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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옹야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니, 지자는 동적이고, 인자는 정적이다. 지자는 낙천적이고 인자(仁者)는 장수(長壽)한다." 이 글귀에서 북한산 인수(仁壽)봉의 어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강북구 주민은 산과 벗할 줄 아는 인자(仁者)라는 말이다. 법적 제한도 있었지만, 강북구 주민들에게는 세계적 명산인 북한산 풍경을 지키기 위해 5층 이상의 건물을 세우지 않으려는 배려심이 있었다. 강북구 주민들의 이런 배려는 산을 찾는 이들에게 북한산의 넉넉함과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그런데 최근 인수봉·백운대·만경대가 바로 보이는 북한산 중턱이 심각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주소로는 산 14-3번지 일대(옛 그린파크호텔 자리). 이곳에서 무려 지상 7층, 지하 2층의 14개 동 초호화 콘도 공사(일명 더파인트리)가 한창이다. 말 그대로 초호화 콘도다. 전체 객실의 77%는 60평 이상이고 가장 큰 객실은 분양가가 48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서민들은 엄두도 못내는 규모다.

2012년 콘도가 준공되고 나면 북한산 풍경을 가리는 대표적 초호화 인공물이 될 예정이다. 특히 위압적 크기로 인해 콘도가 생기고 나면 주요 조망점인 우이동 치안센터, 경전철역 출구 등에서 인수봉, 백운봉을 비롯한 북한산 국립공원을 전혀 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건물 완성도를 보면 비탈을 따라 높이가 3단이 나눠져보인다. 각 단마다 7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선다고 상상해보면 완성되었을 때 북한산을 얼마나 가릴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우이동 치안센터 부근에서 촬영한 사진 참조 건물 완성도를 보면 비탈을 따라 높이가 3단이 나눠져보인다. 각 단마다 7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선다고 상상해보면 완성되었을 때 북한산을 얼마나 가릴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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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공사를 하기 때문에 공사현장은 주택가보다 지대가 높다. 공사현장과 주택가 사이에는 도선사 계곡물이 흘러 내려온다. 이곳은 매년 여름이 되면 강북구 주민들이 아이들과 수영을 하며 피서를 즐기는 곳이다. 계곡물을 지나면 주택가가 나오는데 아래 파노라마 사진은 공사현장에 인접한 주택가 5층 옥상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5층 높이에서 봐도 초호화콘도가 완공되면 북한산 조망권에 상당한 지장이 생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초호화 콘도 더 파인트리가 북한산 자락에 들어설 경우 그 아래 일반 주민들이 아름다운 북한산 능선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북한산 초호화 콘도 더 파인트리 공사현장(공사현장 바로 옆 5층 건물에서 찍은 사진)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초호화 콘도 더 파인트리가 북한산 자락에 들어설 경우 그 아래 일반 주민들이 아름다운 북한산 능선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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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콘도가 완성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하늘에서 내려다본 조감도다.

최근 인수봉?백운대?만경대가 바로 보이는 북한산 중턱이 심각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이곳 주소는 산 14-3번지 일대(옛 그린파크호텔 자리). 이곳에 무려 지상 7층, 지하 2층의 14개 동의 초호화 콘도 공사(일명 더파인트리)가 한창이다.
▲ 북한산 초호화 콘도 더 파인트리 완공 조감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표현된 그림 최근 인수봉?백운대?만경대가 바로 보이는 북한산 중턱이 심각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이곳 주소는 산 14-3번지 일대(옛 그린파크호텔 자리). 이곳에 무려 지상 7층, 지하 2층의 14개 동의 초호화 콘도 공사(일명 더파인트리)가 한창이다.
ⓒ 더 파인트리 콘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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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볼 때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잘 보이나 뒤에 있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 초호화 콘도를 기획한 사람이나 입주할 능력이 되는 특정인, 건설 인·허가와 관련된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가장 앞에서 텔레비전을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다 텔레비전이 보인다고 착각하는 아이처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택가도 아닌 산 중턱에 지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상 7층, 지하 2층이라는 초유의 건설허가를 받아낸 더파인트리. 지리한 법리공방 이전에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근 주민들도 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단 입장이다.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민씨(가명, 30대 중반 여성)는 "산에 가까울수록 고도제한이 더 엄격해지는 법인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이해가 안간다."며 혀를 찼다. 기자가 공사현장을 지나다 상가연합회와 원주민 일동의 이름으로 '초호화 콘도 건설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걸 보았다고 하자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초호화 콘도인데 거기하고 동네 경제는 완전히 따로 돌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11월 15일, 삼각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북한산 초호화콘도 더파인트리'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인·허가상의 문제점들이 쏟아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더파인트리의 북한산 건설허가가 전직 공무원들의 특혜가 아니냐며 분명한 전직 공무원들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초호화콘도와 주택가 사이로 흐르는 도선사 계곡은 전부터 멀리 피서를 갈 수 없었던 서울시민과 강북구 주민들의 시원한 휴식공간이자 피서지가 되어왔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북한산을 바라보는 대신 우람한 초호화 콘도를 바라보며 피서를 즐겨야 할지도 모른다.

▲ 북한산 초호화 콘도 더 파인트리 공사현장 북한산 인수봉?백운대?만경대가 바로 보이는 북한산 중턱이 심각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이곳 주소는 산 14-3번지 일대(옛 그린파크호텔 자리). 이곳에 무려 지상 7층, 지하 2층의 14개 동의 초호화 콘도 공사(일명 더파인트리)가 한창이다. 말 그대로 초호화 콘도다. 전체 객실의 77%는 60평 이상이고 가장 큰 객실은 분양가가 48억에 이른다고 한다.
ⓒ 임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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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북한산 초호화 콘도 더 파인트리 문제점과 대안토론회" 자료집에서 사실내용을 참고했습니다.



태그:#북한산 초호화 콘도 공사, #더 파인트리,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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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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