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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 원장이 "100만 민란은 당위가 아닌 전략과 능력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 원장이 "100만 민란은 당위가 아닌 전략과 능력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 하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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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들이 합치기 원하고 또 어떻게든 합쳐서 운영할 수 있고, 그런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합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자신은 없는 것 같다."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위원 유시민 원장이 최근 문성근씨가 벌이고 있는 야권 통합 운동인 '100만 민란 프로젝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4일, '유시민 '청춘의 독서'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기위해 삼육대학교를 방문한 유 원장을 만났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100만 민란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 이날 인터뷰에서는 88만원세대, 대학생의 주거문제, 대학생의 정치참여를 비롯해 MB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 얼마 전 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유시민은 왜 '100만 민란 프로젝트'에 시큰둥한가'라는 제목의 기사(최태욱 인터뷰)였다. 유 원장께서 문성근씨가 최근 벌이고 있는 야권통합 운동인 '유쾌한 100만 민란 프로젝트'와 거리를 두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 원장께서는 이 운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100만 민란 프로젝트'와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가?
"최태욱씨 인터뷰는 저도 봤지만 폭력이라고까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당들이 합치거나 손을 잡거나 하는 것은 당위의 문제, 혹은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라기보다 일상적인 정치과정에서 생기는 전략의 문제 또는 능력의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추진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함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또는 그 목표를 이루는데 그와 같은 방식이 목적 합리적인가?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효한 수단인가? 그런 논제, 의문들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야 5당이 합칠 수 있다. 합치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합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여러 정당들은 각자 다른 개성이 있고 지향이 있고 문화가 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합쳤을 때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합치는 것이다. 이 다름, 서로를 멀어지게 만드는 차이를 잘 관리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 나갈 수 있는 기술, 문화, 풍토, 능력 이런 것들이 종합적인 통합의 능력이다. 그냥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정도의 관계는 되지만 혼인해서 한 가정을 이루기에는 준비가 안 되어있다. 당원들이 합치기 원하고 또 어떻게든 합쳐서 운영할 수 있고 그런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합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자신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청년들, 우리 역사상 '황금세대'"

- 얼마 전 유 원장의 저서 <청춘의 독서>를 읽었다. 요즘 여느 대학생들과 달리 토익책 대신 고전을 읽으며 고민할 수 있었던 유 원장의 과거 '청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88만원 세대' 최근에는 '77만원 세대'라고 불리고, 취업과 스펙 쌓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오늘날 '청춘'들에게도 과연 이 같은 고민은 유효한가?
"내가 대학 다닐 때도 토플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둘 다 해야 한다. 토익, 토플 같은 것들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술적, 기능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고전은 자기 삶을 풍성하게 또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또는 좋은 삶을 살기위해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청년들을 88만원세대 혹은 77만원세대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면도 없진 않겠지만 한 세대를 그렇게 규정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일면적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비하적이고 폭력적인 용어이다. 여러분들은 부모님세대에 비하면 너무나 좋은 조건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는 세대다. 물질적 풍요, 자유, 개성을 발휘할 기회, 노력하는 한 자기의 역량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전에 한반도에 살았던 어떤 세대보다 훨씬 더 큰 행운을 누리고 있다.

다만 사회진출의 어려움이 난관으로 닥쳐있긴 하다. 그런데 88만원, 77만원이라고 얘기하고 나면 다른 것들은 다 없어져버리고 단지 그 측면 하나만 부각되어서 여러분 스스로 마치 큰 불행을 짐 지고 난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학술적으로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분들이 결코 88만 원짜리 세대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민족 역사상 '황금 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은 국민들의 참여와 신뢰 속에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참여정부'에서도 소기의 성과는 이루었지만, 완성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국민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가 어떠한 방법을 통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모든 민주주의는 미완성이고 그 자체가 하나의 과정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혁명으로 왕을 죽였는데 그 뒤에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다. 독일의 경우, 1차 대전 패전 후 바이마르 공화국을 세웠다가 나치체제가 된다. 미국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을 뽑았던 국민들이 부시 대통령을 뽑고 또 오바마 대통령을 뽑는다. 왕조시대에 왕이 변덕을 부리는 것처럼 주권재민의 시대에는 국민들도 변덕을 부릴 수 있다. 주권자라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우리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 시대이다.

