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자감세' 논쟁을 둘러싼 한나라당 소장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감세 철회는 없다"는 당청 수뇌부의 방침에 맞서 의원총회를 통한 논의 요구를 관철시킨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거침이 없다.

 

강만수 특보가 감세를 기반으로 한 'MB노믹스'의 설계자이자 전도사라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기로도 해석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감세 관련 의총 촉구 연판장 돌린 소장파 의원들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꺼뜨린 감세 철회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소장파 의원들의 움직임은 일사분란했다. 3일 오후 박준선, 권영진, 김성식, 김정권 의원은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과 통합과 실용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감세정책 관련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 연판장을 돌리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결국 4일 오후 당내 의원 45명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G20 정상회의 이후 의총 소집을 관철시켰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본21 소속 김성태 의원은 이날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강만수 특보를 겨냥 "대기업 경제특보 하지 말고 민생 경제 특보를 하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여당 내부에서 부자감세 철회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논쟁을 끝내도록 배후 조정한 강 특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서울 강서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공약이란 무릇 현실경제에 바탕을 둔 민생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강 특보와 일부 인사들이 친기업적 이념의 틀에 갖혀 반실용적으로 (감세에) 집착하고 있다"며 "감세를 통한 기업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확대라는 장밋빛 전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국가 채무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현재 정부부채 발표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공기업 부채, 지방채 등 정부 보증 채무까지 더하면 우리의 국가채무는 무려 10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 특보가 추가 감세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2008년도 감세에 따른 경제파급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끝장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당의 수도권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당청 수뇌부의 '감세 기조 유지' 방침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부자감세'에 비판적인 여론을 고려한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자감세 논란을 촉발시킨 법인세 및 소득세 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등 감세 기조를 수정하지 않는 한 서민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는 선언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부자정당 이미지 못벗으면"... 초선들의 위기의식

 

지난 6·2 지방선거 수도권 참패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도권의 민심은 한나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지난달 21일 헤럴드미디어의 싱크탱크인 헤럴드공공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 업체 '데일리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신뢰범위 95%에 오차한계 ±3.1%p)에서 서울지역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재신임 비율이 3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현 국회의원을 찍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다시 안 찍는다'가 42.4%, '다시 찍는다'는 26.6%에 불과했다. 서울의 48개 지역구 가운데 40개 지역구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크다는 이야기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이 제기한 '세금폭탄론'처럼 야당들이 들고 나온 '부자감세' 프레임이 먹혀들어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한나라당이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한 다음 총선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총 소집 요구서 연판장에 수도권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참패를 경험한 이들의 집단행동에서는 레임덕(권력누수)의 징후도 읽힌다.

 

또 소장파 의원들의 집단 반발에는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 잠재력 확충과 경제 활성화 달성을 골간으로 하는 'MB노믹스'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도 깔려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감세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세 실효성 놓고 정면 충돌... 소장파 반란 성공할까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이들 사이에서는 평소 적극적으로 감세 효과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경제통'으로 통하는 김성식 의원은 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의 부자감세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법인세율 22%는 전세계적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이라며 "2% 감세를 더 안 해서 투자가 안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안하지 않은 채 재정지출만 확대했기 때문에 지난해 국가채무가 366조 원에 달했다"며 "추가 감세 철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만수 특보를 향해 "감세 귀신이 씌였다"고 맹공한 정두언 의원도 평소 "대기업에 감세를 해준다고 해서 투자를 한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말해 왔다.

 

이는 감세는 이미 실증적으로 실패가 증명된 정책이라는 야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견해로 향후 여당에서 벌어지게 될 감세 논쟁의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소집 요구서를 받아든 직후 "토론을 하더라도 감세 정책이 시행된 최근 몇 년간 산출된 구체적인 효과를 놓고 해야 할 것 같다, 전문가 이야기도 듣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만큼 부자감세 철회까지는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청와대의 감세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당론 변경도 만만치 않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감세는 당론이기 때문에 이를 바꾸려면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당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는 여당 소장파들의 위기의식과 감세 기조를 철회할 경우 'MB노믹스'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청와대의 믿음이 정면충돌하게 될 감세 논쟁 2라운드는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명박 정부 집권 하반기에 터져나온 'MB노믹스'에 대한 여당 소장파들의 집단 반란이 성공할 수 있을까.


태그:#감세, #한나라당, #김무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