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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런 날씨를 버텨내고 잘 자라난 배추 (김장 15일전의 텃밭)
 변덕스런 날씨를 버텨내고 잘 자라난 배추 (김장 15일전의 텃밭)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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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텃밭농사를 시작한 유치원. 그동안 김치를 사먹었는데, 올해엔 유치원 텃밭에서 키운 배추로 김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배춧값이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한통에 3~4천 원으로 작년에 비해 여전히 두배는 비쌉니다. 다른 양념류 채소도 그렇고요.

하필이면 배추를 심는 시기에 많은 비가 내려, 싹을 제대로 피우기도 전에 사그라진 배추모종이 많았습니다. 또 겨우 뿌리를 내린 배추도 비에 시달리고, 일조량이 부족하여 수확철인 지금까지 속이 꽉 찬 배추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더구나 텃밭에선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아, 시장에 나온 배추의 절반크기입니다.

이상기후에 시달리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하지 않는것 치고는 잘 자랐다.
 이상기후에 시달리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하지 않는것 치고는 잘 자랐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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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뒤에 유치원생 50여명 모두가 텃밭으로 모였습니다. 그동안 형님들의 텃밭수업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던 막내(5세반) 아이들도 배추를 뽑겠다며 나왔습니다.

추위에 얼어서 줄기가 시들어버린 알타리무, 김장무를 뽑는 것을 시작으로 텃밭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들은 넘어지면 다친다며 제지하는 선생님의 호통에도 개의치 않고 뿌리밑둥을 잘라 놓은 배추를 들고 뜁니다.

얼마나 아이들이 빠르게 움직였는지 미리 밑둥을 잘라놓은 배추 100여 통이 순식간에 주방으로 옮겨졌습니다. 남은 50여 통의 배추 밑둥을 식칼로 자르는 나의 손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배추를 갖겠다며 달려드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하는 아이들
 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하는 아이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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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텃밭 에서의 즐거움
 배추텃밭 에서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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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들고 있는 형을 찍어주는 동생의 인증샷.
 배추 들고 있는 형을 찍어주는 동생의 인증샷.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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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주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추를 절였습니다. 배추를 반으로 잘라서 물에 씻고 굵은소금을 뿌린 후, 미지근한 물에 담갔습니다. 절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지요. 허리를 숙인 채 정신없이 절이는 과정을 끝내고 나니, 온 몸이 뻐근합니다. 다음날 유치원생 엄마들이 김장양념을 만들어 배추 속에 양념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소금에 절여진 배추와 무우
 소금에 절여진 배추와 무우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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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끝으로 올해 텃밭수업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신기해 하기도 하고 걱정스런 눈길을 보낸 어른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기억속에 '농사'의 재미를 추억으로 남겼다면 그것으로 텃밭수업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습니다. 내년 봄에 다시 아이들을 만나러 갈 생각이 지금도 쉽게 접히지를 않네요.

 제철마다  여러가지 채소를 키웠던 텃밭도 겨울 동면에 들어갑니다.
 제철마다 여러가지 채소를 키웠던 텃밭도 겨울 동면에 들어갑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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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배추, #텃밭, #김장,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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