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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서해5도 도발을 사전 인지했음을 1일 국회에 보고한 것을 놓고 여권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안보 무능'을 실토한 국정원장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여론의 뭇매를 더 맞게 됐다는 판단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우리 군이) 8월 대북 감청을 통해 북한이 서해 5도에 대규모 공격을 할 것임을 확인했냐"는 질의에 그런 일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원 원장은 "대통령에게도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얘기했다가 향후 파장을 의식한 듯 "잘못 얘기한 것"이라고 말을 뒤집었다고 한다.

 

원 원장의 발언은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최재성, 한나라당 간사대행 이범관 의원을 통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2일자 종합일간지 8개 중 6개가 국정원장의 발언을 1면 머리기사로 올릴 정도로 발언의 파장은 컸다.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군이 응사한 포탄 상당수가 북한의 군사시설이 아니라 인근 논밭에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은 'MB정부 안보무능론'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에서는 "정부여당은 대북 강경 말 폭탄만 쏟아냈지, 아무런 대비와 준비도 하지 않았음이 분명히 드러났다"(전병헌 정책위의장)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국정원장을 놔두고 애꿎은 국회의원들을 탓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정보당국이 감청을 했다는 등의 민감한 부분이 바로 노출되는 건 안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고위관계자는 원 원장에 대해서도 "정보 책임자가 대통령에게 하는 보고는 보고의 유무와 내용을 포함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나중에 원 원장이 "대통령까지 보고된 것은 아니다"고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일부 언론에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단정적으로 보도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고위관계자는 국회 정보위 소속의원들까지 훈계했다.

 

"국회 정보위는 비공개 회의를 전제로 입법기관에 업무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설명하는 자리다. 대외적 노출은 안 되게, 발설 못하게 돼 있다. 알 권리 차원에서 노출이 필요한 건 정보기관, 상임위원장, 양당 간사가 합의해 발표를 하는 게 관례이고 상식이다. 물론, 비공개로 일정부분 설명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그런 부분이 공개됐을 때 국가안보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느냐를 걱정하는 것이다."

 

고위관계자는 언론들에 대해서도 "최근 알 권리의 한계 등에 대해 생각해 봤다. 무기 이동이나 숫자 등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위태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위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1일 발표된 내용은 권영세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의 조율을 거친 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양당 간사들은 내용 조율을 위해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심지어 이들이 정보위원장실에서 브리핑 하는 동안 국정원 직원들이 기밀이 유출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외부에 알리지 말아야 할 사항이라면 국정원이 처음부터 발설하지 않거나 여야 의원들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청와대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셈이다. 청와대가 국정원과 정보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바깥에 떠넘기는 측면도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국정원장이 불필요한 얘기를 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원 원장은 2009년 임용 당시부터 "정보기관의 수장에 병역 미필의 행정관료는 어울리지 않다"는 자질론에 시달렸는데,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태그:#원세훈, #연평도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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