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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추웠던 9일 저녁, 서울시 관악구청 대극장에서 재미나는 한 강연회가 많은 시민들의 열띤 호흥속에 개최됐다. 민주노동당 대표인 이정희 의원 초청 강연회가 그것이다.

 

이 행사가 흥미로운 것은 주최측이 소속 정당인 민노당도 아닌 자발적으로 조직된 지역 시민단체에 의해서 열렸다는 점이다. 야권연대를 통한 2012년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작은 강연회장 속으로 따라가 보자.

 

이정희 대표는 특별히 준비한 원고 없이 그 동안 여의도 정치를 통해 바라 본 한국내 정치현황, 그리고 각종 노동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사랑방 대화 수준으로 풀어 냈다. 2012년 총선에 대해서도 야권연대를 통해 지역에 본인 스스로 출마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지난 동계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김연아 선수의 유인촌 장관과의 포옹 회피 동영상 문제를 들췄다. 여기서 그 문제의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 수사 문제를 가지고 정치권에서 보여주었던 웃지 못할 애피소드를 통해 이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펼치는 무소불위의 권력 놀음이 지나치게 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또한 <PD수첩> 수사를 예로 들면서, 초기 "이러한 사건을 맡을 수 없다"며 사퇴한 초기 부장검사를 다른 부장검사로 바꾸면서까지 혹독한 수사를 강행한 저의에 대해서도 "이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국민의 입을 철저하게 봉쇄하고자 하는 정권의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신성한 민주주의 표본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지금의 시국이 반민주적인 부자정권을 통해 더욱 더 극렬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6년간의 기나긴 싸움을 통해 해결된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복직 문제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복직된 후 1년 6개월의 유예기간과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엔 또다시 1년 6개월을 기다려야만 정규직으로 인정 받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9~10년을 싸워야 내 직장을 지킬 수 있는 현실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

 

아울러 지금까지도 경찰의 강경진압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법으로 규정된 적법한 노동현장의 여러 현안들이 초법적인 정부의 힘으로 초토화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애석함을 드러냈다.

 

부자감세를 모토로 출발한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 주려는지를 보여준 한 입법 사례를 소개했다. 골프장에 입장하려면 반드시 내는 세금이 하나 있는데 이는 골프장 입장에 따른 개별소비세다. 단돈 1만2000원 내는 이 세금을 줄여주고자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릴 경우엔 50% 감면해 주겠다는 법안이 올라왔는데 어린 아이도 웃을 이러한 형태가 생각보다 많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이 법안은 논의 과정에서 제외가 됐다 한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노동과 복지를 위해 절대적이었던 종부세 폐지로 인한 감세를 극복할 방안으로 소득세 인상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현재 1700만 근로자 중에서 연봉 2억 이상인 사람인 약 6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소득세율 35%를 40%로 상향 조절할 경우 연간 1조5000억 원의 재원이 확보되어 이를 복지기금으로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정희 대표의 이번 강연을 통해 미진한 점은 지구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인 한반도 문제, 특히 통일 문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강연을 마쳤다는 것이다. 또한 4대강 문제, 한미FTA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것만 얘기하고 입을 굳게 닫았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정치 초년병이라는 한계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끝으로 왜? 다른 지역이 아닌 관악을 지역구에 총선 출마를 선택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본인이 나고 자란 실제적인 고향이라는 원론적인 얘기와 함께 야권연대를 통해 2012년 정권교체에 이 대표 스스로 그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40대의 첫 여성 정당대표 이정희 의원, 한미FTA 재협상 저지를 위해 광화문에 똬리를 틀고 천막 농성을 하며 올해 첫 눈을 맞고 가장 추운 바람을 받으며 혼신의 노력을 하는 이정희 대표, 그녀가 나아갈 길이 결코 순탄치 만은 않겠지만 서민과 노동자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은 더욱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건투를 빈다.

덧붙이는 글 | 김이구 기자는 현재 '건강한도림천을만드는주민모임' 볼런티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정희,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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