우리들 각자가 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라는 것에 대해서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무게의 자부심과 긍지, 기쁨을 느낄 때 민주주의는 비교적 완성된 단계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성한 국민, 시민이란 이런 것이다.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지위는 크고 높은 것이다. 이런 것들은 제도로 주어져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기 자신이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 못한 시민들이 아직 너무 많다. 끝이 없는 것이다."

"젊은이들, 댓글 많이 달아도 투표율은 낮다"

- 대학생들의 정치 무관심 현상에 대해 진보정치세력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 원장께서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동의하는가?
"이성적인 사고력, 판단력, 어떤 진리 또는 진실을 중시하는 태도는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가 훨씬 더 예민하고 능력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자기의 권한을 행사해본 경험이 많다. 10대나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투표권이라는 것이 얼마만큼 위력적인 것인지 권한행사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이러한 점이 행동양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공부, 취미생활,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 연애 등 정치 말고도 자기 존재를 증명 받을 수 있는 활동이 많다. 반면 나이가 많으면 자기 존재 증명을 받을 수 있는 코스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 투표를 하고 정치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내가 이 사회에서 필요한 인물이고,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나의 존재가 의미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기성세대보다 정치관심이나 참여가 덜 한 것도 어떻게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왜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안 나올까? 대학가에서 방 구하기가 어려운데 왜 아무 대책을 안 세워 주는 걸까? 청년취업기회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말만하고 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안 나올까? 이런 의문들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투표를 안 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대책은 매우 확실하게 나온다. 그분들 눈 밖에 나면 아무리 국가를 운영하는 문제에 대해 좋은 뜻이 있어도 그 뜻을 펼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꼭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계속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인터넷에 댓글 많이 달고 조금 시끄럽긴 해도 투표율은 낮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덜 쓰이고 청년층의 지지율이 별로 없어도 별 걱정을 안 하는 것이다. 만약 20대들의 투표율이 90%가 된다면 아마도 등록금, 대학생주거문제 그리고 취업기회 확대 이 3가지 문제에 대한 답이 1년 이내에 나올 것이다. 지금 20대 투표율은 총선에서 40%가 안 된다. 지방선거 때는 30% 수준이다. 정치에 무관심하면 나라에는 별 일없다. 대신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일이 생긴다. 또는 생겨야 할 일들이 생기지 않는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 원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 원장.
ⓒ 하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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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정권의 정책' 중에서, 우리나라가 발전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할 만한 정책이나 사업은 없는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 기준을 헌법에서 찾는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또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루어야 할 이상적인 상태를 규정해 놓은 것이 헌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자유가 만개하고 정의가 이루어지고, 평화가 정착되고, 환경이 깨끗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되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 어떤 대통령이나 정부가 '잘했냐', '못했냐'를 따질 때도 이런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지표상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각론에서 굳이 말하자면 '보육정책분야'는 조금 발전이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없는 것 같다.

'결과적 계몽주의'라고 부르는데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국가의 상태, 나라의 미래에 유권자 개개인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대국민 각성을 이루는데 상당히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목적의식이 전혀 없이 이런 목표를 크게 달성했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민주주의의 소중함에 대한 대규모의 각성을 이끌어낸 점이 가장 큰 업적으로 기록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유 원장께서 꿈꾸는 대한민국은 궁극적으로 어떠한 모습인가?
"아까도 언급했듯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상적 상태에 가장 근접한 것, 또는 근접해 가는 것이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태그:#유시민, #100만, #문성근, #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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