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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날아간 자리에 선 연곡사

 

지리산 피아골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천년고찰 연곡사가 자리 잡고 있다. 연곡사는 543년(백제 성왕 21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중건하였고 이것이 다시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다. 그러나 경내에는 동부도, 북부도를 비롯 하여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보존되어 있다. 현재의 절집은 1981년부터 신축 복원해 나가고 있다.

 

사찰 이름을 연곡사(燕谷寺)라고 한 전설이 있다. 연기조사가 처음 이곳에 와서 풍수지리를 보고 있을 때 현재의 법당 자리에는 연못이 있었다. 스님이 그 연못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가운데 부분에서 물이 소용돌이치더니 제비 한마리가 나와서 날아갔다. 스님은 그 자리에 연못을 메우고 법당을 짓고 절 이름을 연곡사라 했다.

 

연곡사 일주문을 지나 돌계단으로 올라간다. 절집은 계단식으로 단을 이루며 넓은 터에 자리 잡고 있는데 주변은 빈터로 남았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빨치산의 은거지라고 해서 불태워지는 불행을 당했다. 절집에 오르는 계단 못 미쳐 왼편으로 아담한 삼층석탑이 보인다. 보물 151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은 절집과 떨어져 있어 쓸쓸하게 보인다.

 

보통 석탑 주위로 주요 전각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새로 복원된 절집은 석탑과 떨어져 좀 더 높은 곳으로 옮겨 잡았다. 절집은 중앙에 대적광전이 자리 잡고 오른쪽으로 명부전이 배치되었다. 대적광전과 명부전 사이로 오르면 산신각이 나오고 요사 뒤뜰에 항아리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도 만난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부도탑과 탑비를 만난다. 보물 153호로 지정된 동부도비가 눈에 들어온다. 귀부는 날개달린 거북이다. 거북이 등에 날개를 달고 몸돌 전체를 통으로 다듬은 석공의 공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탑비는 비석이 없다.

 

쌍둥이 부도인 동부도와 북부도

 

동부도비와 함께 있는 동부도도 둘러본다. 국보 53호로 지정된 동부도는 연곡사를 대표하는 부도탑이다.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부도로 국사책에도 나올 정도로 조형미가 뛰어나다. 부도의 돌 색에서 녹색 기운이 나서 그런지 싱싱한 느낌을 받는다.

 

돌계단으로 된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숲 사이로 은은한 햇살이 스며들어 따스하게 감싼다. 산길 끝에는 부도 한기가 서있다. 국보 54호로 지정된 북부도다. 옥개석의 기왓골이 예술이다. 굴곡진 기왓골로 빗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전체적인 조형미도 뛰어나다. 균형 잡힌 몸매는 자꾸만 부도탑을 빙빙 돌게 만든다.

 

북부도는 동부도와 쌍둥이 같은 모양이지만 북부도가 더 정감이 간다. 시기도 더 늦은 시기에 만들어져 좀 더 발전된 모양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둘 다 상륜부 봉황 머리가 훼손된 것을 빼고는 완전한 모습이다. 하지만 돌에서 배어나오는 느낌은 동부도보다는 북부도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냥 빈 비석이라도 세워 놓았으면...

 

북부도를 뒤로하고 돌아 내려온다. 아래로 부도 몇 기가 보인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부도가 있다. 북부도와 동부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부도다. 보물 제 154호로 지정된 소요대사부도다. 부도의 원형이 전혀 훼손되지 않은 완벽한 부도다. 부도의 예술성은 뒤로 하더라도 몸돌에 새겨진 돋을새김을 한 신장상들은 만든 사람의 정성이 돋보인다. 상륜부 봉황도 그대로 살아있다. 봉황이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바로 아래에는 동백나무 두 그루 사이로 고광순의병장 순절비가 있다. 아픔이 남은 역사의 흔적. 을사조약으로 나라의 주권이 일본에게 넘어가자 호남지방에서 의병을 조직해서 항거를 했던 담양 출신 의병장 고광순. 그는 1907년 8월 26일 지리산 연곡사에 근거지를 확보하고 일본군경과 전투를 하였으나, 기습을 받아 패전하고 순절하였다.

 

순절비 아래 부도탑비가 보인다. 보물 152호로 지정된 현각선사탑비다. 용머리를 한 귀부의 코는 콧구멍에서 바람이 나올 듯이 크다. 그래도 잘생겼다. 비석은 부서져 없고 바로 이수가 얹혀 있다. 탑비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안타까움. 그냥 빈 비석이라도 세워 놓았으면….


태그:#연곡사, #부도, #탑비, #피아골,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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