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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밤 회의장소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앞에 방호벽으로 사용될 녹색 펜스가 설치되었다. 펜스 뒤쪽으로 코엑스 건물 정면에 내걸린 대형 'G20정상회의' 홍보 현수막이 보인다.
▲ 철망에 갇힌 'G20' '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밤 회의장소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앞에 방호벽으로 사용될 녹색 펜스가 설치되었다. 펜스 뒤쪽으로 코엑스 건물 정면에 내걸린 대형 'G20정상회의' 홍보 현수막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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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밤 회의장소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앞에 방호벽으로 사용될 녹색 펜스가 설치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밤 회의장소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앞에 방호벽으로 사용될 녹색 펜스가 설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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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야? 언제 만들었어? 이야~ 이젠 별것 다 하네."

10일 아침 7시 3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7번 출구로 나온 직장인 김성태(가명, 37)씨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앞 도로 한가운데 설치된 녹색 펜스를 본 후다. 그는 "입만 열면 '선진', '글로벌'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너무 후진적으로 나와 보기가 좀 민망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로 향했다. 

G20 회의장인 코엑스 앞과 우측(현대백화점 방면) 도로 중앙분리대 주변에 동물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높이 2.2m의 철제 녹색 펜스가 설치됐다. 경호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이 9일 밤 10시께부터 10일 새벽까지 설치한 '방호벽'이다.

이 작업에는 건설노동자 60여 명, 굴착기 3대, 지게차 2대, 5톤 트럭 6대가 투입됐다. 밤샘 작업으로 길이가 약 750m인 펜스가 완성됐다. 추운 날씨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은 힘겨워했지만, 작업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다. 길이 약 1m, 높이와 두께 약 20cm인 콘크리트 받침대를 도로 위에 길게 설치하고 그 위해 철제 기둥과 벽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한밤에 진행된 방호벽 설치와 도로 물청소... "손님 처음 맞이하나"

9일 밤 코엑스앞 도로 중앙분리대에 방호벽을 설치하기 위해 콘크리트 받침대가 설치되는 가운데, 살수차가 코엑스앞 도로를 물청소하고 있다.
 9일 밤 코엑스앞 도로 중앙분리대에 방호벽을 설치하기 위해 콘크리트 받침대가 설치되는 가운데, 살수차가 코엑스앞 도로를 물청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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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을 위해 경찰은 중앙차로 3차선의 교통을 통제했다. 통제된 중앙차로 3차선 안쪽에서 방호벽 설치 작업이 한창일 때, 다른 차선에서는 물청소가 진행됐다. 코엑스 앞 도로는 마치 소나기가 내린 것처럼 물에 흠뻑 젖었다.

시민들은 깊은 밤에 동시에 진행된 방호벽 설치와 도로 물청소 작업을 지켜보며 놀란 다소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동료들과 회식 후 밤 11시께 퇴근하던 김재형(42)씨는 "G20 한 번 더 하면 도로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겠다"며 "마치 손님 처음 맞이하는 사람들처럼 정부에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고 웃었다.

10일 밤과 11일 새벽에도 방호벽 설치 작업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코엑스는 사각형 모양의 철제 방호벽에 둘러싸이게 된다. 안전지대를 뜻하는 그린 존(Green Zone)이 완성되는 셈이다.

방호벽 설치 작업을 지켜본 G20 경호팀의 관계자들은 "외국 정상이 20명이나 이곳에 모이는데, 평소처럼 경호할 수는 없다"며 "회의장 건너편에서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들을 막고 확실하게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방호벽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호벽 설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방호벽 설치 소식을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한 누리꾼들은 "동물원 같다", "강남 버전 명박산성" 등의 말로 풍자했다.

"내일은 삼성동에 G20 동물원과 경찰랜드 구경 갈 겁니다." - @nutizen
"G20 그냥 섬에서 하지 뭐하러 도심에서 해 저렇게 사람들 막고, 휴교하고 그래? 섬에서 하면 접근하기도 어려우니 안전할 텐데...- @dalgoo_kid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서 한 근로자가 'G20 서울 서밋 2010'이 새겨진 조형물을 닦고 있다.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서 한 근로자가 'G20 서울 서밋 2010'이 새겨진 조형물을 닦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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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서 경찰들이 외곽 순찰을 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서 경찰들이 외곽 순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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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같네... G20, 그냥 섬에서 하지!"

물론 비판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10일 삼성동 출근길에서 만난 조철현(가명, 44)씨는 "대통령 한 명이 거리를 휙 지나가도 주변 휴대전화 이용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경호가 이뤄지지 않느냐"며 "외국 정상들까지 총 20명의 '넘버 원'들이 한곳에 모이는데 철통같은 경호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리면 경찰과 검은색 옷을 입은 전·의경들이 처음 맞이한다. 그리고 출구 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총을 들고 서 있는 경찰특공대원들을 볼 수 있다. 또 코엑스나 한국전력 방면으로 나오면 도로 중앙에 설치된 길이 750m의 녹색 방호벽을 만난다. 걸음을 코엑스 쪽으로 돌리면 검은색 경찰 특공대 장갑차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11일 아침이면 코엑스를 사각형으로 '포위한' 총 길이 약 3km에 이르는 대형 녹색 방호벽도 볼 수 있다. G20이 끝나면 바로 철거되는 짧은 수명의 거대한 구조물이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코엑스 주변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꽃들과 길을 걷는 시민들은 추위 때문인지 잔뜩 움츠려 있다. 코엑스 주변 거리에서는 "이놈의 G20 빨리 끝나든가 해야지..."라는 시민들의 푸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 경찰특공대 장갑차가 배치돼 대테러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앞에 경찰특공대 장갑차가 배치돼 대테러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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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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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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