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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서울시 교육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서울시 교육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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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이 사라진 학교에서 학생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 담배 핀 학생도, 교사에게 무례하게 군 학생도 그저 내버려둬야 하는 것일까. 지난 1일 서울시 교육청이 체벌 전면 금지를 시행한 이후, 가장 먼저 제기된 물음이다. 이 우려에 대한 답을 서울시교육청이 내놨다. 14일 '문제행동 유형별 학생 생활지도 매뉴얼'을 발표한 것.

매뉴얼은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각 행위별로 나누고 이에 대한 대응 요령을 세 단계로 나누어 제시했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 대응 지침을 세세하게 정리한 매뉴얼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교육청은 지각·음주 및 흡연 후 등교·학습 태도 불량 등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18가지로 분류했다. 더불어 각 행동별 교사들의 지도 방법도 따로 제시했다. 지도 유형인 '이렇게 지도해 보세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 등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사례, 방법 등을 4~5개씩 제안했다. 위 두 단계를 거쳤음에도 시정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그래도 안 될 때는' 이라는 항목을 따로 두어 생활 평점제, 타임아웃, 성찰 교실 등 학생생활지도규정에 따라 선도하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매뉴얼 발간 취지에 "학교 구성원이 함께 만든 체벌 대체 규정이 잘 시행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엄격함과 선생님이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인정을 갖고 있음을 학생에 알리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며 "학급회와 같은 자치 활동을 통해 학생들 속 자정능력이 발현되면 이러한 가치는 상승작용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생의 음주·흡연이 의심될 경우, 측정기 사용해 확인하고 지도

학생들의 문제 행동.
 학생들의 문제 행동.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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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교복과 두발일 터.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규정을 위반한 교복, 가방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보관하고 규정에 맞는 교복 등을 준비했을 때 물건을 돌려주는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교복을 지나치게 딱 붙거나 짧게 줄였을 땐 재활용 교복이나 재활용 교복의 옷감을 제공해 치맛단을 늘일 수 있게 했다.

시 교육청은 "용의복장 규정을 적용할 때는 전체 교사의 일관성 있는 꾸준한 지도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두발 규제 등은 인권 침해의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의원회를 통해 학생 의견을 수시 반영함으로써 용의복장 규정을 자율적으로 준수하게 하는 방안을 권했다.

학생의 음주와 흡연이 의심될 경우 별도의 장소에서 음주·흡연 측정기를 사용해 확인하고 지도할 것을 제안했다. 단, 음주·흡연 측정기의 사용 여부는 학생 등 학교 구성원과의 합의를 거쳐 학생생활규정에 반영하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학교 주변 한의원이나 보건소와 연계해 금연침 시술 등을 통해 지도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교문이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지도하는 것보다 특별 장소에서 차분하고 단호하게 흡연 유무를 측정하거나 증거 자료를 찾아 지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생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 이끌어 내 교권 회복"

한울중은 학교 규칙을 정할 때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학교 복도 게시판에 학생들이 제안한 '체벌 대체 프로그램'이 붙어 있다.
 한울중은 학교 규칙을 정할 때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학교 복도 게시판에 학생들이 제안한 '체벌 대체 프로그램'이 붙어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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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는 현장 지도를 삼가라고 당부했다. 폭언, 욕설, 비방 낙서, 폭행 등 교사에게 반항하는 행동을 보였을 시 교사와 학생이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갖고 별도의 장소에서 상담 지도하도록 하라는 것. 더불어 학생의 공개 사과를 이끌어 내 재발을 방지하고 교권을 회복하라고 권했다.

한 교사는 "평상시 사제동행 체험활동 등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문제행동을 미연에 예방하라"고 조언했다.

수업 중 쪽지를 보내거나 MP3등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등 불량한 학습태도를 보일 시, 학생의 동의를 얻어 수업 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수업태도를 보고 문제점을 인식하게 할 것을 제안했다.

친구와 지속적으로 떠들거나 학생 간 언쟁을 하는 등의 수업지도방해 행동에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동영상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봐 다른 이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 자신의 태도는 어떤지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본 매뉴얼에서 제시한 지도 방법은 하나의 예시 자료이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제한이 따른다"며 "따라서 단위학교에서 적용할 때는 학교의 실정이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특색 있는 지도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매뉴얼 발표 소식에 누리꾼 반응 찬반으로 나뉘어

이같은 시교육청의 생활지도 매뉴얼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글을 올린 '한인물'은 "교사를 무시하는 아이들이 교무실에 잘도 가겠다, 허울뿐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고, <네이트>에 댓글을 남긴 '지영민'은 "사제지간의 관계를 매뉴얼로 정한다는 자체가 난센스이자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누리꾼 '김봉건'은 "많은 문제점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잘못 행동에 대해 이해하게끔 설명해주거나 소통하지 않고 무조건 체벌하는 것보다는 내면적으로 반성할 수 있도록 선도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고 <네이트>에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 '랄랄라'는 "욕설과 체벌은 당시엔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마음속에 반감을 갖게 하고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이제는 좀 더 연구해서 질 높은 방법을 찾아보자"며 매뉴얼을 반겼다.


태그:#체벌금지 , #곽노현, #학생생활지도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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