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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각각 양국 배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현안 타결을 위해 막판절충에 나섰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완전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각각 양국 배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현안 타결을 위해 막판절충에 나섰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완전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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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오는 30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위해 다시 만난다. 미국 워싱턴 인근 소도시인 메릴랜드주 콜럼비아시에서다.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미FTA 재협상은 지난달 G20 정상회의에 앞선 회의에서 결렬된 이후 20일 만에 열린다.

그동안 정부는 '협정문 토씨 하나 고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가며,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과 주고받기식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기존 협정문 수정을 포함해, 사실상 '재협상'을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일방적인 요구 사항 등이 알려지면서, 한미FTA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재협상은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급격히 커지고 있고, 미국이 서해상 한미합동훈련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다.

따라서 야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한반도 위기 국면을 틈타 기습적으로 미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면서, 일방적인 퍼주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다시 마주앉는 한미협상단, 쇠고기 문제가 '딜 브레이커'

지난 18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가 한미 FTA, 한-EU FTA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가 한미 FTA, 한-EU FTA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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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최석영 FTA 교섭대표 등 한국 협상단이 이날 오전 미국으로 떠났다. 이번 협상단에는 통상교섭본부 이외에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관계자 등까지 포함됐다. 대신 쇠고기 문제 등을 다룰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번 협상단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통상교섭본부 관료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됐었다"면서 "이미 국회에 보고한 대로 미국 쪽에서 자동차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이슈를 제기했기 때문에 관련 부처가 이번 협상단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일단 협상단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가) 쇠고기 문제는 이번 FTA 협상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쇠고기 문제는 FTA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으며, 논의도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워싱턴 재협상 역시 쇠고기 문제가 협상의 '딜 브레이커(Deal Breaker, 협상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5일 미국 통상전문지 '인사이드유에스트레이드'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쪽의 쇠고기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는 미국산 쇠고기의 관세철폐뿐 아니라 쇠고기 가공식품의 시장 접근을 확대시키는 것과 함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해당하는 쇠고기 내장 수입까지도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부가 쇠고기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실상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촛불로 막아낸 미 쇠고기 시장 개방 요구로 자동차 이익 극대화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미국 통상 유력지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쇠고기 재협상이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며 "김종훈 교섭본부장이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산 쇠고기가 SRM을 제외한 30개월령 이하 쇠고기로만 그 수입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2008년 온 국민이 촛불을 들어 이를 막아냈기 때문"이라며 "특히 SRM 부위로 현재 수입이 금지된 쇠고기 소장까지 논의가 되는 수준이라면, 이는 미국에게 무한히 양보하는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쇠고기 시장 개방을 둘러싼 한미간 입장차가 분명한 가운데, 자동차 부문은 상당 부분 미국쪽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쇠고기' 카드를 지렛대로 삼아 자국의 자동차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기존 협정문까지 손을 대기로 했다. 기존 협정문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관세철폐 이익뿐 아니라 자동차 세제까지 바꾼 미국이다. 이번 재협상에서는 자동차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 등 환경과 안전기준까지 미국쪽 입맛대로 바꿀 것이 확실시된다.

최석영 FTA 교섭대표 역시 "자동차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 등은 기존 협정문에 없는 것"이라며 미국쪽 요구를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 시장 관세철폐를 한국에서 미국산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때까지 유예해 줄 것과 함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 제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FTA 협상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면서 자동차 부문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알려왔었다. 만약 미국쪽 요구대로 협정문이 바뀐다면 사실상 한미FTA 근간 자체를 뒤흔들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미국의 자동차 재협상 요구는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정부에선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했었다"면서 "자동차 부문이 미국 요구대로 된다면 우리가 한미FTA를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보정국 틈타 한미FTA 진전?... "국민적 저항 불러올 수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5당은 지난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진행중인 한미FTA 협상은 일방적인 양보로 이뤄지는 굴욕적인 퍼주기 협상"이라며 국회비준 거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5당은 지난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진행중인 한미FTA 협상은 일방적인 양보로 이뤄지는 굴욕적인 퍼주기 협상"이라며 국회비준 거부 입장을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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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워싱턴 재협상 일정 역시 최근 한반도의 불안한 안보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안보정국 속에서 미국에 유리한 기습협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안보 정국에서 양국 간의 협상은 강대국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측의 일방적인 요구를 놓고 하는 협상이기 때문에 국익을 생각한다면 재협상을 바로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가장 불리한 시기에 협상판을 벌이고 있다"면서 "자동차는 대폭 양보할 것으로 작심했고, 쇠고기의 관세유예기간까지 없애려고 하고 있다. 한미FTA 파기를 무릅쓰고라도 독소조항 폐기 등 전면적인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무슨 기습협상인가"라며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두 번 배신하고, 경제주권까지 은밀히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해영 교수는 "현재와 같은 한반도 정세에서 굳이 우리가 얻을 게 하나도 없는 협상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FTA 문제를 경제 이외 안보 문제와 연결시키면서 졸속으로 협상을 진전시키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한미FTA, #쇠고기, #자동차, #연평도?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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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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