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통합 상징물 건립을 본격 추진한다고 합니다. 시는 대규모 통합 상징물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로 1억 6000만 원을 책정했답니다. 오늘은 창원시의 통합 상징물 건립 추진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통합 상징물 건립은 창원, 마산, 진해시가 정부의 행정구역 자율통합 1호라는 상징성과 시민 일체감을 조성하는 기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됩니다. 통합시를 상징하는 대규모 상징물에 유독 집착하는 박완수 창원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상징물 건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합니다.

통합 창원시 출범을 기념할 만한 랜드마크로 조형물 또는 미술관, 문학관, 음악관 등 다양한 형태의 상징물 건립계획을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브라질 예수상 등과 같은 랜드마크가 될 만한 상징물을 건립하라"고 했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상징물은 3~4년이 걸려도 좋고, 수백 억원의 예산이 들어도 괜찮다고 했답니다. 시장님이 간부회의에서 한 말이 사실이라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이 세계적 랜드마크 세울 세계적 사건인가?

첫째, 창원시의 통합이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해 주고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할 만큼 의미 있는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파리의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 박람회의 출입 관문으로 만들어졌고, 자유의 여신상은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기증했습니다.

모두 세계사에 기념이 될 만한 사건을 기념한 조형물들입니다. 제가 보기엔 창원시의 국내 1호 행정구역 통합을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에 견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둘째, 이번 마산, 창원, 진해시의 통합은 정부가 2014년을 목표로 추진중인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시범적 성격이 분명합니다. 정부는 전국의 행정구역을 창원시와 비슷한 규모의 70여 개의 광역형 도시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약, 행정구역 통합 1호인 창원시의 선례를 받아들인다면, 전국에 행정구역 통합을 기념하는 70여 개의 세계적인 조형물을 만들어야 하는 엽기(?)적인 일이 추진될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이번 행정구역 통합은 세계적인 조형물을 만들어야 할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셋째, 시민의 뜻을 묻지 않은 행정구역 통합을 국내 최조의 행정구역 자율통합이라고 하는 주장에도 공감하기 어렵고, 이번 통합이 대형 상징물을 만들어 기념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인지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통합 창원시는 인구 108만 명, 재정규모 2조 3000억 원으로 전국 최고의 기초자치단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수출액은 280억 달러로 대전과 부산광역시보다 많으며, GRDP(지역총생산)은 21조 7700억 원으로 대전과 광주광역시보다 많은 메가 시티라는군요.

창원시장은 인구 50만의 중소도시 시장에서 인구 108만의 거대 도시로 바뀐 게 기쁠지 모르겠지만, 옛 마산과 진해 시민들 중에는 행정구역 통합을 끝까지 반대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통합 이후에도 행정구역 통합으로 도시의 이름마저 잃어 버리고 창원에 흡수되어 버렸다는 상실감과 지역 상권의 붕괴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여럿입니다. 심지어 통합 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마산, 창원, 진해시를 다시 분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실감 치유하고 균형발전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

사정이 이런데도, 화합과 균형발전에 쏟아 부어도 모자랄 행정력과 예산을 통합 상징물을 만드는 데 낭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이 대형 상징물을 만들어 기념해야 할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창원시가 행정구역 통합 이후에 100억 이상의 대형사업을 재검토해 중복투자와 낭비를 줄이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해 박수를 보냈는데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통합 상징물"을 만들겠다고 하니, 대형사업 재검토의 진정성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의 상징물은, 파리나 뉴욕 혹은 시드니 같은 창원 시민들이 부러워하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 후에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브라질의 꾸리찌바와 같이 살기좋은 도시가 만들어지면 랜드마크가 없어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