부터 발효 즉시 철폐품목이기 때문에 재협상으로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재협상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부품 관세 철폐를 강조한 것"이라며 "미국의 국외부품 조달률은 법에 의해 30%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큰 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재협상의 큰 성과라는 돼지고기 관세 철폐를 2년 미룬 것을 두고 큰 의미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2007년 한미FTA를 서명하면서 돼지고기 관세 철폐 시한을 2014년 1월로 못 박았다"며 "서명 이후 3년이란 시간이 흐른 것을 감안하면, 관세 철폐는 그만큼 미뤄지는 게 정상이다, 2년 미뤘다고 성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성과로 강조하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3년 유예 역시 성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조항은 국내 의약업계가 복제의약품을 시판할 때 미국의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 조항에 따라 국내의약품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남희섭 변리사는 "의약품의 허가와 특허 연계조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며 "조항 삭제,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의 변경 등의 내용 수정, 실시 유예 등의 여러 가지 대안이 있었는데, 한국은 가장 불리한 유예 안을 받았다, 성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태그:#한미FTA 재협상,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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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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