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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정에서 사진을 찍기 전 다큐멘터리는 지역 특성을 살려서 찍어야 한다며 이시우 작가가 연미정에 관한 역사를 설명 하고 있다.
 연미정에서 사진을 찍기 전 다큐멘터리는 지역 특성을 살려서 찍어야 한다며 이시우 작가가 연미정에 관한 역사를 설명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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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계절, 붉게 타는 단풍잎과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다. 수북이 쌓인 잎사귀 위에 얼굴을 덮고도 남을 만한 커다란 활엽수가 살포시 내려앉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난다. 밟히는 낙엽의 향이 오감을 자극하고 사각거리는 소리가 귀를 행복하게 만든다.

괜스레 센티멘털해진 사람들은 분위기에 푹 빠져 옷깃을 세운다. 한차례 지나가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주자 떨어지는 낙엽을 놓칠세라 수강생들은 찰칵찰칵 셔터를 누른다.

제2기 사진워크숍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 동안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렸다. 강사로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작가인 이상엽(43)씨와 <한강하구>를 발간한 이시우(44) 작가가 함께했다. 참가 수강생은 동원대 실내건축학과 15명과 일반인 10명, 모두 25명이 참가해 강화 역사에 대한 주제를 콘셉트로 지역 다큐멘터리를 찍는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사진작업을 공부하였다.

첫째 날은 '연미정'을 방문하여 강화도 역사에 대한 강의와 함께 촬영 포인트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연미정은 자연경관을 보며 풍류를 즐기거나 학문을 공부하던 정자다. 한강과 임진강에서 합해진 물줄기가 하나는 서해로, 또 하나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데, 이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고 해서 연미정이라 지었다고 한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정관념을 버리려라!


첫날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강사의 강의와 함께 '사진과 나'에 대한 자기 소개를 했다.
 첫날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강사의 강의와 함께 '사진과 나'에 대한 자기 소개를 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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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 강화도의 역사와 촬영 접근 방법에 대하여 이시우 작가가 2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이후 참가한 수강생들의 '사진과 나'를 주제로 자기 소개시간을 가졌다. 일반 참가자와 단체로 참가한 학생들이라서 처음에는 뭔가 모르게 서먹서먹한 분위기였는데, 자기 소개시간을 통해 어색했던 첫 만남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풋풋한 대학 1~2년생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2박 3일을 보낼 생각에 엔돌핀이 팍팍 돌아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 같았다.

둘째 날, 강화터미널로 이동해 시내버스를 타고 평화전망대를 찾아갔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사물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는 방법도 수업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평화전망대에 도착해서는 이시우 작가가 지역 특성과 역사적인 이해를 위한 설명을 했으며, 또 수강생들은 현장에서 피사체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자욱한 안갯속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쨍한 날씨가 아니더라도 아스라하게 비치는 안갯속의 피사체가 더욱 운치가 있었다. 뿌연 안갯속에서 나타나는 낯익은 수강생들을 보면 더욱 친근감이 가기도 했다. 우연히 함께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점심 후 고려궁지와 성공회성당, 용흥궁을 들려 광성보 촬영을 하였다. 지역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연관성이 있는 장소에서 그 주제에 맞게 촬영을 하게 되니 막막하게 사진작업을 했던 때와는 달리 다가오는 피사체의 느낌이 판이하게 달랐다.

한바탕 바람이 불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한바탕 바람이 불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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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던 동원대학교 조교 ,사진 담는 것에 열중이다.
 사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던 동원대학교 조교 ,사진 담는 것에 열중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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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전망대로 출발하기 전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있는 수강생
 평화전망대로 출발하기 전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있는 수강생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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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성보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비야씨, 열정적인 폼이 대단한 포스가 느껴진다,
 광성보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비야씨, 열정적인 폼이 대단한 포스가 느껴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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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좌 참가자들에게 "'사진워크숍'에 참가하게 된 계기와 교육을 받아보니 어떤가?"를 물었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교수님의 권유로 참가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강사분들이 이렇게 전문성을 갖고 강의를 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냥 MT 가는 기분으로 참가했거든요. 관심 있었던 분야라서인지 재밌어요. 사진을 찍고 셀렉트하여 전문가로부터 사진 크리틱을 받는다는 것이 두렵긴 하지만 매 맞을 준비는 되어 있어요. 하하하."
- 동원대학교 2학년 박규성군

"<오마이뉴스> 회원인데 메일을 받고 참가하게 되었어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려면 그 지역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데…. 이시우 작가님의 강의 중 강화도에서 일어난 양민학살에 대한 강의가 와 닿았어요. 사실 그동안은 대내외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아이슈비츠' 사건 같은 큰 사건들이 피부로 와 닿았거든요. 역사적인 설명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니 사진도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번 교육을 통해서 사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어요. 평소에 무심코 사진을 찍었었는데 깊이가 담긴 사진을 찍고 싶어요.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꼭 다시 참가하고 싶어요."
- 이루비(29)씨

"10만인클럽 회원인데 <오마이뉴스>는 자주 들어가요. 강좌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사진에 관심이 있어 봄에 교육을 참가하고 싶었지만 직장 관계로 참가하지 못해 이번에 신청하게 되었어요. 이시우 작가님의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관성이다'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흔드는 뭔가가 있었어요.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온전한 선택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 박형옥(29)씨

사진작업을 떠나기 전 강화역사에 대한 길거리 강의를 하고 있는 이시우강사
 사진작업을 떠나기 전 강화역사에 대한 길거리 강의를 하고 있는 이시우강사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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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할 때처럼 사진도 목숨 걸고 찍어라"

참가자 중 왕언니 이준씨와 단비씨, 비아씨, 혜미씨 모두 "막연한 사진생활보다는 주제를 정하고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좋았다"고 말한다.

교육 중 찍었던 사진들을 골라 강사에게 보여주는 사진 크리틱 시간도 있었다. 그동안 작업한 사진을 보여주며 강사로부터 사진에 대한 평을 듣는 순간은 긴장되고 심장이 떨리며 심판을 기다리는 느낌이라고들 했다. 다행이도 너그러운 강사들은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하고 참 좋은 사진이다'라는 느낌이 들도록 작품을 담아야 한다"며 부족했던 부분 부분들을 꼬집어 주었고 혹평은 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선택하고 편집과정을 거쳐 인화하여 구성하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상엽작가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선택하고 편집과정을 거쳐 인화하여 구성하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상엽작가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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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찍었던 사진들 중 셀렉트하는 과정,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 중 셀렉트하는 과정, 긴장되는 순간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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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사진워크샵에 참가한 수강생들 25명과 뒷편 강사 이상엽작가,이시우작가,조교 김재성 단체사진
 2기 사진워크샵에 참가한 수강생들 25명과 뒷편 강사 이상엽작가,이시우작가,조교 김재성 단체사진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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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강의에서 이상엽 작가는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선택하고 편집과정을 거쳐 인화하여 구성하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랑을 할 때처럼 사진도 목숨 걸고 찍어라"는 이시우 작가의 멘트와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라고 말한 김재성 조교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시민기자들과 사진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진워크숍'이 오마이스쿨에서 정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태그:#사진워크샵, #오마이스쿨, #연미정,평화전망대,광성보,, #동원대학교실내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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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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