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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사의 마지막 조정 과정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첫 회의가 2일 열린 가운데, '친서민 정책'을 내세운 한나라당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여·야 간의 거센 책임 공방을 불렀던 '경로당 난방비 지원' 등 복지부문 예산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 문제로 '친서민 정책 정당' 체면을 몇 차례 구긴 바 있다. 처음 한나라당의 체면을 구긴 것은 정부였다.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은 정책공약집을 통해 "노인단체 법정화 및 경로당 난방비 등 지원 - 경제위기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난방비를 앞으로 계속해서 지원하겠다(제5회 동시지방선거 한나라당 정책공약집 p.57)"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5만 8000여 개 경로당 난방비 411억 원을 전액 삭감한 사실이 한 달 남짓 만에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예산삭감 이유로 경로당 난방비 지원인 '2010년도 한시 지원 사업'이라고 했지만, 실상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은 2008년 추경 때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단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당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당정협의를 거쳤을 텐데 한나라당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곧 "4대강 예산엔 수십조 원을 쓰는 정부·여당이 어르신들에게 난방비도 못 내준다"는 야권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경로당 난방비 문제가 여·야 간의 공방으로까지 번지자 한나라당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경로당 난방비를) 반영하기로 당정간 원칙적으로 내정된 사안"이란 최종 입장을 밝혔다.

 

결국, 정부가 전액 삭감해 제출했던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은 지난 11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435억 6000만 원으로 증액 확정돼 계수조정소위로 넘겨졌다.

 

집권여당 체면 구겼던 정부예산안, '친서민 정책' 반영 안돼

 

문제는 이 증액된 경로당 난방비 지원예산이 '마지막 관문'인 계수조정소위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느냐는 것. 현재 경로당 난방비와 같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해 복원되거나 증액된 예산이 많아 증액된 예산을 계수조정소위에서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해 복원·증액된 예산 역시 정부·여당의 '위장된 친서민 행보'의 예로 지목된 것들이라 앞서 논란이 불거졌던 경로당 난방비와 함께 한나라당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로 볼 수 있다. 

 

우선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 대한 생계지원 예산의 경우, 복지부가 지난 3월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저소득층 40만 가구에 대해 한시적으로 지원했던 대책이 폐지됨에 따라 사각지대 빈곤층을 흡수하는 차원에서 부양 의무자 소득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예산반영안은 정반대로 나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수를 2만 7000명 줄여, 32억 2300만 원이 삭감된 안을 제출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지난 9월 열린 예산 당정협의에서 '친서민 복지예산'의 일환으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던 방침도 마찬가지였다. 복지부는 민간 병의원 필수예방접종비 지원 예산(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144억 3700만 원만 배정했다. 현재 필수예방접종 비용 국가 부담율 30%를 앞서의 방침대로 끌어올리기엔 너무나 부족한 금액이었다.

 

정부가 '아이사랑플랜'으로 약속한 만 5세 이하의 무상보육 전면실시 약속도 변경됐다. 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엔 소득하위 70%까지만 반영하는 것으로 예산이 반영됐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약속했던 장애아동예산 증액 약속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없었던 일'이었다. 복지부의 2011년 장애아동재활치료 예산의 경우, 장애아동 대상자 3만 7000명에 481억 원으로 예산이 책정돼 올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이 예산안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의 예산심의를 통해 다시 증액·복원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친서민 복지 예산'에 대한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의지도 다시 표출됐다.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간사인 신상진 의원은 지난달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로당 난방비 지원 ▲필수예방접종 무료지원 ▲양육수당 소득하위 70% 지급 확대 ▲장애인 재활바우처 및 가족양육비 지급 대상 확대 ▲보육교사 담임수당제 지급 등을 한나라당 차원의 서민·중산층의 복지예산 확대를 위한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총 6104억 원의 추가 예산편성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구된 '친서민 복지 예산', 계수조정소위 통과할까

 

그러나 그간의 전례에서 드러났듯, 계수조정소위에서 증액·복원됐던 이 예산들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단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이미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국방부 예산이 2394억 원 증액된 상황이고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4대강 사업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마뜩찮아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체적인 예산증액 폭이 1조 원 가까이 되는데 이를 어떻게 계속 관철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선 4대강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계수조정소위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겠지만 이번만큼은 한나라당이 쉽게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며 "부자감세 철회 문제로 한나라당이 곤욕을 충분히 겪은 뒤라 이번 복지예산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면 적잖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부의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이날 "재정건정성 강화와 안보예산 및 친서민 예산 확충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심의하겠다"고 심사 방향을 밝혔다. 이들은 또 증액·복원된 복지예산과 관련해 "친서민 예산으로는 저소득으로 삶의 질을 위협받고 있는 분들과 소상공인,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예산을 특히 신경쓰겠다"고 다짐했다.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참여한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조정논의가 있을 순 있겠지만 아직 계수조정소위가 본격화되지 않았다"라면서도 "상임위를 통해 증액키로 한 복지예산은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이날을 시작으로 오는 5일까지 4일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민주당이 오는 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끝내려는 한나라당의 방침에 반발하며 일정 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서갑원 의원은 이날 "계수소위 4일간 42개 부처 전체 예산을 다루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4대강 예산이나 불투명한 예산을 충분하고 꼼꼼하게 심사해야 하고, 여·야간 합의와 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복지예산, #경로당 난방비, #한나라당, #친서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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