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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
▲ 흙피리 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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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피리 흙으로 만들었는데 불면 입에 흙 안 들어가요?"

다섯 살배기 아들이 아내에게 물었다. 난감하다. 나무와 쇠 그리고 뼈까지… 악기 소재는 다양한데 왜 하필 흙일까? 너무 원시적이다. 그래서 일까 소리가 피부에 자연스레 스민다.

20일 오후 5시 여수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1회 여수 오카리나 포레스트' 연주를 들었다. 소리가 시원하다. 엄마 나오는 공연에 애들은 마냥 신이 났고 나도 무대에 선 아내를 응원했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꽃단장한 엄마 모습을 보고 흐뭇해 했다.

아내와 함께 무대에 선 한 단원의 남편은 아내가 집에서 매일 피리 부느라 소외되는 듯한 기분에 못마땅 했단다. 또 편히 쉬려는 주말이나 휴일에도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피리소리에 짜증이 났었는데 오늘 공연으로 섭섭한 마음을 훨훨 날렸다고 한다. 그리고 은근히 배워볼 욕심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목표는 즐겁게 연주하는 것 입니다.
▲ 순서지 목표는 즐겁게 연주하는 것 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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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표는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거나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연주하는 것입니다" -연주회 순서지에서 -

기술 뽐내지 않고 '소리(音) 함께 즐기려(樂)' 마련

시작을 알리는 합주입니다.
▲ 합주 시작을 알리는 합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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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데 주저없습니다.
▲ 단장님 실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데 주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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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련한 조요섭 오카리나 포레스트 단장은 결혼 전인데 과거 전력이 범상치 않다. 사제 뜻을 접고 소리에 빠졌다. 행사 의미를 조심스레 알려주는데 기술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함께 즐기기 위해 마련했단다. 그 마음결이 곱다. 실력은 어떨까? 단원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조 단장은 오카리나를 11년째 만지고 있고 여수에서 오카리나를 가르친 지 1년 지났단다. 소리를 배우는 단원은 20명인데 아줌마가 주류다. 아줌마 답게 배움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 열정이 행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물불 안가라고 연습하신 열혈 단원들입니다.
▲ 피리부는 아줌마 물불 안가라고 연습하신 열혈 단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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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
▲ 흙피리 음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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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피리는 일명 '오카리나'로 불리는데 새끼거위라는 이탈리아 말이다. 또 음역에 따라 크기도 다른데 아기 손 주먹만큼 작은 소프라노부터 장 담는 독보다 큰 울트라 베이스까지 다양하다.

배우기 쉽고 들고 다니기 부담 없는 원시의 악기가 흙피리다. 가족이 배우면 어떤 모임에서든 인기상은 떼 놓은 당상이다. 오늘부터 원시의 음에 빠져보자. 사는 동안 내 소리 낼 수 있는 악기 하나 있다면 호사일까? 나도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복지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흙피리, #제1회 오카리나 포레스트,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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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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